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패스 테스트,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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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코패스 체크리스트(PCL-R)
경기경찰청 범죄분석팀의 프로파일러들이 강호순을 "PCL-R(사이코패스 체크리스트, 한국판 판권: 학지사심리검사연구소)"로 분석한 결과, 두 차례 테스트에서 27점과 28점이 나왔다고 밝힌 바 있다.

(연쇄살인범 유영철의 점수는 38점으로 사이코패스 성향이 강하다고 평가되었다.) 총 20개의 문항으로 구성된 PCL-R은 항목마다 0~2점까지 점수를 매겨 40점에 가까운 점수가 나왔을 경우 사이코패스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미국은 30점 이상, 한국은 24점 이상이면 사이코패스로 분류한다.

이와 같이 강호순, 유영철 등 연쇄 살인범이 등장할 때마다, 그들의 성격 및 심리에 대한 분석이 화제가 되고는 한다. 하지만 현재 인터넷상에 떠도는 무분별한 사이코패스 테스트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

특히 우려되는 부분은 유영철, 강호순 등 범죄자들을 검사했다고 해서 관심을 모은 PCL-R의 전체 문항이 마치 자가 진단용 심리테스트인양 노출되어 일반인들 사이에 화제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PCL-R은 심리훈련을 받은 전문가가 대상자와 면담을 통해 점수를 매기는 것으로 일반인의 자가 진단용으로 만든 게 아니다. PCL-R의 임상적 혹은 법적 평가는 한 개인이나 일반 대중에게 잠재적으로 매우 심각한 시사점을 가지기 때문에 검사자가 매뉴얼의 내용을 단지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PCL-R의 한국판 판권을 소유한 학지사심리검사연구소에서는 검사자들은 정신병질에 대해 현존하는 임상적, 경험적 자료를 충분히 접하고, 심리검사와 해석의 기본 원리와 한계를 이해하고 있어야 하며, 그들의 검사가 심리검사에 대한 전문가적, 법률적 기준에 따라 수행되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PCL-R을 신뢰성 있고 적절하게 사용하기 위해서 충분한 임상적, 법정 심리학적 훈련과 경험을 쌓아야 한다.

검증되지 않은 사이코패스 테스트 및 분석은 이제 여기서 그만 둘 필요가 있으며, 간단한 테스트로 누군가를 사이코패스로 단정지어서도 안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화제를 모으고 있는 사이코패스란 과연 어떤 특징을 가지는가? 또한 왜 그들은 범죄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것인가?

사이코패스는 반사회성 성격장애의 하위 분류로 본다. 하지만, 성격장애, 혹은 정신장애가 범죄의 원인이 될 경우, 환자는 범죄에 대해 통제를 할 수가 없는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르지만, 사이코패스 범죄자의 경우는 죄책감을 느끼지 못할 뿐,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명확히 인지한 상태로 범죄를 저지른다.

환자가 아닌 범죄자인 것이다. 사이코패스는 치료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며, 오히려 역전이를 일으켜 치료자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고 알려졌다.

PCL-R의 저자인 범죄심리학자 로버트 헤어 교수(Robert D. Hare, Ph.D.)는 사이코패스의 전통적 특징을 세 가지 넓은 범주, 대인관계, 정서, 행동/생활양식에서 기술하였다.

대인관계상으로 사이코패스는 과장되고 이기적이고 교묘하며 지배적이고 강력하며 착취적이고 냉담하다. 정서적으로 그들은 피상적이고 불안정한 감정을 드러내며, 사람들, 원칙, 목표 등과 지속적인 유대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고 공감, 죄의식, 그리고 양심의 가책이 결여되어 있다.

그들의 생활양식은 충동적이고 불안정하며 감각을 추구한다. 그들은 노골적이거나 암묵적으로 쉽게 사회규범을 위반하고 사회적 의무와 책임을 이행하지 않는다.

법정 정신의학자와 연구자들은 종종 사이코패스들이 외관상 매우 노골적이고 명백하게, 그러나 피상적이고 기계적으로 스스로의 행동과 자신이 한 일들에 대한 느낌, 그리고 그 행동이 타인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생각을 표현하는 것을 곤혹스러워 한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사이코패스의 후회하는 듯한 정서표현은 종종 눈치 빠른 검사자들을 속이지 못하며, 심지어는 그들의 정서적인 단어와 어구의 사용이 단순한 흉내내기에 불과하다는 인상을 받기도 한다.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의 인식과 대인관계 안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은 감정과 내적 성찰, 경험 등을 담고 있는 반면, 사이코패스의 행동은 얕고 정서적으로 메말라 보인다.

Cleckley(1976)는, "사이코패스는 일반인처럼 말하는 법을 배울 수 있고, 타인의 감정을 토대로 마치 팬터마임을 하는 것처럼 적절하게 정서를 재현해내는 법을 배울 수 있다. 그러나 감정 그 자체를 느끼지는 못한다"고 이야기했다.

사이코패스가 아닌 범죄자 집단과 일반인 집단은 은유적 표현의 방향과 정도를 구분하는 데 있어 어려움을 겪지 않은 반면, 사이코패스 집단은 은유적 표현의 방향과 정도 판단에 있어 빈번한 분류오류를 기록했다. 예를 들어, 일반인 집단이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한 은유적 표현을 매우 부정적이라고 분류하는 등 극단적인 오류가 발생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한 사이코패스는 '사람은 지구라는 시체 위에서 살아가는 한 마리의 벌레'라는 문장을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사이코패스는 '사랑이란 세계의 불행을 치료하는 약"이라는 문장을 매우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와 같이 사이코패스들은 은유적 표현을 글자 그대로의 뜻은 올바르게 해석하는 반면, 내포된 정서적 느낌은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특성을 보였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는 사이코패스들의 열등한 지적 능력에 의한 것은 아니다.

그들 중 몇몇은 대학 학위를 가지고 있었으며, 대부분은 평균 수준의 지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정서적 이해와 경험의 폭이 넓지 않다는 것은 분명히 알 수 있다.

위에 언급된 한국판 PCL-R은 알려진 바와 같이 재소자와 범죄 피의자를 대상으로 정신병질 및 성격장애의 유무를 판단하는 검사다. 기초연구, 임상현장, 혹은 법정현장 연구에서 정신병질(사이코패시, psychopathy)을 평가하기 위해 개발된 검사로서, 20개의 문항으로 이루어져 있다. 반구조화 된 면담, 기록문서, 그리고 부가정보를 이용하여 정신병질의 전통적 구성개념과 관련된 성격특질과 행동을 측정한다.
이 검사는 조은경, 이수정 교수가 한국판 표준화를 개발하였다.

* 출처: 한국판 사이코패스 체크리스트(Hare PCL-R) (Robert D. Hare, Ph.D 저, 한국판 표준화: 조은경, 이수정)
* 한국판 판권: 학지사심리검사연구소 http://www.kop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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