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버스기사에 무죄 판결한 1심 깨고, 벌금 1000만 원 선고

버스전용차로서 무단횡단 사고…버스기사 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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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한복판 중앙 버스전용차로를 무단횡단하던 시민을 치어 숨지게 한 버스운전기사에 대해 1심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으나, 항소심 법원은 전방좌우를 살펴 안전하게 운전해야 할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책임을 물어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버스기사 A씨는 지난해 3월17일 오후 5시50분경 버스를 운전해 서울 강남역 부근에서 편도 5차로 중 1차로인 중앙 버스전용차로를 진행하다가 횡단보도 정지신호에 따라 정지했다.

이후 신호가 바뀌어 다시 운행했는데, 보행자 적색 신호를 무시하고 우측에서 무단횡단을 해 오던 B씨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치어 숨지게 했다. 사고지점은 횡단보도에서 25m 지난 곳이었다.

1심은 지난해 11월 “피해자가 무단횡단을 할 것을 예견하기 어렵고, 사고를 피할 수 없었던 점을 들어 사고발생에 대한 운전상의 주의의무위반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자 검사는 “피고인이 버스전용차로를 진행함에 있어 좌우를 잘 살피지 않았고, 보행자 신호에 따라 횡단보도를 건너지 못한 사람 중에서 무단횡단을 하려는 사람들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것을 게을리 한 과실로 무단횡단하던 피해자를 미처 발견하지 못해 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항소했다.

항소심인 서울중앙지법 제4형사부(재판장 이창형 부장판사)는 최근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깨고, A씨에게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한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당시 횡단보도의 보행자 신호등은 녹색에서 적색으로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중앙 버스전용차로를 제외한 나머지 차로는 정체돼 있었으며, 미처 횡단보도를 건너지 못한 보행자들도 있었던 사실, 당시는 오후 5시50분경으로 어둡지 않아 전방을 주시하는데 별다른 장애가 없고, 피고인이 운전하는 시내버스는 다른 차량들보다 차체가 높아 운전자 시야 확보에도 어려움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비록 피해자가 보행자 적색 신호를 무시하고 무단횡단을 하다가 중앙 버스전용차로 부근에서 사고를 당했으나, 피고인은 앞서 가던 버스들의 동태만 살폈을 뿐 전방 우측을 제대로 주시하지 않아 인도로부터 4개 차로를 건너 무단횡단해 오는 피해자를 전혀 발견하지 못해 피해자가 버스에 부딪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사고 지점이 횡단보도에서 다소 떨어진 곳이기는 하나, 당시 일반 차로는 정체로 많은 차량들이 정차 중이었으므로 간혹 신호를 무시하고 차량들 사이로 무단횡단을 감행하는 보행자도 있는 교통현실에 비춰 시내버스 운전자인 피고인은 미처 횡단보도를 건너지 못한 사람들 가운데 그대로 도로를 횡단하는 사람이 있는지 전방좌우를 잘 살펴서 안전하게 운전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 한 과실로 사고가 발생한 만큼 무죄로 판단한 원심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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