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도시갤러리 프로젝트' 시범사업 공모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이라는 도시 자체를 작품으로 만들고자 도전하는 도시갤러리 프로젝트가 봄과 함께 공식 시작된다.

지난 10월부터 지자체 최초로 공공미술위원회를 구성하고 공공미술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2007년도 시범사업 계획을 수립한 서울시는 9일 오후 3시 서울역사박물관에서 도시갤러리 프로젝트의 제1권역 공모를 열어 예술가들의 본격적인 경연에 불을 지핀다.

제1권역 공모에 나온 것은 서울의 얼굴인 대표적 장소 3곳과 서울에 공공미술이 도입된 것을 가장 쉽고 흥미롭게 체험할 수 있는 캠페인 사업 6개 등 모두 9개 사업.

특히, 캠페인 사업은 시민들의 꿈을 컬렉션하거나 동네에 필요한 미술을 예술가들이 찾아가 해결하는 등 시민생활 밀착형 과업을 제시하고 있어 미술과 사회의 새로운 관계를 실험하는 점이 두드러진다.

우선, 서울다운 삶을 만드는 거점들을 기억/기념하는 공공장소 미술로는 ▹서울시청+서울광장, ▹덕수궁 돌담길, ▹정동로터리 일대 등 3곳이 먼저 경쟁에 부쳐진다.

”서울시청+서울광장”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서울의 중심이자 참여와 향유의 열린 광장.

공모 과업은 서울광장에 놓을 스트리트 퍼니처, 광장 바닥 설치미술(paving), 시민공동작업 등으로 시청+서울광장이 서울이라는 세계의 배꼽이자 시민 공동체를 키우는 요람으로 표현할 것을 요구한다.

사랑과 이별의 수많은 에피소드들과 근-현대사의 편린들을 간직한 “덕수궁 돌담길”은 매크로한 근대사(역사)와 마이크로한 대중문화사(사랑)를 함께 탐험하는 산책길, 작품의 길을 요구한다.

길바닥, 볼라드, 휀스, 소형광장, 지주형 전시대 등을 활용한 작품들이 돌담을 타고 흘러 역사와 문화가 흐르고 연인들의 사랑과 일상의 여유가 흐르는 도심의 대표적 문화 산책로를 만들 것으로 기대된다.

손탁호텔, 정동제일교회, 러시아공관, 중명전 등 개화기 외교사의 풍부한 자원을 거느린 “정동로터리 일원”은 근대기 대표적 코스모폴리탄(cosmopolitan)일뿐 아니라 국내-외 관광객들을 여전히 끌 수 있는 매력 공간.

정동 로터리, 정동극장, 520년 수령 회화나무, 이화여고 담벽, 구 러시아공관 등을 포인트로 한 이 곳 과업은 이 일대 역사문화 자원들을 잇고 재조명하는 작업을 통해 눈을 즐길 뿐만 아니라 교육, 관광의 창의적 자원이 되는 예술을 요구한다.

미술을 일상 속에서 친근하게 만나고, 그동안 저 홀로 아름다웠던 미술이 일상과 함께 할 때 더욱 아름답도록 만드는 캠페인 사업은 미술가에게는 곤혹스러움을, 시민들에게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내용으로 구성돼 흥미를 더한다.

그동안 미술은 미술가의 꿈과 느낌을 주로 표현해왔다면, 이번 캠페인들은 관객인 시민들의 꿈과 아쉬움을 찾고 해결하는 예술의 새로운 역할을 설정했다. 아울러 미술관이나 좌대 위에 “따로” 있는 아름다움이 아니라 일상 속에, 일상과 함께 동반하는 아름다움을 강조해 아름다움이 사회적 기간(SOC)이라는 문화인식을 반영한다.

미술로 지하철역의 풍경과 질감을 바꾸라는 미션을 받은 “함께 타는 공공미술_옥수역”은 미술의 있고 없음을 극명하게 보여줄 시범사업.

미술이 없으면 지루하고 무미건조한 이동의 통로지만, 미술이 있으면 즐거운 세상으로의 여행을 떠나기 위해 함께 타는 플랫폼이 된다.

교각 지하의 출입구가 멋진 캐노피와 카펫의 아트 게이트가 되고, 계단, 만남의 광장, 벤치, 탁자 등 차갑고 딱딱했던 역사 가구들이 작품으로 다시 태어나 길손들을 반갑게 맞이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미술은 미술관 밖으로 뛰쳐 나와 기꺼이 삶을 동반하고자 한다.

“스트리트퍼니처-새문안길”은 길 위에 있는 다양한 요소들을 어루만짐으로써 그 길을 걷는 삶의 동반임을 자임하고자 한다.

우리가 무심히 만들어 사용하는 의자, 벤치, 가로등, 휴지통, 버스정류장, 볼라드, 전화박스 등 거리 가구들을 자기 집 인테리어 가꾸듯 정성을 다해 어루만져 이 거리가 우리 집과 같은 정감이 회복되도록 시도한다.

새문안길을 선택한 것은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역사박물관, 경희궁, 성곡미술관, 해머링 맨 등 풍부한 문화자원을 가진 길을 아트벨트로 제안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공공미술은 참여다. 작가만으로는 부족하다. 시민들과 소통하고 함께 즐길 수 있을 때 더욱 공공적이고 더욱 아름답다.

“서울시민 꿈 컬렉션”은 미술가들에게 시민들의 꿈을 모으고 시청광장에 전시하라는 미션을 제시한다. 그동안 미술가들은 자신의 꿈을 보여주는데 심혈을 기울여왔다. 이번엔 관객인 시민들의 꿈을 모으고 보여줘야 한다.

예술가들에게는 곤혹스러운 일이지만, 그런 곤혹이 있어야 미술과 사회의 관계가 튼실하게 회복된다. 예술의 욕망이 아니라 사회적 필요에 부응할 때 예술은 일상에서도 아름답다.

시민들의 꿈이 무엇인지, 그것들을 어떻게 모아 꿈의 광장을 만들 것인지... 우리가 보지 못한 예술가들의 새로운 미션과 창의가 시작된다.

꿈 컬렉션의 취지와 비슷하게 “예술가가 달려갑니다.” 역시 기왕의 예술적 태도를 사회적으로 재점검하려 한다. 그동안 미술가들이 캔버스 안의 아름다움만 꾸며왔다면, 이제 공공적으로는 캔버스 바깥, 즉 일상의 요구를 아름답게 충족시키자는 것이 취지이다.

이 프로젝트는 시민들이 필요로 하는 미술적 요구를 작가들이 찾아가 해결해주는 주문형 예술 프로젝트이다. ‘동네 정자를 꾸며주세요.’ ‘마을 빈 벽을 꾸며 주세요.’ ‘동네 사진앨범을 만들어주세요.’ ……

더불어 살면서 나누는 아름다움이라면, 미술가들이 달려가 도전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예술과 세상이 함께 아름다워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개천에서 공공미술 나다!”는 공공미술이 개입할 수 있는 도시적 상황을 실험한다. 지방자치단체의 마을만들기 운동 중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는 하천 문화운동을 지원하면서 그 곳이 생태적일 뿐만 아니라 문화적인 공공영역으로 확장되는 다양한 창의와 도전을 펼칠 계획이다.

설치미술, 생태미술, 미디어아트, 시화전 등 하천이 만든 공동체 활력을 다양하게 표현하면서 미술과 사회적 인프라의 결합이 창출할 수 있는 풍경 변화를 흥미롭게 실험할 계획이다.

“놀이방+공부방 프로젝트”는 찾아가는 공공미술 프로그램의 하나이다. 사회적 관심과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놀이방이나 공부방을 예술가들이 직접 찾고 꾸미면서 어린이들의 꿈의 둥지를 사회적으로 가꿔가는 메시지를 창출하고자 한다.

단순히 시설이나 인테리어 개선으로 빠지지 않고 놀이방, 공부방에 어린이 및 청소년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공공미술적 방식으로 제안한다. 예술가와 함께 하는 놀이방 건축학교, 지역역사학교, 우리동네 답사 프로그램, 우리동네 생활디자인 등 공공미술 개입을 통해 놀이방이나 공부방의 네트워크를 활성화하는 방법을 적극 모색할 계획이다.

이번 도시갤러리 프로젝트는 공공미술을 만들어가는 새로운 과정 및 방식을 새롭게 제시하는 점도 눈길을 끈다.

미술 프로젝트 공모로는 이례적으로 2단계 경쟁을 채택해 경쟁의 투명성과 전문성을 높였다. 1단계 심사에서는 아이디어 우수성을 심사해 소모적인 경쟁을 지양했고, 2단계 심사에서는 1단계 심사를 통과한 우수 제안들이 소규모로 밀도 있게 과업을 진행해 과업 수행력을 강화한다.

또한, 1단계 심사 이후 우수 제안자들은 프로젝트 이해 당사자 및 관련 전문가들과 작품 안을 함께 고민하는 집중검토회의(public charrette)에 참석한다.

그동안 도시문맥의 요구에 상관없이 예술가가 작업실에서 만들어 일방적으로 설치해온 미술장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도시갤러리 프로젝트는 미술과 건축, 도시, 디자인 분야의 전문가, 그리고 시민 대표와 시청, 구청 관계자 등 이해 관계자들이 함께 작품을 집중 검토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공공장소에 설치되는 작품의 장점을 심화하고 단점을 보완하는 한편, 작품을 예술가만 만드는 게 아니라 공동체가 함께 만들어간다는 공공적 취지를 구현하고자 한다.

서울시는 이번 제1권역 공모설명회에 이어 3월말에 제2권역, 4월말에 제3권역의 공모설명회를 잇달아 열어 모두 30개의 공모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SNS 기사보내기
저작권자 © 시사매일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주요기사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