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익을 위한 정치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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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일닷컴】요즘 주위에서 우리나라 걱정하는 말을 듣는 경우가 많다. 정치행태를 보니 “이렇게 하다간 나라의 미래가 암담하기만 하다”라는 게 대종(大宗)을 이룬다. 정치란 무릇 국민이 편하게 살도록 해주는 게 그 주된 임무이다. 최근 경기침체나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함에도 이에 대한 정치권의 치열한 노력은 아예 보이질 않는다. 그저 내년 봄 총선에만 신경을 쓰는 눈치이다. 그러니 앞으로 삶이 더욱 팍팍해질 거라는 일반 국민들의 우려가 더욱 커져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집권세력과 그 반대세력 간의 편 가르기가 도를 넘어선 지 이미 오래다. 그들만의 당리당략에 치우쳐 사사건건 다투는 걸 보면 뉴스 채널을 돌려버린다는 얘기는 이제 더 이상 화젯거리도 되지 않는다. 경기가 안 좋아 살기가 힘들다는 서민들의 절박한 목소리는 도외시 한 채 가십성 기사 수준의 내용들이 신문은 물론 지상파나 종편 가릴 것 없이 메인뉴스로 다뤄지고 있다. 이런 현실이니 일반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특히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벌써부터 국회의원 상당수가 지상파나 종편 등에 패널로 출연해 얼굴 알리기에 몰두하고 있는 것은 볼상 사납기 그지없다.

최근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이 고교후배 외교관으로부터 한미 정상 간 통화내용을 취득한 뒤 이를 기자회견을 통해 유출해 물의를 빚었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이 논평을 통해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유출했다고 했다. 참으로 말문이 막힌다. 정치인의 최우선 가치는 국익(國益)임은 누구도 부인 못할 것이다. 강 의원은 자신이 유력 언론사 편집국장 출신이라 이 3급 국가기밀이 유출됐을 때 불러올 파장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사실 기자들도 취재한 내용이 국익에 중대하게 배치될 경우 기사를 쓰지 않는 게 불문율 아닌가. 그럼에도 강 의원을 비롯한 자유한국당은 국민의 알권리를 내세워 자기합리화에 급급해 하고 있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한미 관계가 예민한 시기이다. 특히나 북핵 문제 해결 방안을 놓고 더욱 세심해야 할 때다. 그런 점에서 한미 정상의 통화내용 누설은 너무나 무책임한 행동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탄을 받아 마땅할 것이다.

강 의원은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인지도 상승으로 좋아라 했을 진 몰라도 미국 외교라인 쪽에선 우리나라를 뭐라 볼 것인가. 정말 믿을 수 없는 나라라고 볼 수 있지 않겠는가.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다.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우리나라가 후진국도 결코 하지 않을 행태를 보임으로써 전 세계가 한국 외교의 기밀 취급 수준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큰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세계 대통령이라 일컫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이 유출되었으니 일반 국민들이 들어도 낯이 뜨거울 지경이다.

현재 한반도 상황은 한미 공조가 더없이 엄중한 시점이다. 이러한 일은 우리 국가 신뢰도에 큰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 이는 곧 국익의 훼손으로 이어진다. 이를 심각히 받아 들여야 하는 이유다. 대사만 볼 수 있다는 3급 기밀이 거리낌 없이 외부에 유출된 것은 대사관 조직 기강해이를 넘기기에는 사안이 엄중하다. 외교기밀 누설인 만큼 철저히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어떠한 정치인이라도 잘못된 행위에 대해서는 분명히 사과해야 한다. 이것이 상식이다. 그렇지 않는다면 민심은 등을 돌리게 된다. 정치인에게 이것보다 무서운 것은 없다. 강효상 의원도 예외일 수 없다.[유석오 본지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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