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지원 “책임 전가하려하고, 피해자 유족에 피해보상도 안 해”

무시하는 주방장 살해한 주방보조 징역 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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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갑내기 주방장으로부터 잦은 질책과 하대를 받는 것에 불만을 품고 있던 중 잠을 자고 있는데 시비를 걸어온 주방장을 목 졸라 살해한 뒤 도주했던 40대 주방장 보조에게 법원이 징역 8년을 선고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L(46)씨는 2007년 10월부터 천안시에 있는 한 중국음식점에서 주방장인 A(46)씨와 함께 주방보조로 일하게 됐는데, 동갑내기인 A씨로부터 주방 업무에 관해 잦은 질책을 받고, 자신을 하대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품게 됐다.

그러던 중 L씨는 10월24일 숙소에서 잠을 자고 있는데 A씨가 술에 취해 들어와 L씨가 새 이불을 덮고 자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면서 이불을 발로 걷어치우며 깨우는 등 시비를 걸자 승강이가 벌어졌다.

이에 몸싸움을 하던 중 L씨는 A씨를 발로 넘어뜨리고 몸 위에 올라타 목 부위를 10분 가량 조르고 왼쪽 얼굴 관자놀이 부분을 4회 가량 때렸다.

이때 A씨가 반항하다가 어느 순간 몸에서 힘이 쭉 빠지는 것을 느낀 L씨는 화장지를 A씨의 코 위에 올려놓아 화장지가 움직이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도 아무런 구호 조치 없이 즉시 옷가지 등을 챙겨 사건 장소를 빠져 나와 도주했다.

하지만 L씨는 1년5개월 동안 도피생활을 하다가 붙잡혔다. 결국 L씨는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대전지법 천안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문광섭 부장판사)는 최근 L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한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사람의 고귀한 생명을 빼앗은 것으로서 범행 결과가 매우 중대한 점, 피고인은 자신으로부터 상당히 과격한 폭력을 당한 피해자가 갑자기 숨을 쉬지 않는 것을 확인했음에도 아무런 구호 노력도 취하지 않은 채 그대로 도주했고, 이후 체포될 때까지 1년5개월 동안 도피생활을 계속한 점에서 죄질이 불량하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이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중대한 범행을 저지른 데 대해 반성한다는 표현을 하고 있으나, 한편으로 사건의 원인이나 결과에 관해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거나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려 하는 등의 언동을 보면 과연 진지한 반성을 하는 것인지 의심스러운 면이 있고, 또한 현재까지 피해자의 유족들에게 피해회복을 위한 아무런 조치도 취해지지 않은 점에서 엄중한 형을 선고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은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나 생활하면서, 함께 일하고 기거하던 피해자로부터 잦은 질책과 무시를 받아오던 중, 술을 마신 상태에서 피해자의 시비로 싸움을 하게 됐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로부터 급소(낭심)를 공격당하자 순간적으로 격분해 우발적으로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해 형량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L씨는 이번 판결에 불복해 “형량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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