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신종플루 '심각' 단계 상향조정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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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3일 국가전염병 재난단계를 최고 단계인 '심각'(red)으로 상향 조정키로 한 것은 신종플루가 대유행기에 접어들면서 범국가 차원의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주 대정부 담화문을 발표할 때만 해도 위기단계 조정에 신중한 입장이었다.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장관은 지난달 27일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한 직후 "환자 발생 수, 중증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위기단계를 올리는 것을 검토하겠지만 현 상황에서는 관리할 수 있다고 판단해 별도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정부가 일주일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은 신종플루의 확산속도가 무섭게 빨라졌기 때문이다.

최근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지고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신종플루 하루 평균 감염환자가 9000명에 육박하는 등 대유행기에 접어들었다.

신종플루 사망자는 매일 속출(40명 돌파)하고 치료거점병원을 비롯해 동네 병·의원에는 밀려드는 의심환자로 큰 혼잡이 빚어지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 중앙인플루엔자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주 신종플루 확진환자는 하루 평균 8857명에 달했다. 이는 전주(4222명)보다 2배나 많은 것이다.

전국 817개 표본감시 의료기관의 외래환자 1000명당 인플루엔자 유사환자 분율(ILI)도 43주차(10월18~24일)에 20.29명으로 전주 대비 119.1%나 급증했다. 이는 ILI 통계를 작성한 이후 역대 최고치였던 올해 1월 수준(17.5명)을 경신한 것이다.

감기환자 가운데 호흡기 바이러스가 검출된 사례는 검사대상 512건의 267건(52.2%)으로 이중 223건(83.5%)이 신종플루 바이러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플루엔자 감염환자 10명 중 8명 이상이 신종플루에 감염된 셈이다.

지난달 말 현재 신종플루 중증 입원환자도 48명으로 일주일 전(22명) 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신종플루의 확산 속도는 학교와 학생들 사이에서 더욱 빠르다.

지난달 넷째주(10월25~31일) 환자 집단 발생은 1148건으로 이중 학교 발생이 1134곳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초등학교는 384곳에서 564곳으로 늘어났고 ▲중학교 218곳에서 274곳 ▲고등학교 201곳에서 208곳으로 각각 확산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결국 이날 국가전염병재난단계를 현 '경계'(Orange)에서 최고단계인 '심각'으로 올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 같은 조치가 한 박자 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신종플루로 인한 국내 사망자가 1000명을 넘어선 미국은 지난 달 24일 먼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여당과 의료계에서도 이전부터 "신종플루 대유행이 이미 시작됐다"며 국가전염병재난단계를 최고 수준인 심각단계로 올려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해 왔다.

보건당국은 그러나 "사망자가 1000명을 넘어선 미국과 우리나라의 상황은 많이 다르다"면서 "심각으로 상향조정할 단계는 중증환자가 넘쳐 흘러 병원이 마비될 정도여야 한다"며 현 단계 유지입장을 고수했었다.

좌훈정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10월 중순부터 신종플루 확진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데 정부의 재난단계 상향조정이 늦은감도 있지만 지금이라도 하는 것이 최선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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