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對美 통상 전략 전면적인 재검토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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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일닷컴】미국 상무부가 설날 연휴인 16일(현지 시간)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 철강 수입국에 대해 강력히 규제하겠다는 보고서를 백악관에 제출했다. 무역확장법 232조까지 들고 나와 수입 철강 제품에 관세를 대폭 올리겠다고 한 것이다.

232조는 수입품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될 경우 수입을 긴급 제한하거나 강력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냉전이 한창이던 1960년대에 만든 이 조항은 지난 40년 가까이 발동된 적이 없다.

트럼프 행정부가 사실상 사문화됐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조항까지 부활시켜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고삐를 더욱 바짝 죄고 나선 것이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집권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어디로 튈지 가늠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동안 이 보고서에 한국산 철강 제품에 불리한 내용이 포함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계속 제기돼 왔다. 그럼에도 정부는 한국이 미국의 동맹이라는 점을 내세워 한국산 철강이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점만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결국은 미국의 전통적인 우방인 캐나다, 일본, 독일 등은 빠지고 한국을 포함한 12개 국가만 규제 대상이 됐다. 중국, 러시아와 같은 취급을 받게 된 것이다. 최악의 경우 53%의 관세를 적용받을 수도 있다. 우리로서는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미국의 발표가 나온 직후인 17일 오후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강남구 한국기술센터에서 국내 철강업계와 관련한 민관합동 대책회의를 직접 주재한 것은 그만큼 충격이 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대로 가다간 대미(對美) 수출이 사실상 어렵다고 우려한 철강업계에서도 포스코 권오준 회장을 비롯한 주요 회사 CEO들이 대거 참석했다. 그만큼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반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 결정을 내리는 데드라인은 오는 4월 11일이다. 물론 그전에 결정될 수도 있다. 그만큼 시일이 촉박하다. 정부는 미국 정부가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민관이 함께 미국 정부와 의회는 물론 업계도 접촉해 설득에 나서기로 했다.

또한 피해를 최소화시키는 방안을 적극 강구할 방침이다. 그러나 정부는 미국이 왜 한국을 포함시켰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고 하고 있다. 주요 우방국 가운데 한국만 포함됐는데도 말이다. 그러니 이러한 상태에서 어떤 대응책이든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한 이래 미국의 한국에 대한 경제 압박은 전방위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한미 FTA 개정부터 시작해 기계 부품에 대한 덤핑 예비 판정, 세탁기 등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 수입 제한), TV에 대한 보복 관세 예고, 한국GM 철수 등 일일이 세기도 어려울 정도다.

이제라도 정부는 대미 통상 전략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에 나서야 한다. 우리에게 미국보다 더 중요한 안보·경제적 파트너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 미국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승리를 위해선 어떠한 형태든 전기를 마련해야 할 입장이다.

이런 점까지 고려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미국의 요구에 당당하게 맞섰다”는 식의 대내용 발언은 우리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정부는 분명히 재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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