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하계U대회 유치 왜 실패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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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일 오후 8시(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 플라자호텔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 집행위원회 총회장. 2013년 U대회 개최지로 광주 대신 카잔이 호명되자 정부대표단 단장인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비롯해 박광태 시장 등 130여명의 광주 유치단은 일제히 고개를 떨구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세계적인 스포츠 행사를 유치해 국제도시로 발돋움하겠다는 광주의 야무진 꿈은 짧은 준비기간과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러시아의 힘, 유럽지역의 동정표에 발목이 잡히고 말았다.

◇유치 준비기간 부족

광주는 지난해 12월 28일 2013년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 국내 유치도시로 결정되면서 본격적인 유치활동에 돌입했다.

이어 2월 유치 신청서를 FISU에 제출하고 개최지 선정을 위한 투표권을 가진 집행위원국을 일일이 방문해 지지를 호소하는 등 5개월여 동안 숨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하지만 이같은 유치 준비기간은 카잔에 비해 턱없이 짧은 것이었다. 카잔의 경우 2009년 하계 U대회를 시작으로 이번이 벌써 세 번째 도전인 만큼 6년여의 유치활동 만으로도 이미 고정표를 확보한데다 동정표 또한 만만치 않게 확보한 상태였다.

특히 2011년 대회 개최지 결정에서 중국 심천과 치열한 접전 끝에 근소한 표 차이로 석패하면서 다음 개최도시는 카잔이라는 인식이 널리 확산된 것도 부담스런 대목이었다.

더구나 광주라는 도시가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으면서 유치활동에 상당한 장애물이 됐고 이 격차를 넘어서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는 평가다.

◇유럽 동정표·지역주의 발목

최종 득표 결과는 예상을 뒤엎는 것이었다. 당초 광주와 카잔은 1차 투표에서 과반 확보에 실패한 뒤 2차 투표에서 박빙의 승부를 벌일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었다.

그럴 경우 1차에서 비고를 지지한 유럽표의 향방이 개최지를 결정하는 최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이를 지지표로 확보한다는 것이 광주의 전략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1차 투표에서 카잔이 과반수를 얻으며 비교적 손쉽게 승리한 것이다. 이는 그동안 두 차례나 패배의 쓴맛을 본 카잔에 유럽이 몰표를 던진 것으로 동정표에 기반한 대륙별 지지성향이 고스란히 드러난 결과로 풀이된다.

1시간여 동안 진행된 광주의 최종 프레젠테이션에서 "판타스틱"과 "엑설런트"가 쏟아져 나왔지만 이같은 흐름을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푸틴 영향력도 큰 변수

최근 대통령에서 물러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의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했다. 지난 29일 프랑스를 공식 방문한 푸틴 총리는 파리에 머물면서 프랑수아 피용 총리를 만난데 이어 저녁에는 국가 원수인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과 엘리제궁에서 만찬을 같이했고 30일에는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도 만났다.

하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고 틈틈이 유럽 각국의 스포츠 지도자들을 만나 카잔의 지지를 당부하는 등 직접적인 유치활동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푸틴이 브뤼셀에서 불과 4시간 가량 떨어진 파리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27명의 집행위원 중 절반에 달하는 유럽 위원들을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고 카잔이 결국 U대회 개최지로 결정되면서 이같은 우려는 현실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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