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만 ‘먹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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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인 당신이 거액의 연봉을 주고 데려온 직원이 있다고 하자. 그런데 그 직원이 몸값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 어찌할 것인가? 계약기간은 아직 몇 년이나 남아 있다. 정말 난감할 것이다.

프로스포츠계에서는 이런 직원을 ‘먹튀’라고 부른다. 프로야구에서의 ‘먹튀’ 기사는 단골메뉴다. 특히 거액의 몸값을 받는 선수가 몸값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 언론들은 무차별 공격을 가하며 일반인들에게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먹튀’의 대명사라고 한다면 우선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박찬호를 떠올릴 수 있다. LA다저스에서의 화려한 성적을 무기로 텍사스 레인저스와 5년간 7천500만달러(약 7백50억원)에 계약한 박찬호는 그러나 텍사스 입단 초부터 부진, 거액을 제공한 텍사스에 이렇다 할 도움 한 번 제대로 주지 못했다. 1년에 150억원을 챙기는 그가 언론들로부터 ‘사상 최악의 먹튀’라는 무차별 공격을 받은 것은 물론이다.

‘먹튀’는 매년 나오게 마련인데, 올해 최악의 ‘먹튀’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좌완투수 베리 지토일 것 같다. 사이영상 수상자라는 무기로 샌프란시스코와 7년간 1억2600만달러(약 1,260억원)에 계약, 가장 비싼 투수가 된 그는 입단 첫해인 2007년 11승13패, 평균자첵점 4.53점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올 시즌은 최악이다. 6번 선발로 등판해 다 졌다. 6패에 자책점 7.53을 기록하자 보치 감독이 더 이상 못참겠다는 듯 그를 선발에서 불펜투수로 강등시켜버렸다.

일본프로야구에도 ‘먹튀’는 존재한다. 유감스럽게도 ‘국민타자’ 이승엽(요미우리 자이언츠)이 그 불명예를 안고 있다. 2006년 입단 첫해 41개의 홈런포를 쏘아올려 요미우리와 4년간 28억엔(약 224억원) 재계약, 일본프로야구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고 있는 이승엽은 지난 해 부상으로 다소 부진하더니 올 시즌에는 초반부터 2군으로 강등되는 수모를 당하고 있다. 14게임에 출전해 홈런 1개 없이 타율 1할3푼5리라는 극도의 부진을 보이자 그동안 이승엽에게 ‘무한신뢰’를 보내고 있던 하라 감독이 가차없이 2군으로 보내버린 것.

한국프로야구도 다를 게 없다. 아직 시즌 초이기는 하지만 거액의 돈을 받고 있는 선수들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채 2군으로 내려가고 있다. 그중 눈에 띄는 선수는 삼성의 심정수. 연간 평균 15억원을 받고 있는 그는 올 시즌 3개의 홈런과 7타점 타율 2할3푼5리에 그치자 2군으로 쫓겨나고 말았다.

‘세상만사 음이 양이 되고, 양이 음이 된다’는 말이 실감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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