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이승엽 타령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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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해 이젠 이승엽을 놓아줘야 한다.

한국대표팀이 이승엽의 WBC 참가를 위해 본인의 뜻과는 달리 보기에도 딱할 정도로 이승엽을 압박하고 있다. 이에 이승업은 30일 최후통첩 성격의 발언을 했다. 예상대로 WBC 참가를 거부한 것이다.

이제 김인식 감독을 포함한 한국 야구관계자들은 더 이상 이승엽에게 미련을 보여서는 안 된다. 1%의 가능성을 위해 앞으로도 계속 이승엽을 압박할 경우 그것은 이승엽에게 더 큰 부담을 안겨주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물론 김 감독이 이승엽의 참가를 고집하는 이유에 일리는 있다. 그만한 4번타자감이 없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이승엽의 존재감만으로도 상대팀을 주눅들게 할 수도 있다. 특히 이승엽이 일본전에 강하기 때문에 일본을 이기기 위해서는 그의 참가가 절실히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이승엽의 상태는 다른 선수와 아주 다르다. 정신적으로도 매우 피로하다. 팀 내 입지도 예전 같지가 않다. 4번 자리는 이미 라미레스에게 빼앗겼고, 내년 시즌 주전 자리 역시 보장받지 못한 상태이다. 한국이야 그의 활약으로 WBC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그만이겠지만, 만의 하나 이승엽이 일본으로 돌아가서 난조에 빠지게 되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김인식 감독이 질 것인가?

물론 국가를 위해 뛰어야 할 때는 어떤 일이 있어도 뛰어야 한다. 그러나 이승엽의 경우는 사정이 다른 선수와는 너무도 다르다. 이제 그의 뜻을 존중해줄 때가 됐다. 우리 한국이 이승엽 없이도 얼마든지 일본을 꺾을 수 있다는 힘을 이번에 보여줘야 한다. 언제까지 이승엽에게 의존할 것인가? 이승엽과 같은 한 방이 있는 선수는 지금 국내에도 얼마든지 있다. 이런 선수들을 키워야 한다. 눈 앞의 성적만을 위해 특정 선수에게만 의존하는 습성을 이제는 버려야 한다. 그래야 한국야구가 발전할 수 있다.

잘 하는 선수들로만 구성하면 누가 감독이 돼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도 좋은 성적을 올리는 감독이 진짜 좋은 감독이다. 김인식 감독도 이제는 더 이상 이승엽을 압박하지 말아야 한다.

한국이 설사 WBC에서 일본에 진다 한들 욕할 사람 아무도 없다. 지난 대회와 베이징올림픽에서 일본을 거푸 눌렀다고 해서 이번 대회에서도 일본에게 이겨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김인식 감독과 야구 관계자들도 그런 부담에서 벗어나야 한다. 또 이기면 좋겠지만, 설사 진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내년 시즌이 시작하기도 전에 일본에 져서 국내 프로야구 흥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걱정은 기우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야구팬들 그 정도 수준은 이미 넘어섰다.

그리고 한가지 더. 이승엽이 이번 WBC에서도 맹활약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만약 부진한다면, 그래서 이승엽 때문에 일본에게 진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돌릴 것인가? 자칫 이승엽에게는 치명적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이제 더 이상 이승엽 참가 문제로 왈가왈부할 것이 아니라 있는 선수들 잘 다독거려서 좋은 성적을 올리는 데 온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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