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정맥혈전증·하지정맥류 등 임산부가 지나치기 쉬운 정맥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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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은 여성에게 있어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많은 변화를 초래한다. 이 변화들은 임신기간 뿐만 아니라 출산 후에도 영향을 미쳐 많은 여성들에게 불편함과 고통을 주게 된다. 이러한 것 중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많은 여성들이 앓고 있는 병이 정맥질환이다.

정맥질환 중 가장 흔한 병이 하지정맥류이다. 하지정맥류라는 병은 들어본 사람이 적겠지만 푸른 힘줄이 다리에 튀어나온 병이라고 하면 대부분 고개를 끄덕이며 그것도 병의 일종인가? 라고 반문하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정맥류란 병은 정맥 내 판막의 부전으로 인해 정맥혈이 역행되어 발생하는 것으로 밖으로 보이는 정맥의 확장 및 돌출 외에도 다리가 무거워지고(중압감), 무지근한 통증(둔통)을 동반하며 야간에 흔히 쥐가 난다(야간 근경련).

병증이 심해지면서 조금만 오래 서서 있거나 많이 걸어도 위와 같은 증상이 나타나며 일시적인 면역저하상태가 되면 정맥염이 발생하여 튀어나온 정맥이 딱딱하게 되고 만지기만 해도 심한 통증을 유발시키게 된다. 정맥이 튀어나온 부위에 피부의 변색을 보이고 더욱 심한 경우는 당뇨병 환자에서처럼 다리나 발에 조금만 상처가 나도 피부궤양이 나타나면서 상처가 낫지 않는 피부궤양이 나타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하지정맥류의 유병율은 정확히 조사된 바 없으며 미국, 영국, 캐나다 등에서 조사한 바로는 2.5 - 3.5 % 정도이다. 이 조사도 수 십년 전의 결과로 현대인의 직장 및 가정에서의 생활습관의 변화를 고려하면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하지정맥류로 고민하고 있다고 예상된다.

발병의 성비를 보면 여성에서 남성보다 약 3배에서 4배 정도 많이 발생한다. 하지정맥류의 원인은 가족력, 직업, 호르몬의 변화, 혈관기형 등 다양하다. 하지만 가장 많은 원인은 여성에서의 임신이며 이로 인해 여성에서 월등하게 하지정맥류가 많이 발병하게 된다.

임신으로 인해 하지정맥류가 발생하는 병리는 크게 세 가지이다. 임신으로 인한 호르몬의 변화, 임신과 함께 혈액량의 증가, 태아를 포함한 자궁으로 인한 혈류의 장애가 그것인데 얼핏 태아와 커진 자궁으로 인해 혈류의 장애가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하기 쉽고 물론 임신 후반에 하지정맥류가 나타나는 산모에서는 그것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임신으로 인하여 하지정맥류가 발생한 환자를 조사한 여러 결과를 보면 임신 첫 3개월에 발생한 경우가 70-80%, 중반 3개월에 발생한 경우가 20-25%, 후반 3개월에 발생한 경우가 1-5%로 자궁과 태아가 많이 커져 정맥의 혈행을 방해하기도 전에 발병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임신으로 생긴 다른 변화가 정맥류의 발병을 초래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임신초기에 다리가 무거워지고 둔한 통증을 느끼는 산모들이 많다. 어떤 이는 임신직후 월경을 거르기도 전에 앞의 증상을 먼저 느끼는 사람도 있다. 임신을 하게 되면 여러 종류의 홀몬의 분비가 증가하게 된다. 이 중 에스트로젠은 혈관벽의 평활근을 이완시키고 콜라겐 섬유를 부드럽게 만들어 혈관의 확장을 초래하고 프로제스토론 역시 비슷한 작용을 한다.

현재는 에스트로젠과 프로제스테론의 밸런스가 혈관의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정설화 되어있다. 호르몬의 변화와 함께 혈액량의 증가 역시 하지정맥류 발병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임신 후에 자궁 및 난소 정맥으로부터의 혈류량이 많이 증가하게 된다. 위의 세가지 이유로 정맥이 확장되고 이로 인해 정맥 내 판막부전을 초래하게 된다. 판막자체에 변화가 발생하지 않으면 대부분 임신 시에 나타났던 하지정맥류와 그로 인한 증상은 출산 후에 호전된다. 하지만 판막이 섬유화 등으로 심한 손상을 입게 되면 출산 후에도 정맥혈의 역류는 계속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심한 병증을 보이게 된다.

임신과 관련된 정맥질환 중 많이 발생하지는 않으나 매우 위험한 병은 심부정맥 혈전증이다. 이 병은 장시간 침상안정을 하는 환자에서도 발생하며 장시간 일반석을 이용해 비행기를 이용하는 사람에게서도 나타나 일명 일반석증후군(economy class syndrome)을 일으키기도 한다.

195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출산 후 1주 또는 그 이상까지도 산모의 보행을 좋지 않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출산 후 조기보행이 권장되고 또 시행되면서 심부정맥혈전증의 발병빈도는 현저히 줄어들었다.


심부정맥혈전증이 임신과 관련되어 나타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출산 시 갑자기 감소한 혈액응고인자는 출산직후부터 다시 증가하여 대부분 출산 3일째에 정상치로 된다. 따라서 혈액내의 혈액응고작용이 왕성해지고 이로 인해 혈전 즉, 혈액이 응고되어 핏덩어리를 형성하기가 쉬워진다.

출산 후 심부정맥 혈전증이 나타난 산모의 50%에서 출산 2일째에 발병한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출산 후에 장기간 침상안정을 하고 있을 경우에는 혈전의 형성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전치태반이나 이와 비슷한 난산으로 인해 산모가 출산 후 장기간 침상안정을 하는 경우에는 발병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혈전은 하지정맥, 특히 심부정맥에 잘 생기며 혈전이 생기고 난 후 활동을 시작하게 되면 혈전이 떨어져 나가면서 심장으로 가게 되고 심장에서 다시 혈액이 산소공급을 받기 위해 폐로 향하는데 이때 혈전들이 폐동맥을 막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폐동맥 색전증이다.

심부정맥 혈전증의 가장 위험한 합병증이며 1987년 미국 메사츄세츠에서는 산모 사망원인 중 2번째를 차지하기도 했다.

임신기간 동안 정맥질환의 발병 자체를 완전하게 예방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지만 최소한으로 하고 증상을 줄이기 위한 몇 가지 방법은 있다.

먼저 하지정맥류의 발병을 줄이는 방법은 임신기간 중 장기간 서서 있거나 오랫동안 앉아있는 것을 피하는 것이다. 또한 자주 다리를 심장보다 높이 올려 하지의 정맥혈이 순환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임신때 여성에서 나타나기 쉬운 변비 역시 복압상승을 초래하여 정맥류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임신 후반기에는 태아와 자궁으로 인해 장골정맥 등이 압박되기 쉬우므로 누워있을 때 자주 옆으로 돌아눕는 것이 도움이 된다. 임신 전부터 하지에 푸른 혈관이 두드러졌던 산모나 하지의 중압감, 둔통이 나타나는 산모는 고탄력 압박 스타킹을 착용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의료용 압박 스타킹은 발부터 허벅지까지 적절한 압력으로 하지를 압박하여 하지 정맥혈의 순환을 도와주고 정맥의 확장을 막아 정맥 내 판막의 부전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심부정맥혈전증을 방지하려면 출산 후 가능한 빨리 보행을 하는 것이 좋다. 만약 난산으로 인해 출산 후 안정을 취해야 할 경우라면 누워있는 상태에서라도 발끝을 발등 쪽으로 올렸다 내렸다 하는 운동을 하고 다리 전체를 맛사지 하여 정맥혈이 오랫동안 저류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하지정맥류가 있는 여성이 임신하였을 경우 없는 여성에 비해 심부 정맥혈전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임상보고가 있으므로 임신 전부터 하지정맥류 또는 표재성 혈전정맥염이 있는 여성은 임신하기 전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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