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최고 지분 베스트셀링 모델 '기아 SUV 스포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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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일 최승준 기자] 국내 최초의 자동차는 ‘시발(始發)’이다. 우리나라 사람의 손으로 처음 만든 자동차로 엔진, 변속기, 차축 등은 미군 군용자동차에서 그대로 가져와 조립한 자동차이다. 국산화율은 50% 미만이고 핵심부품도 직접 제작할 수 없는 상황에서 조립한 모델이지만 1955년 국내 자동차 생산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인 모델이다.

이 후 국내에서 자체 개발 생산한 엔진과 변속기가 달린 모델이 생산되기까지 반백년의 시간이 필요했지만, 현재는 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자랑할 수 있는 자동차 모델을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다.   

국내를 대표하는 자동차 브랜드로 전체 생산량을 제외한 부문에서 현대자동차를 넘어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기아에게도 자체 생산한 모델이 있다. 대표적인 모델이 기아 브리사 자동차이다. 브리사는 1974년 국내 최초로 자체 생산한 엔진을 사용하여 제작한 모델로 자동차에서 가장 중요한 엔진을 국산화하였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기아 자체적으로는 상용자동차만 만들던 회사에서 첫번째 공개한 승용차라는 점과 1974년 국산화율 65%에서 1976년 국산화율 90%를 기록할 정도로 높은 기술적 자긍심을 심어준 모델이다. 이런 역량은 국내 승용차 판매량의 58.4%를 기록하게 되고, 기아자동차는 자체 생산한 모델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하게 된다. 

SUV 모델 중에는 기아 스포티지가 남다른 의미를 가진 모델이다. 1993년 기아차 자체적으로 독자 개발한 차량으로 출시 전부터 다양한 마케팅과 ‘도심형 SUV’라는 표현을 처음으로 사용하며 한국 자동차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모델이다.  

이번 카스토리에서는 기아 스포티지의 숨겨진 의미와 국내외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5세대 스포티지를 알아본다.

스포티지는 1991년 10월 도쿄 모터쇼에서 데뷔했다. 온로드와 오프로드가 결합한 도심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란 새로운 세그먼트로 이목이 집중됐다. SUV는 군용 레토나와 같은 각진 박스형 디자인을 가져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전 세계에 SUV 개념을 만든 주인공이 바로 스포티지다. 세계 시장은 스포티지가 보여준 디자인과 새로운 시도에 신모델 출시를 응원하고 기대했다.

하지만, 첫 디자인 공개 이후 2년이 지난 1993년 7월 9일에 비로소 출시하면서 최초의 도심형 SUV 양산모델 타이틀을 가질 수 없었다. 그 사이 일본 브랜드 토요타 RAV4와 혼다 CR-V가 빠르게 도심형 SUV 이미지를 반영한 신모델을 공개해 새로운 시장을 선점해 나갔다. 어떤 이유로 기아 스포티지 출시가 늦어졌는지 알 수는 없지만 새로운 기회를 놓친 부분은 아쉬운 대목이다.

기아자동차는 양산은 늦어졌지만, 신모델 공개 전부터 스포티지 이름에 걸맞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다. 대표적인 노력으로 파리-다카르랠리 출전이 있다.

스포티지 자동차 이름의 의미처럼 스포츠(SPORTS)와 운반(PORTAGE) 능력을 한번에 보여줄 수 있는 무대로 오프로드 모터스포츠를 선택했다.

출시 전인 1993년 1월 펼쳐진 파리 다카르랠리에 2대의 스포티지가 출전하여 1대는 탈락하고, 남은 1대는 끝까지 완주에 성공했다. 파리-다카르랠리는 순위도 중요한 모터스포츠이지만, ‘죽음의 랠리’라고 불리는 경기답게 완주 자체만으로도 뛰어난 성능을 갖춘 자동차임을 증명하는 대회이다.

특히, 도심형 SUV를 강조한 스포티지가 오프로드 능력이 부족할 거라는 예상을 뛰어넘는 성능을 보여 출시 전부터 많은 관심을 모으는데 성공한다.

스포티지는 첫 출시 모델로 5도어 SUV 모델로 결정하고 미주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드렸다. 이후 1996년 트렁크룸을 늘린 롱바디 모델인 그랜드와 2도어 모델을 추가하며 소비자 니즈에 맞춘 모델 라인업을 갖춘다.

여기에 1997년 그랜드 모델을 기본으로 한 빅밴이 출시되고 베스타와 공유하던 2.2 디젤 엔진을 2.0 터보 인터쿨러 디젤 엔진으로 교체하는 등 상품성을 높이기 위한 작업을 꾸준히 진행해 1세대 스포티지가 단종되는 2002년까지 총 50만 여대를 판매한다.

2004년 2세대 모델은 스포티지라는 이름은 그대로 이어받았지만, 현대자동차그룹으로 편입된 이후 출시한 모델이라 기존과 다른 의미의 모델였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대부분의 차량 플랫폼과 엔진 등을 공유하며 국내 시장 소비자가 원하는 스타일을 양분하며 판매하는 전략을 세운다. 이런 이유로 기아 스포티지는 현대 투산과 브랜드 마크와 차량 디자인을 제외하면 모두 같다고 봐도 무방한 모델로 출시된다.

하지만 국내시장 타겟은 명확하게 나뉘었다. 현대자동차가 남성 고객 취향을 고려한 전형적인 SUV 모델을 강조했다면 기아자동차는 도시 활동이 늘어난 여성 타겟을 대상으로 스타일리시한 SUV를 강조했다. 2세대 모델은 디자인 측면에서 기존 SUV와 차별화된 한층 더 세련된 도심형 SUV로서 모습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0년 3월 프로젝트 SL인 3세대 모델이 풀체인지를 거쳐 스포티지 R이란 이름을 달고 나왔다. 차명 뒤에 붙은 R은 혁신, 혁명을 뜻하는 영어 단어 Revolution에서 첫 글자를 따왔다.

폭스바겐의 티구안을 잡는 것을 목표로 개발하면서 미주시장이 아닌 유럽시장 판매 확대를 목표로 했다고 한다. 이전 모델과 같이 투싼에 적용된 플랫폼과 2ℓ R엔진을 공유했으며 디자인이 파격적으로 변화한 점이 특징이다.
파격적인 디자인은 거부감보다는 "기아차가 드디어 사고를 쳤다"는 우호적인 평가가 주를 이뤘다. 현재의 ‘디자인의 기아’ 이미지를 갖추게 된 시기로 iF 디자인 어워드의 제품 디자인, 수송 디자인 분야에서 본상(Winner)을 수상한 데 이어 미국 굿 디자인 어워드의 수송 디자인 분야에서도 상을 탔다. 이를 바탕으로 스포티지 R은 기아차 누적판매 300만대 돌파를 견인하며 브랜드 대표 베스트셀링 모델로 자리잡았다.

4세대 스포티지는 2015년 9월15일부터 정식으로 판매가 시작됐다. 공식 출시 이전부터 스파이샷이 온라인에서 뜨거운 화제를 낳았다. 디자인은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렸다. 포르쉐 카이엔, 마칸 등 고급 외국산 차량을 닮았다는 평과 함께 앞모습이 망둥어처럼 너무 못생겼다는 의견도 흘러나왔다.

도심형 SUV에서 세련된 SUV 이미지를 구축하던 기아 스포티지는 지난 7월 6년 만에 5세대 스포티지를 출시하며 준중형SUV 최초의 기술을 쏟아내고 있다.

1.6 가솔린 터보, 2.0 디젤, 가솔린+전기 하이브리드 등 3개 파워트레인 모델로 출시한 5세대 스포티지는 노블레스와 시그니처 트림에 한해 디자인 특화 모델인 '그래비티'를 반영해 디자인에 강점이 있는 스포티지만의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

인테리어에는 국내 준중형 SUV 가운데 처음으로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내비게이션 등)이 하나의 디지털 화면으로 연결된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 적용하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공조 기능을 통합 조작할 수 있는 터치 방식의 전환 조작계를 장착했다.

여기에 국내 최초 수식어가 붙는 기능이 다수 반영됐다. 하이브리드 모델엔 국내 차종 가운데 최초로 'e라이드(e-ride)' 기술이 적용되어 과속 방지턱 같은 둔턱을 지나갈 때 차량이 운동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관성력을 갖도록 모터를 제어함으로써 차량 내부 쏠림을 완화시켜 준다. 모터 가·감속으로 앞·뒷바퀴 하중을 조절해 민첩한 주행을 가능하게 하는 'e핸들링(e-handling)' 기술도 들어갔다.

동급 SUV인 현대차 '투싼' 등에는 없는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 기술이 신형 스포티지에반영된 것도 특별하다. 운전자 주행 설정에 따라 네 단계(강하게, 보통, 약하게, 끄기)로 가속이나 정차 등의 상황에서 차량 스스로 다양한 형태의 인공 배기음을 낸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맞춘 뒤 이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을 '강하게'로 하면 역동적인 엔진 음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신형 스포티지는 지난 7월 초 사전계약 첫날 16,078대를 기록해 중형 SUV 쏘렌토(1만8941대)에 이어 국내 SUV 사상 두 번째로 높은 사전계약 기록을 세웠다. 높은 인기를 모은 기아 스포티지는 1993년 첫 출시 때부터 올해 5월까지 전 세계에서 총 613만6357대가 팔려 기아 모델 중 처음으로 전 세계 누적 판매 600만대를 돌파한 차량이다.

이번 5세대 모델도 가장 인기가 높았던 3세대모델(누적 판매 300만대)과 유사한 판매기록을 보이고 있어 새로운 기록 달성도 가능할 걸로 예상된다.  

세계 최초 ‘도심형 SUV’라는 표현을 만들었던 기아 스포티지에 또 어떤 세계 최초, 국내 최초 수식어가 붙게 될 지 앞으로의 스포티지 미래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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