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직원 "세콤 뿐만 아니라 다른 업체에서도 유사사례 여러 번 있었다"

복면강도 돌변 두 얼굴의 경비업체 직원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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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에게 생선가게 맡긴’ 에스원, 범인 ‘전직’ ‘현직’ 말 바꾸기 거짓말 들통
전 직원 “언론 통해 널리 알려져야 경비업체들도 직원 뽑을 때 더 신중할 것”

지난 9일 새벽 서울시 청담동의 A빌라에서 두 명의 여성을 상대로 흉기를 휘두르며 금품을 요구하던 복면강도 노모(31)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두 명의 여성들만이 살고 있다는 사실과 해당 빌라의 위치 및 보안상태를 꿰고 있던 경비업체 직원 노씨는 삼성계열의 에스원의 세콤 직원으로 밝혀졌다. 국내 굴지의 무인경비업체 세콤은 현재 국내 무인경비 시장의 60퍼센트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에스원에서 채용한 경비원들의 자질에 논란이 일고 있다. <월드경제>는 지난 11일 사건 현장을 찾아 경비업체 직원의 행적을 뒤따라 가봤다.

고객의 안전을 지켜주던 경비업체 직원이 돌변해 고객의 재산과 생명을 위협한 일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6월 신세계백화점 정용진 부회장의 집을 턴 범인은 자택 경비원으로 근무하던 보안업체 직원으로 밝혀져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꼴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지난 11일 최초 언론보도와는 달리 ‘전직’이 아닌 ‘현직’ 세콤 직원임이 추가로 밝혀져 파장이 커졌다. 9월13일에는 ‘단순강도’였던 노씨의 범행이 ‘수차례 성추행 및 성폭행 미수’로 드러났고 결국 에스원은 공식사과문을 발표했다.

초기 ‘지난 주 퇴사한 직원이니 우리와 관계없다’는 태도로 해당 사건을 무마하려 한 세콤과 에스원, 그리고 이들 배후 대기업의 ‘뒷수습용 거짓말’을 향한 비난이 드높아지고 있다.

에스원, "말 바꾸기 한 것 아니다"

9일 새벽 자신이 경비를 맡고 있던 서울 청담동 빌라에 복면을 쓰고 강도짓을 하다 경찰에 붙잡힌 노모(31)씨가 “경비업체 에스원의 전직 직원이 아닌 현직 직원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J일보가 11일 보도했다.

J일보는 이날 기사에서 서울 강남경찰서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담당 형사가 진술 조서를 받을 때 ‘직업이 뭐냐’고 물었더니 노씨가 ‘세콤 직원’이라고 말했다”며 “노씨는 현직 에스원 직원”이라고 밝혔다.

또한 “에스원 측이 지난 9일 ‘노씨가 5일 그만뒀다’고 밝혔다가 10일엔 ‘(범행 전날인)8일 그만뒀다’고 말을 바꿨다”며 전제한 뒤 “에스원 측이 ‘그만둔 사원이 맞다’는 말을 되풀이할 뿐 노씨의 사표제출시기 등과 관련된 증거자료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면 에스원 측은 11일 <월드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우리는 J일보를 비롯해 몇몇 언론사 기자들에게 지난주에 퇴직했다고 했지 구체적인 날짜를 언급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문제가 된 직원은 지난 8일자로 퇴직했다.

본인이 이날 오후 직접 자필로 사퇴서를 냈다”며 “우리가 보도에서처럼 말 바꾸기를 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에스원 관계자는 관련 증거자료를 제시하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사직서는 인비사항이라 개인정보가 담긴 것이라 오픈을 할 수 없다”며 “자필사직서가 의심스럽다면 기자들에 한해 보여드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나온 사과문이 없다. 재발방지를 위해 재발방지책을 만들고 있는 중”이라며 “이런 일이 생겨서 의외다. 고객들에게 신뢰가 우선인데 이런 일이 생겨서 좀 그렇다”고 말했다.

“이번이 처음 아니다”

한편 모 경비업체에서 근무했던 한 전직 직원에 따르면 언론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런 유사한 사례는 여러 번 있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직원 A씨는 기자에게 “불과 1~2년전만 해도 모 경비업체 현직직원이 은행자동화코너를 털었다가 퇴사된 적이 있다”고 전제한 뒤 “이런 일이 언론보도를 통해 대중들에게 알려지지 않아서 소비자만 모르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A씨는 이번 강도 사태에 대해 “언론를 통해 널리 알려져야 경비업체측도 직원을 뽑을 때 더 신중할 것”이라며 “이번 일을 통해 경비업체가 좀 더 각성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 2004년 3월 농협 아산지부 1억원 도난사건의 범인은 현금자동지급기 관리를 맡고 있던 전직 경비업체 직원이었고, 지난 해 대전 소재 모 대학에서 보안카드를 가지고 다니며 교수실을 ‘털어온’ 범인 또한 전직 경비업체 직원으로 밝혀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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