32개 사업자가 국가가 비용을 전액 지원하는 백신구매 입찰에서
낙찰예정자, 들러리 등을 합의한 행위에 대하여 시정명령, 과징금 부과

공정위, 백신구매 입찰담합 과징금 409억 부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사매일닷컴 이인영 기자】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1개 백신제조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 6개 백신총판 △광동제약㈜ △㈜녹십자 △㈜보령바이오파마 △에스케이디스커버리㈜ △유한양행㈜ △한국백신판매㈜ 25개 의약품도매상 등 총 32개 백신 관련 사업자들이다.

공정위는 지난 2013년 2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조달청이 발주한 170개 백신 입찰에서 사전에 낙찰예정자를 정하고 들러리를 섭외한 후 투찰할 가격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담합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409억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백신제조사는 백신을 실제 생산하는 회사를, 백신총판은 백신제조사와 공동  판매계약을 체결한 회사를, 의약품도매상은 이들로부터 백신을 공급받아 병 ․ 의원, 보건소 등에 유통하는 회사를 의미한다.

이 사건 입찰담합은 세 가지 특징을 가진다. 우선, 이들이 담합한 대상 백신은 모두 정부 예산으로 실시되는 국가예방접종사업(NIP) 대상 백신으로 인플루엔자 백신, 간염 백신, 결핵 백신, 파상풍 백신, 그리고 자궁경부암 백신 서바릭스, 가다실, 폐렴구균 백신 신플로릭스, 프리베나 등 모두 24개 품목에 이른다.

다음으로, 백신입찰 시장에서의 장기간에 걸쳐 고착화된 들러리 관행과 만연화된 담합 행태로 인해 입찰담합에 반드시 필요한 들러리 섭외나 투찰가격 공유가 용이했다.

예를 들어 낙찰예정자는 전화 한 통으로도 쉽게 들러리를 섭외할 수 있었고, 낙찰예정자와 들러리 역할을 반복적으로 수행함에 따른 학습효과로 각자의 역할이 정해지면 굳이 투찰가격을 알려주지 않아도 알아서 투찰함으로써 이들이 의도한 입찰담합을 용이하게 완성할 수 있었다.

낙찰예정자는 최대한 높은 금액으로 낙찰받기 위해 기초금액의 100%에 가깝게 투찰하고, 들러리는 이보다 몇 % 높게 투찰한다.

마지막으로, 정부조달방식의 변화에 따라 담합참여자들이 변화됐다. 정부가 글로벌 제약사가 생산하는 백신 자궁경부암 백신, 폐렴구균 백신 등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제3자단가계약방식에서 정부총량구매방식으로 2016년부터 조달방식을 변경하자, 글로벌 제약사와 백신총판이 백신입찰담합에 참여하면서 글로벌 제약사가 직접 들러리를 섭외하고 백신총판이 낙찰예정자로 등장했다.

구체적으로 백신조달에 있어 기존 ‘제3자단가계약방식’에서는 의약품도매상끼리 낙찰예정자와 들러리 역할을 바꿔가면서 담합해 왔으나, ‘정부총량구매방식’에서는 낙찰예정자가 의약품도매상이 아니라 백신총판이 된 것이다.

다만, 의약품도매상은 구매방식 변경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들러리 역할을 수행했고, 백신총판은 들러리 역할은 하지 않았다.

특히, ㈜녹십자, ㈜보령바이오파마, 그리고 에스케이디스커버리㈜(구 에스케이케미칼㈜) 등 3개사의 경우 인플루엔자 백신 담합으로 2011년 6월 제재를 받은 이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이 사건 입찰담합에 참여함으로써 시정명령과 과징금 처분을 받게 됐다.

이번 조치는 백신제조사, 백신총판 그리고 의약품도매상 등 국내 백신 시장에서 수입, 판매 및 공급을 맡은 사업자들이 대부분 가담한, 장기간에 걸친 입찰담합의 실태를 확인하고 백신입찰 시장에서의 부당한 공동행위를 제재하였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국민 건강에 필수적인 백신 등 의약품 관련 입찰담합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법 위반행위가 적발되는 경우 엄정한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NS 기사보내기
저작권자 © 시사매일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주요기사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