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 '아시아의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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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경주는 아시아 최고의 골퍼다.” 일본프로골프(JGTO) 투어 톱프로인 마루야마 시게키(36)는 미국프로골프협회(PGA) 투어 크라이슬러클래식(총 상금 460만 달러)에서 22언더파 266타로 우승한 최경주(35.나이키골프)가 아시아 '넘버원 골퍼'라고 말했다. 

 마루야마는 크라이슬러 클래식에서 최경주에 2타 뒤져 2위에 머물렀던 선수. 일본의 스포츠신문 <닛칸스포츠>도 '형님, 최(경주)와의 아시아 대결에서 2타 못 미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호형호제'하는 최경주와 마루야마의 대회 활약을 비중 있게 다뤘다.

최경주는 PGA투어에서 시즌 1승(소니오픈)을 챙기며 세계랭킹 5위로 뛰어 올랐다. 누가 뭐래도 세계적인 선수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최경주는 16일 제주에서 끝난 유럽투어 발렌타인챔피언십에 참가, 골프팬들을 만났다. 내심 우승을 욕심냈으나 어디 그게 그리 쉬운 일인가.

최경주는 다음달 열리는 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를 준비하고 있다. 목표는 우승이다.
최경주의 진가는 이미 오래 전 미국 유수의 골프잡지인 '골프다이제스트'를 통해서도 알려졌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발행부수(155만부)를 자랑하는 '골프다이제스트'는 최경주를 '한국골프를 개척한 선수'라고 소개했었다.  이 잡지는 최경주가 한국인 첫 PGA투어 전 대회 참가권 획득, 한국인 첫 PGA 투어 우승, 한국인 첫 유러피언(EPGA)투어 우승 등을 일궈냈다고 집중 부각시켰다.  
 
최경주는 벌써 3년전인가 SK텔레콤오픈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방한, "샷 교정이 끝나는 연말쯤에는 우승소식을 전할 것"이라고 장담했었다. 그리고 최경주는 PGA투어 크라이슬러 클래식에서 우승하며 그 약속을 지켰다.

최경주는 시즌 중 스윙을 교정했었다. 새로 바꾼 클럽에 적응하지 못했고 샷 교정으로 성적이 부진할 때도 있었다. 크라이슬러 클래식 우승 전까지 '톱10' 진입은 단 2차례에 그쳤다. 반면 5차례나 예선 탈락했다.

특히 지난 6월에 열린 바클레이 클래식에서 예선탈락를 시작으로 3개월 동안 '톱10'은 커녕, 30위권 안에도 들지 못하는 부진을 보였다. 하지만 최경주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거듭되는 부진의 원인을 정확히 알고 있었기 때문. 그것은 샷 교정이었다.

최경주는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샷 교정에 '올인'했다. 최경주의 뚝심은 결국 크라이슬러 클래식에서 발휘됐다.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훌훌 털어 버렸다. 크라이슬러 클래식에서 최경주는 드라이버샷 페어웨이 적중률(83.9%)과 홀당 퍼트수(1.618개)에서 1위를 차지했고, 그린적중률 역시 70%를 웃도는 '퍼펙트 플레이'로 우리 곁에 왔다.샷 교정의 성공으로 '고생 끝 행복 시작'이 시작된 것이다.
 
이제는 메이저대회 우승이다.
 
2004년 4월. 최경주는 골프계를 발칵 뒤집었다. '꿈의 무대'인 마스터스에서 3위를 차지했던 것. 마스터스는 PGA투어 메이저대회. 참가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영광이라고 할 만큼 참가 자체가 어려운 대회다. 여기서 3위를 차지했으니 최경주에게 메이저대회 우승은 꿈이 아니였다. 그 꿈을 올해 이뤄겠다는 각오다.

그동안 PGA투어 2승이 톱프로들이 빠진 상태에서 치러진 B급대회였느니 하며 최경주를 깍아 내리던 시기여서 최경주의 마스터스 3위는 PGA투어 우승보다 값진 쾌거였다. 최경주는 또 PGA투어 우승자만에 참가하는 메르세데스챔피언십에서 준우승하는 등 메이저 우승에 바짝 다가선 상태다.  '우승을 하려면 몰아치기가 나와야 한다'것은 PGA 투어의 불문율. 최경주는 이제 언제라도 우승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선수가 됐음을 이번 클라이슬러클래식 우승으로 보여줬다.

그러나 큰 대회에서 막판 집중력을 곧잘 잃어버린 것은 메이저대회 우승에 앞서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앞으로 마스터스를 비롯해 US오픈, 브리티시오픈, PGA챔피언십 등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기 위해서는 심리적 중압감을 견뎌낼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최경주, '지옥훈련'으로 탱크샷 완성  시즌 기간중 샷 교정을 완성한다는 것은 '도박'이다. 하지만 최경주는 이를 시즌 중에 완성했다. 시즌 중에도 지옥훈련을 했다는 증거다. 최경주는 시즌 중에도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했다. 대회 참가하지 않는 휴식기간 중에도 보통 하루 훈련시간은 8시간. 아침에 눈을 뜨고 잠자리에 들 때까지 훈련의 연속이다.  

필요하면 필 리츤의 도움도 받는다. 리츤은 체력 강화와 쇼트게임 향상에 중점을 두는 교수법으로 유명하다. 지난 2004년 동계훈련을 마친 다음, 리츤은 "다시 한번 돌풍이 기대된다"고 최경주를 자랑스러워했었다. 최경주는 리츤을 친아버지처럼 따랐다. 그도 최경주를 친자식처럼 대했다. 이국 땅에서 만난 스승과 제자가 기막히게 '궁합'이 맞았던 것.  

생전 듣도 보도 못한 나라에서 날아온 '생짜' 최경주를 보고 웬만한 코치였으면 만나주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선수를 보는 안목이 있었다. 보는 순간 잘 다듬으면 '물건'이 될 것으로 확신했다.  

그래서 그는 아무 조건 없이 최경주의 스윙을 봐주면서 인연을 맺게 됐다. 그러나 막상 최경주의 스윙을 봤을 때 어디에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대책이 서지 않았다. 쇼트게임 능력은 아무리 가르쳐도 될 것 같지 않았다.  

그와 인연이 닿으려고 했는지 최경주의 받아들이는 능력은 놀라울 정도로 빨랐다.   

톱프로는 다르다. 최경주의 연간 골프용품 사용량은 엄청나다. 웬만한 기업체 부장 연봉과 비슷하다. 연간 용품사용액은 5,186만원 정도다.우선 골프공. 최경주는 보통 2개홀에 한 개씩 새공으로 바꾼다. 국내 프로들이 3∼4개홀에 한번씩 바꾸는 것과 비교해도 많은 것. 라운당 교체하는 공은 평균 9개. 토너먼트당 54개에 이른다. 연간 사용량은 1,620개(135상자)로 1,080만원이나 된다.  

모자도 토너먼트당 4개나 쓴다. 연간 120개로 240만원이다. 티셔츠는 토너먼트당 7벌로 연간 210벌(2,100만원)이나 입는다. 아이언세트도 매년 한차례씩 바꾸고 드라이버는 평균 2개를 교체한다. 장갑도 라운드당 1짝씩 연간 180장(540만원)이다.골프 화는 10켤레, 물도 라운드당 6병(0.5ℓ 기준)으로 연간 1,080병(64만8,000원)이나 마신다. 이밖에 비옷, 우산 등 소소한 것까지 합치면 최경주의 연간 골프용품 사용량은 더 늘어난다.
 
바닷가 모래사장이 연습장이었던 '완도 촌놈' 최경주
 
최경주는 '미국 그린'만 밟으면 모든 게 해결될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이는 '생고생'의 시작이었다.  최경주는 지난 99년 '바늘구멍' PGA 투어 퀄리파잉(Q)스쿨에서 35위를 차지, 턱걸이로 조건부 출전권을 획득했다.

말 그대로 전 경기 출전선수들 중 누군가가 출전을 포기하면 그 자리에 들어가는 '땜질용' 대기선수 자격이었다. 지난 2000년 최경주는 상금랭킹 134위로 다시 Q스쿨로 떨어져 31위로 다시 2001년 조건부 출전권을 받았다. '오라는 데는 없어도 갈 데는 많은' 대기선수이다 보니 휴대전화가 생명줄이었다. 대회조직위로부터 언제 참가통보가 올지 몰랐다. 참가한다는 보장도 없이 대회장 가까이에서 대기하는 처량한 신세였다. 

가까스로 대회에 참가한다고 해도 상위 입상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한국에서 가져간 1억여원이 어느새 바닥을 보였다. 호주머니가 달랑달랑하자 마음만 앞섰다. 입에 안 맞는 햄버거가 '별식'일 정도로 허리띠를 졸라맸다. '가난' 앞에는 장사가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최경주는 가진 것 없고 믿을 곳 없어도 '배포'만은 자신 있었으나 프로골프의 '인격'도 바로 성적이라는 사실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최경주는 까까머리 고1 시절. 갑자기 '바벨'이 싫어졌다. 말이 좋아서 역도지 시도 때도 없이 받아야 되는 '얼 차려' 때문에 정이 떨어졌다.  

바로 이때 기회가 왔다. 체육선생님이 교무실로 최경주를 부르더니 생전 보도 듣도 못한 골프 얘기를 하며 한번 해보라고 했다.   가정형편이 그리 넉넉지 못했던 최경주는 체육선생님이 얻어온 골프클럽으로 골프를 시작했다.  

골프는 시작했으나 변변한 연습장 하나 없는 상황에서 제대로 연습을 하기는 처음부터 무리였다. 연습장에 가기 위해선 멀리 군청소재지까지 가야 했다. 그때 유일한 교통수단은 아버지가 모는 경운기가 전부였다.  그래서 최경주의 연습장은 바닷가 모래밭이었다. 틈만 나면 클럽페이스에 녹이 난 골프클럽을 둘러메고 모래밭으로 향했다. 지금도 최경주가 벙커샷을 잘하는 것은 다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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