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벌제' 이후 리베이트 음성적으로 변해

50억 불법 리베이트 이면에 숨겨진 '동화약품'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사매일 김혜리 기자】제약사와 병원 또는 의사간에 은밀하게 행해지는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가 여전히 근절되지 않은 채 더욱더 음성적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 처벌법규가 시행된 2008년 12월 이후 사상 최대 규모의 리베이트 수수 사건이 터졌다.

소화제 ‘까스 활명수’로 유명한 117년 전통의 동화약품(회장 윤도준)이 의사들을 상대로 수십억 원대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됐다.

동화약품은 오너 3세인 윤도준 회장 체재가 출범한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식품의약안전 중점검찰청인 서울서부지검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수사단’(이하 합동수사단)은 전국 923개 병의원 의사에게 50억 7000만 원 상당의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동화제약 영업본부장 가모(49)씨를 비롯해 의약품 판매촉진 목적으로 의사에게 각각 약 28억 8000만 원, 9억 2000만 원 상당을 제공한 에이전시(시장조사 등 대행업무) 대표 나모(50)씨와 다모(51)씨 2명을 적발했다.

또 이들로부터 300만 원에서 3000만 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수수한 의사 등 총 161명을 적발하고 이 중 159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8일 밝혔다.

불법 리베이트 제공자와 수수자를 함께 처벌하는 ‘쌍벌제’가 2010년 11월 28일 시행된 이후 줄 것으로 기대됐던 불법 리베이트가 더욱 음성적으로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셈이어서 향후 사법당국의 수사가 더욱 확대 될 것으로 예성된다.

합동수사단에 따르면 의사 라모(62)씨는 의약품 처방대가로 현금 3000만 원 상당을 수수했다. 일부 의사들은 여러 차례에 걸쳐 현금을 비롯해 수십만 원이 넘는 루이비통 같은 명품 지갑을 받았다. 심지어 거주지 월세까지 지원 받은 의사도 있었다.

수사단 관계자는 “동화약품은 2010년부터 2011년까지 거래처 의사에게 약 10억 원 상당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등 부당한 방법으로 고객을 유인하다 지난해 12월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돼 시정명령을 비롯해 과징금 8억 8900만 원을 부과 받았다”며 “(동화제약은 공정위의) 조사가 이뤄지고 있던 기간에도 의사들에게 관행적으로 현금 등을 제공하는 영업활동을 해왔다”고 밝혔다.

합동수사단은 이번에 적발된 의사 및 제약사와 관련해 보건복지부와 식약처에 면허정지, 판매업무정지 등 행정처분을 내릴 것을 의뢰한 상태다.

리베이트 영업 어떻게 했나? 이번 사건을 통해 불법 리베이트가 더욱 치밀하고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음이 확인됐다.

동화제약 영업사원들은 거래처 의사에게 제공할 리베이트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허위 영수증 등을 이용했다.

영업사원 개인이 사적으로 사용한 카드, 현금 영수증을 회의?식대 비용 명목으로 허위로 정산하는 불법을 저질렀다는 게 합동수사단의 설명이다. 특히 일부 영업사원들은 단골 식당에서 허위 결제 후 취소하는 방법은 물론 버려진 영수증을 줍는 방법까지 동원해 영수증을 확보 했다.

수사단 관계자는 “의약품 거래질서 확립에 선도적인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할 100년 전통의 중견 기업마저도 고질적인 불법 리베이트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앞으로도 불법 리베이트 관행이 근절될 때까지 엄정하고 지속적으로 단속활동을 펼쳐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한편 보건복지부(장관 문형표)는 이 사건 수사 결과를 토대로 관련 대상자에 대한 행정처분 및 관련 의약품의 상한금액 인하 조치를 추진할 계획이다.

상한금액 인하조치가 내려질 경우 유통질서 문란행위에 해당하는 의약품에 대해 부당금액에 따라 약제 상한금액이 최대 20% 인하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의료법·약사법 등 관련 법령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라며 “국회통과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그러면서 “앞으로도 유관 기관과의 공조체계를 강화하고, 지속적인 단속활동과 더불어 불법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제도 개선을 모색하겠다”고 강조했다.

SNS 기사보내기
저작권자 © 시사매일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주요기사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