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윤경 "공정위가 재벌의 저승사자가 아니라 로비창구로 전락"

제윤경 "삼성전자 ·현대차 순환출자 해소 앞두고 공정위 수차례 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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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일=김태훈 기자】박영수 특별검사팀(이하 특검)은 지난 9일 삼성합병 관련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특혜를 조사하기 위해 공정위 김학현 전 부위원장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소환 조사했다.

10일 국회 정무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이 행정자치부에서 제출받은 ‘공정위 세종청사 출입기록 현황’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는 순환출자 해소를 앞두고 공정위 세종청사를 안방처럼 드나 든 기록이 나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공정위에서 재벌의 편의를 봐 준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공정거래법상 신규 순환출자 금지는 2014년 1월24일 공포되고 6개월이 경과된 7월25일 시행됐다. 그리고 1년이 지난 2015년 4월(현대제철-현대하이스코 합병)과 7월(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으로 신규 순환출자 문제가 발생했다.

2015년 7월10일 국민연금 투자위원회 회의 자료(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관련 분석)에 따르면 국민연금 준법지원실은 “합병으로 신규 순환출자가 형성될 것으로 보이며, 주식의 처분을 통해 6개월 내에 신규 순환출자구조의 해소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삼성 측에서 유권해석을 의뢰하기 전까지 법 집행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삼성 측은 9월 8일 유권해석을 의뢰했고 공정위는 12월 24일이 돼서야 최종 유권해석을 내리기에 이른다. 그런데 이 기간 삼성전자가 공정위 세종청사에 집중적으로 방문한 기록이 드러난다.

제윤경 의원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유권해석을 의뢰한 직후인 9월 10일 ‘회의’ 목적으로 세종청사를 찾아 공정위 부위원장을 3시간 동안 만났다.

그리고 최종 유권해석이 내려진 12월24일 전까지 순환출자 담당부서인 기업집단과와 경쟁정책국을 각각 5회, 1회 방문하고 전원회의 참석대상인 상임위원을 만나기도 했다.

즉 삼성전자는 유권해석을 의뢰하고 최종 결정이 나오기 전 3개월 동안 총 8차례 공정위를 방문했다. 같은 기간 현대차는 부위원장 1회, 기업집단과 7회 등 총 8차례 공정위를 방문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합병에 의해 추가적인 계열출자를 하게 되면 취득 또는 소유한 주식에 대해 6개월 내에 처분하도록 하고 있다. 삼성SDI는 합병 전 제일모직(500만주·3.7%)과 삼성물산(1155만주·7.2%)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공정위는 합병 후 남은 7개의 순환출자 고리 중 3개에서 추가적인 계열출자가 발생했다고 봤다. 삼성SDI가 양쪽에서 받은 904만주 모두가 추가적인 계열출자와 관련되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강화된 3개의 순환출자 고리 모두를 해소해야 한다고 봤다.

그러나 공정위의 최종 유권해석에는 삼성SDI가 양쪽에서 받은 두 추가 출자분 중 더 큰 추가 출자분만 해소하면 된다고 삼성 측의 편의를 봐준 결론을 내렸다. 결과적으로 삼성SDI는 합병 전 제일모직 주식에 대한 대가로 받은 주식 500만주만 처분하면 됐고, 지금도 404만주(6185억 원 상당)를 보유하고 있다고 제 의원은 설명했다.

순환출자 해소 문제는 현대차와도 관련이 있었다. 2015년 4월8일 현대제철-현대하이스코 합병으로 순환출자 강화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합병 후 6개월이 지난 10월26일 유권해석을 의뢰했는데, 그 직전인 10월7일 세종청사를 방문해 김학현 전 부위원장을 1시간 가량 면담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1월4일 지분해소 기한을 지키지 못하고 법을 위반하게 돼, 1월 8일 또 다시 부위원장에 달려가 2시간 동안 면담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난 2월 5일이 돼서야 지분을 해소했는데, 3주 동안 무려 6차례 기업집단과에 찾아간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법위반 행위에 대한 최종 의결이 나오기 전 까지 전원회의 참석대상인 상임위원 2회, 기업집단과 2회 등 총 4차례 공정위를 찾아갔다. 순환출자 금지 규정을 위반하면 취득가액의 10%내에서 과징금을 매길 수 있다.

따라서 현대차는 최대 443억 원의 과징금을 물어야 했다. 그러나 이렇게 제 집 드나들 듯이 공정위를 찾아간 결과, 결국 ‘경고’ 처분으로 끝나고 말았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5월 23일, 대기업집단 지정 문제 TF 회의 당시, 기획재정부는 아예 노골적으로 “대기업집단 내 계열사 간 합병에 따른 지분율 증가는 순환출자 강화에서 적용을 제외하자”는 주장을 하기 까지 이른다.

당시 공정위의 반대로 무산이 됐지만,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정부가 챙겨줘야 할 부분이었다. 향후 삼성물산과 삼성전자가 합병할 경우 이 문제가 또 다시 발생하기 때문이다.

공정위 김학현 부위원장은 2012년 9월 공정위를 퇴직한 이후 2013년 3월 공정위 감독기관인 한국공정경쟁연합회 회장으로 재취업했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 들어 2014년 1월부터 부위원장에 취임하여 최근에 임기를 마쳤다. 공정위 내 대표적인 시장주의자이자 기업 편의적인 인물로 정평이 나있다.

2015년에 기업 측에서 공정위 부위원장을 공식적으로 방문한 기록은 총 5회다. 순환출자 해소 문제가 불거진 9월 이후 부위원장을 찾은 곳은 삼성전자와 현대차밖에 없었다.

이에 대해 제윤경 의원은 "삼성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특혜를 줬다면 합병 후에는 재벌을 관리‧감독하는 공정위마저 특혜를 줬다"고 지적했다.

또한 "재벌들이 제 집처럼 공정위를 드나들며 재벌의 이익을 관철시키고 있다" 며 "공정위가 재벌의 저승사자가 아니라 재벌의 로비창구로 전락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제 의원은 "특검은 청와대-공정위-삼성의 유착과 특혜 의혹에 대해서 철저히 조사하고 조속히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을 재청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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