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의 앞날?… ‘너(SUV)의 가치’에 따라 결정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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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일 최승준 기자]애절하고도 집요하기까지 한 문장을 가장 많이 말하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쌍용자동차다. 쌍용차는 “너 아니면 안 돼”라는 표현을 강하게 표현하고 인정하는 브랜드다. 여기서 ‘너’는 SUV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SUV에 대한 고집과 SUV 명가로 가기 위한 수많은 노력은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며 쌍용차를 국내 대표 SUV 브랜드로 만들었다. 반대로 “너 아니면 안 돼”를 극복하기 위한 세단시장으로 진출과 다양한 디자인 시도는 브랜드에 충격적인 결과를 만들며 흥망을 가르기도 했다.

현재 쌍용차 매각과 인수 관련 이슈도 이 문장을 극복하기 위한 도전에서 비롯된 문제들이 다수다. 쌍용차의 앞날은 결국 하나밖에 없는 ‘너(SUV)의 가치’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카스토리에서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쌍용자동차 SUV에 대한 이야기와 대표모델인 렉스턴에 대해 알아보겠다.

국내 민간용 최초의 자동차는 6.25 전쟁이 끝나고 미군이 사용하던 군용 지프 윌리스를 제조해 만들었던 ‘시-바ㄹ(始發)’(1955년 8월)이다.

하지만, 이보다 1년 전인 1954년 대한민국에는 국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자동차업체인 ‘하동환자동차제작소’가 미군 전용 트럭에서 떼어낸 엔진과 변속기, 차축을 이용해 버스를 만들고 있었다. 이 회사가 쌍용차의 모태인 회사로 국내 최초의 상용차 회사이자, 자동차 브랜드다.

이 후 하동환자동차제작소는 ‘동아자동차’로 상호를 변경하고, 1984년에는 ㈜거화를 인수하면서 사륜구동 전문회사로 탈바꿈하게 된다.

상용차 기술을 바탕으로 4륜구동 자동차를 생산하던 거화는 1983년 최초의 민간 지프 생산 기술로 “Korean Can Do”라는 뜻을 가진 코란도를 탄생시켰다. 한국인의 의지를 담은 모델답게 국민들에게 좋은 반응이 있었고, 국내 최초의 스테이션 왜건인 ‘코란도 훼미리’, 국내 최초 9인승 지프인 ‘코란도 9 디럭스’ 등 다양한 라인업 출시로 이어졌다. 지금의 쌍용차를 응원하는 많은 소비자들이 쌍용자동차에 기대하는 모델이 코란도를 바탕으로 한 SUV라는 점은 코란도가 가지는 상징성과 디자인 요소가 반영된 이유이다.

이 후 쌍용차는 1991년 독일 벤츠와 기술 제휴를 맺은 뒤, 이듬해 중앙기술연구소를 설립하며 본격적인 독자 연구 개발체계를 구축한다. 쌍용차는 믿고 탈 수 있는 자동차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심어주기 시작한 것도 이쯤이다. 자동차의 가장 중요한 핵심부품인 엔진을 벤츠와의 기술 제휴로 완성하였기에 쌍용차의 자신감도 커진 시기이다.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또 다른 베스트셀링 모델인 무쏘가 1993년 탄생한다. 무려 4년간의 연구 끝에 태어난 무쏘는 프랑스, 스페인, 벨기에 등 유럽으로 수출되어 국내 SUV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국내 SUV 대표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이 때 쌍용차는 ‘너 아니면 안돼’를 넘어설 수 있다는 기술적인 자신감도 충만한다. 그래서, 막대한 개발비를 들여 최고급 세단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이 도전을 통해 쌍용차의 유일한 세단인 체어맨이 1997년 소비자에게 공개된다. 많은 관심이 몰렸지만 막대한 개발비를 회수하기에는 프리미엄 세단시장의 규모는 너무 작았다.

특히, suv시장과 같이 한번에 임팩트 있는 모델로 세단시장을 접수하겠다는 오판은 프리미엄 세단이 가지는 특수성을 놓치는 실수를 범한다. 고급세단은 좋은 상품과 함께 브랜드 가치가 중요한데 쌍용차의 이미지는 상용차 기술을 기반으로 험로에 강한 가성비 좋은 SUV를 만드는 브랜드이자 벤츠의 기술력이 일부 적용된 모델을 생산하는 브랜드라는 점을 간과했다. 쌍용차가 벤츠가 아닌 점을 이해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며 회사는 어려운 길을 걷게 된다.  

이런 실수는 2004년 중국 상하이자동차에 회사가 인수되는 빌미가 되고, 결론적으로 쌍용차 기술만 필요했던 상하이자동차는 특허기술만 확보하고 경영권을 포기하는 상황까지 벌어진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쌍용차를 부활할 수 있게 해준 것도 ‘너’였다. 쌍용차의SUV는 경쟁브랜드와 차별화되는 특별함과 지키고 싶은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

그 중심에는 ‘대한민국 1%’만을 위한 SUV로 마케팅한 렉스턴이 있다. 렉스턴은 플래그십 SUV로 쌍용차를 어렵게 만들어 만들었던 체어맨의 고급기술들이 장착되며 2001년 SUV 시장에 또 한 번 큰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렉스턴은 세단의 품격과 주행성능을 모두 갖춘 신개념 SUV로 기존 SUV의 장점이었던 안전성과 주행성능을 보완하는 동시에 소음, 진동을 대폭 개선하여 그 당시 최상의 승차감을 제공했다.

그리고 체어맨에 장착된 레인센서, ECM 룸미러 등을 달고 북미 정면충돌 테스트 별 5개를 받을 정도로 기술적인 완성도도 높이며 국내 SUV 시장의 고급화를 이루었다.

2006년에는 페이스리트를 통해 체어맨이 연상되는 석굴암을 형상화한 헤드램프, 가로 3줄의 그릴로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반영하고 전자식 AWD과 전자제어 에어 서스펜션, EPB 등 국내 SUV에 적용하지 않던 최신 기술을 옵션으로 적용했다.

이 후 강렬한 이미지의 그릴이 상징적인 슈퍼 렉스턴(2008), 2.0 엔진을 적용한 합리적인 가격의 RX4(2010), 한국형 디젤엔진을 장착한 렉스턴 W(2012), 스타일/드라이빙/세이프티/하이테크 ‘4가지 혁명’을 뜻하는 G4 렉스턴(2017), 유니크한 디자인과 픽업트럭을 접목한 렉스턴 스포츠(2018), 다카르랠리 완주까지 성공한 퍼포먼스 강화모델 뉴 렉스턴 등 다양한 라인업 확정하며 진화는 계속되고 있다.

쌍용차는 현재 새로운 인수자이자 동반자를 찾아 경영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쌍용차 생존의 갈림길에 가장 중요한 키맨은 바로 ‘SUV’가 될 것이다. 전동화 전략도 신모델 전략도 SUV를 중심으로 이뤄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쌍용차를 기다리는 많은 소비자들은 쌍용차만의 색깔을 유지한 SUV를 가지고 다시 돌아오길 바라고 있다. 또 다른 이름의 코란도와 무쏘가 탄생할 수 있길 바라며, 어려운 상황을 쌍용차가 잘 극복하길 응원하며 글을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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