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리 경제 外華內貧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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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일닷컴】우리 경제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 지난달 수출 물량과 금액이 모두 늘어났지만 그 추세가 불안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2017년 12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에 따르면 작년 12월 수출물량지수는 147.90을 기록해 전년 동월보다 1.7% 상승했다. 수출금액지수 또한 132.98로 8.4% 늘었다. 그러나 그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낙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반도체 등이 포함된 전기·전자기기는 12.5% 늘었다. 반도체 검사장비가 있는 정밀기기 역시 16.0% 증가했다. 화학제품도 7.3% 상승했다. 반면 자동차 등 수송장비는 무려 29.7%나 하락했다. 하락폭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6월의 -31.3% 이래 가장 컸다. 제1차 금속제품도 3.3% 감소했다.

이런 점을 놓고 볼 때 우리 경제는 지금 외화내빈(外華內貧)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수는 좀처럼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수출로 근근이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것도 반도체가 지탱해주고 있다고 할 수밖에 없는 상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수출 여건마저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한미 FTA 재협상이 진행 중임에도 미국은 삼성전자·LG전자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에 대해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를 발동했다. ‘보호무역’ 기조를 분명히 한 미국발(發) 악재가 겹친 것이다. 여기에다 환율마저 발목을 잡고 있다. 대외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난국을 헤쳐 나가기 위해선 기업이 과감한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그러한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각 부처에 규제개혁을 지시한 것은 시의적절 했다. 문제는 규제개혁이 기업에 도달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지난 정부에서도 규제개혁을 외쳤지만 제대로 시행되지 못했다.

정부는 왜 그랬는가를 면밀히 살펴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 그래야만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반도체만으로 유지될 수는 없음은 자명하지 않은가. 정부는 보다 신속하게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시기를 놓치면 재도약하는데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 수밖에 없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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