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가 개입한 과학으로는 코로나19 극복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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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일】정부가 코로나19 백신 확보 물량을 4600만명분까지 늘렸다고 발표했다.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나서면서 정부에 대한 비판이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가운데 나온 단비 같은 소식이다.

그러나 인구에 비해 확보한 백신 물량은 아직도 부족하다. 의료 인력들이 피로 누적을 호소하고 있어 일반 환자의 의료 차질도 우려되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이러다 보니 정부의 코로나19 대책이 과연 실효성이 있나 하는 의구심이 국민 사이에 싹트고 있다.

코로나19가 퍼지던 초기부터 세계 각국은 백신 도입에 적극 나섰다. 이를 위해 정부 조직까지 만든 경우도 있었다. 새로운 팬데믹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은 백신 도입이 최선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이 국가들은 세계적 제약사들이 백신 개발을 완료하기도 전에 선(先)계약에 나섰다. 그것도 인구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을 말이다.

자칫하면 막대한 예산을 날릴 수 있는 위험조차 감수했다. 국민 목숨이 예산 낭비 위험보다 더 소중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들 정부도 이를 적극 알렸다. 때로는 온갖 유언비어가 난무하기도 했지만 최고의 방역 전문가들도 적극 나섰다. 팬데믹을 막을 수 있는 길은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점을 설득했다. 이 나라 국민들은 받아들였다. 그것이 현 상황에서는 최선의 결정이라는 점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상대적으로 백신 도입에 소극적이었다. ‘K방역’이라는 점을 내세워 ‘마스크 제대로 쓰기’나 ‘사회적 거리두기’ 같은 전통적 방역에 주력했다. 이러한 정책은 코로나19 초기에 확산을 방지하는데 상당한 효과를 거두었다. 그랬기에 코로나19 초기 한 때는 세계가 주목하기도 했다. 정부도 K방역 홍보에 적극 나섰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이달 초 영국을 시작으로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나서자 상황은 역전됐다. 정부가 백신 도입에 적극 나서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부랴부랴 도입에 나섰지만 생산량에 비해 공급을 원하는 나라는 넘쳤다.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백신을 어느 정도 확보했다고 정부가 밝힌 것이다.

그러나 언제 맞을 수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정부는 2월부터 가능하다지만 지금 확보한 물량으로는 ‘집단면역’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쉽지 않아 보인다. 많은 전문가들은 내년 하반기는 되어야 가능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과학적 성과는 무수한 과학자들이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얻어낸 결과물이다. 인류를 병마에서 구한 다양한 백신 역시 마찬가지다. 그 개발 과정에 정치나 이념이 개입한 흔적은 발견하기 어렵다. 과학자들의 평생을 받친 노력이 켜켜이 쌓여 오늘날 열매를 맺은 것이다.

그러니 생명을 구하는 연구는 과학자에게 맡겨야 한다. 방역도 다르지 않다. 물론 최고의 전문가에게 맡긴다 해서 완벽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들 역시 시행착오를 겪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코로나19는 인류가 최초로 겪는 팬데믹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전문가보다는 훨씬 더 빠른 속도로 해결책을 찾아갈 가능성이 높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감염자와 사망자가 나온 미국은 우리에게 반면교사(反面敎師)일 수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와 관련해 어떤 터무니없는 소리를 해도 그 옆에 서있던 앤서니 파우치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 소장은 과학적 근거를 내세워 미국 국민들의 불안을 잠재웠다.

우리에게는 어떠한 외압에도 굳건하게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는 전문가가 활동할 수 있는 사회문화적 분위기가 형성돼 있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대통령이나 국무총리가 감염병 전문가는 아니지 않는가. 방역을 위한 행정적 뒷받침을 할 수 있을 뿐이다. 결국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은 과학적 노력이 성과를 내야만 극복 가능한 영역이다. 더군다나 지금은 영국 등에서 변이 바이러스도 발견되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세계는 백신 접종국과 비(非)접종국 간의 격차가 경제 문제로까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백신 도입 과정이 이렇게 뒤쳐진 원인을 되짚어 보고 더 이상 같은 실수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국민 생명은 물론 경제 문제까지 달려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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