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규명은 ‘도마뱀 꼬리 자르기’ 제2, 3의 사태 우려된다"

전력노조, 9.15 정전사태 전면 재조사 촉구 성명서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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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전력노조

[시사매일=최영철 기자] 전국전력노동조합(위원장 김주영)이 28일 지난 15일 발생한 사상 초유 대규모 정전사태와 관련해 '9.15 정전사태 전면 재조사 촉구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날 김주영 전국전력노조 위원장은 성명서에서 "전국적 규모의 정전사태가 발생한지 불과 1주일 만에 사태의 원인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완벽한 대책을 수립한 그 ‘졸속성’에 경탄할 겨를도 없이, 신속하게 몇 명을 ‘정리’함으로써 성난 민심을 수습하고 사태의 본질까지도 바꿔내는 정책당국의 현란한 솜씨에 경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전력노조의 성명서 전문내용이다.

전국적 규모의 정전사태가 발생한지 불과 1주일 만에 사태의 원인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완벽한 대책을 수립한 그 ‘졸속성’에 경탄할 겨를도 없이, 신속하게 몇 명을 ‘정리’함으로써 성난 민심을 수습하고 사태의 본질까지도 바꿔내는 정책당국의 현란한 솜씨에 경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정부의 인식과 능력이 이 정도라면 정말 큰일이다. 우리는 철저하고도 신중한 조사를 통해 근본적 처방을 기대했다. 불과 1주일 만에 사태의 원인을 밝혀내고 그 대책까지도 만들어낼 만큼 이번 사태는 결코 간단치 않음을 누구나 알고 있다. 수백만의 사람들이 원인도 모른 채 초유의 정전사태를 경험했고,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서 사태의 철저한 원인조사와 근본적이고 항구적인 대책수립을 지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불과 1주일 만에 모든 것을 끝냈다는 것은 국민과 대통령을 우롱하는 사태로 밖에 볼 수 없으며, 제2, 제3의 사태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정부 조사단이 밝힌 정전사태의 원인은 ‘수급판단실패’, ‘정보 미공유’, ‘대국민홍보실패’ 이다. 그러나 왜 이러한 문제가 발생했는지에 대해서는 어떠한 조사도, 답변도 하지 않고 있다. 거듭 밝히지만 이번 사태의 근본적 원인은 정책 실패이다. 전력산업 분할 민영화와 경쟁체제가 불러일으킨 명백한 정책 실패인 것이다. 분할 경쟁이 심화되면서 정보의 왜곡, 비대칭 문제는 심각하게 제기되었다. 수급판단과 계통운영의 필수적 조건은 발전소와 변전소, 송전망 및 배전망에 이르기까지 네트워크내 전력공급 주체간의 모든 정보들이 완벽하게 공개되고 공유되어 하는 것이다. 그러나 분할된 전력회사간의 경쟁 체제는 정보의 왜곡과 정보의 비대칭을 심화시킬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번 사태 또한 지난 2006년 발생한 제주 전역의 정전사태의 판박이에 다름 아닌 것이다. 당시에도 이미 전문가와 종사자, 그리고 국회까지 나서서 이번 사태와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고 근본적 해결을 위한 전력산업 재통합을 강력하게 촉구한 바 있었다.

정책실패의 문제는 전력산업 내 도처에서 불거지고 있다. 케너텍, 인천공항에너지 등 소위 분산형 전원구축과 경쟁체제를 위해 도입했던 구역전기 사업제도의 실패는 국민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유가와 환율급등으로 전력원가가 급상승했음에도 정치적 이유로 전기요금을 사실상 동결하였고, 그것도 모자라 수십 가지 명목의 정책부담금을 전기요금에 전가시키고 있는 것 또한 이번 사태의 원인과 직접적 관련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하고자 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다. 수급 안정과 소비절약 중심의 땜질식 처방을 내 놓은데 이어, 세부 실행방안을 수립하겠다며 구성한 테스크포스팀의 면모는 우려의 차원을 넘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사태의 근본원인이 분할민영화와 경쟁체제임에도 불구하고 분할민영화 경쟁체제의 도입을 주도한 노회한 경제학자를 테스크포스팀의 책임자로 임명했다는 것은 사태수습이 아니라 오히려 사태를 악용하여 분할민영화 정책을 더욱 밀어붙이겠다는 의도라고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그는 “우선 요금을 원가 이상으로 올려야하고, 시간대별로 수요와 공급을 반영하는 요금이 책정되도록 전력부문에도 시장도입을 완결해야”로 이미 그 해법을 명확히 제시한 바 있다(이승훈,「전력대란의 시장원리」, 2011. 9. 23일 등록, 한국경제연구원 칼럼). 이제는 시장도입의 가속화가 가져올 재앙이 비단 이번사태와 같은 ‘전력대란’에 머물지 않고 ‘전기요금 폭탄’까지도 각오해야할 상황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책임규명의 문제는 더욱 가관이다. 진정한 책임은 정책실패인 것이고 정책실패의 책임은 해당자 몇 명의 옷을 벗기는 것이 아니라, 실패한 민영화 경쟁 정책을 철회하고 전력 산업의 공공성을 확장하는 것으로 정책의 골간을 바꿔내는 것이다. 이러한 선결 조건 없이 기관장이나 경영진 몇 명의 옷을 벗기고, 심지어 실무자를 중징계하는 것으로 모든 책임문제를 종결하고자 한다면, 이는 전력산업의 최 일선에서 사명감으로 일해 온 전력인의 자존심을 짓밟는 것이며, 나아가 사태의 근본적 대책을 촉구해온 전문가, 국민을 우롱하는 것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다시한번 정부에 촉구한다. 졸속원인조사에 이은 땜질식 처방, 책임자 몇 명 처벌의 정치적 해결로 이번 사태를 마무할 것이 아니라 사태의 원인을 철저하게 근본적으로 재조사해야한다. 그리고 근본적 원인이 밝혀진 뒤에 항구적이고, 세밀한 대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따라서 우리 전력노조는 한전 분할 민영화를 주도했던 인사들이 참여한 「전력위기 대응체계개선 TF」를 해체하고, 정부와 전력 전문가, 전력종사자들이 함께 참여하는 「9.15 정전관련 원인조사 및 대책수립 공동연구단」을 구성할 것을 정부에 공식적으로 제안한다. 정부가 진정으로 안정적 전력공급과 효율적인 전력산업의 발전을 도모한다면 우리 전력노동조합의 충심어린 제안을 받아들이고 근본적인 대책수립에 최선을 다해 줄 것을 촉구한다.

2011년 9월 28일

전국전력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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