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법 “항공사가 승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

'연착' 에 따른 항공사 최선 다했으면 책임 못 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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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여행을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는데 갑자기 비행기 엔진고장으로 회항해 15시간이나 늦게 귀국했더라도, 승객들은 항공사를 상대로 연착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2007년 1월23일 새벽 0시35분(현지시각)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공항을 출발해 인천 국제공항으로 향하던 비행기가 엔진에 이상이 생겨 30분 뒤 우측 엔진만이 작동하는 상태로 코타키나발루 공항에 회항했다.

이날 승객들은 항공사 측이 제공한 5성급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23일 오후 3시35분 항공사 측이 마련한 대체 항공기를 통해 계획보다 15시간 늦게 인천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그러자 승객들은 항공기 엔진고장과 회항으로 극도의 불안감을 느꼈고, 당초 계획보다 15시간이나 늦게 도착한 데 따른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며 해당 항공사를 상대로 위자료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항공사 측은 “이 사고는 항공기 엔진 부품의 설계상 결함으로 인해 발생한 불가항력적인 사건이고, 사고 발생 후에도 숙박시설과 대체 항공기를 마련하는 등 승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의 조치를 취했으므로 책임이 면제돼야 한다”고 맞섰다.

법원도 항공사의 손을 들어줬다. 대전지법 제13민사부(재판장 윤인성 부장판사)는 최근 사고 항공기에 탑승했던 노OO씨 등 승객 51명이 항공사인 대한항공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것으로 8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개정 바르샤바 협약에 따라 원고들은 위 협약이 인정하는 범위 내에서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의 청구를 할 수 있는데, 위 규정은 여객 운송 중의 사고로 인한 여객의 정신적인 손해는 운송인의 손해배상책임 범위에서 배제하고 있으므로, 승객들의 손해배상청구는 배척된다”고 밝혔다.

이어 “운항 스케줄에 따라 이륙했던 항공기가 다시 회항함으로써 운항 스케줄이 당초 예정보다 15시간이나 늦어진 경우에는 개정 바르샤바 협약 제19조(운송인은 승객, 수하물 또는 화물의 항공 운송에 있어서의 연착으로부터 발생하는 손해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에 규정된 연착에 해당하나, 이 사건 사고는 설계상의 결함으로 인한 것으로 전례가 없다”고 덧붙였다.

또 “피고가 정비 및 점검을 완벽하게 수행했어도 방지할 수 없는 사고로서 피고의 실질적 통제를 벗어난 영역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점, 사고 발생 후에도 피고는 말레이시아 출입국관리소와의 협의 및 신속한 호텔 섭외 등으로 승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 점도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공항에 즉시 대체 항공기가 없었던 관계로 인천공항에 있던 항공기가 대체항공편으로 투입된 점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는 승객들의 손해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취를 취한 것으로 판단되므로, 개정 바르샤바 협약 제20조에 따라 손해배상 책임이 면제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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