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소와 오종의 '엔젤' vs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닮은 모습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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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라면 누구나 공주가 되어 왕자님과 결혼하는 꿈을 꾼다. 언젠가 멋진 왕자님 같은 남자가 나타나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고, 모두가 부러워하는 화려한 결혼식을 올린 후에 두 사람은 언제까지나 행복하게 살 것이라는 상상. 2007년 개봉한 일본영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의 마츠코와, 프랑소와 오종 감독의 신작 <엔젤>의 주인공 마츠코도 한 때 그런 꿈을 꾸었다.

그러나 동화는 언제까지나 동화인 것처럼, 그들의 인생도 동화처럼 되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들에겐 한 여자로서 감당하기 힘든 불행한 사건들이 숱하게 일어났다. 마츠코는 억울한 사건으로 교사 해직을 당한 후 애인의 폭력과 자살을 경험하고, 윤락업소에서 일하다가 우발적 살인으로 교도소 신세까지 진다.

운명이라 믿었던 마지막의 사랑조차도 그녀에겐 또 다른 비극에 불과했다. 가난한 식료품점의 딸로 태어난 엔젤은 평소 허황된 상상을 즐기던 재능을 살려 로맨틱 소설 작가로 스타가 되는데 성공한다. 작가가 된 후 얻게 된 부와 명성, 그리고 천부적인 거짓말로 스스로의 초라한 삶을 덧씌워 아름답게 만들어보려 하는 엔젤,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쟁과 죽음, 배신은 그녀가 쌓아온 거짓의 성을 무너뜨리고 그녀를 죽음으로 내몬다.

그러나 사랑 받아야 하는 그녀들을 위해!

아름답게! 거짓일 지라도!

엔젤의 소설에 반한 나머지 스스로 비서가 되기를 자청하며 어머니처럼, 친구처럼, 연인처럼 언제까지나 그 곁을 지켰던 노라는 차차 엔젤이 자신이 생각한 것만큼 훌륭한 작가가 아니었음을 깨닫지만 그럼에도 그녀에 대한 사랑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녀의 작품이 우습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편집장 테오조차도, 그의 부인 헤르미온느조차도, 그녀를 이용하기만 했던 에스메조차도 엔젤에게 무시할 수 없는 매력이 있음을 알고 있었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작품을 써야 한다는 예술가적 충동과 진실한 사랑에 대한 집요한 추구로 점철된 엔젤의 삶은, 보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아름답고 거대한 발광체였다.

마츠코의 사후, 그녀의 존재조차 모르던 조카 쇼는 우연한 계기로 그녀의 일생의 발자취를 쫓기 시작한다. 누구나 ‘혐오스럽다’고 할 정도로 굴곡 많았던 그녀의 인생이었지만, 그러나 그 발견의 마지막에 쇼는 ‘무엇을 받는가 보다 무엇을 주었는가가 인생의 진정한 가치’임을 알았던 마츠코는 좀 더 사랑 받았어야 할 아름다운 사람이었음을 깨닫는다.

여주인공의 매력에 빠진 <엔젤>의 프랑소와 오종 감독, 그리고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을 만든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연출 방식 또한 서로 닮았다. 두 사람의 참담한 인생역정을 그리기 위해 감독이 취한 방법은 극한적으로 과장된 방식으로 그들의 세상을 왜곡하는 것! 지옥 같은 삶 속에서도 꿈 꾸고 사랑하기를 멈추지 않았던 두 여성이 본 세상의 모습이 그러했기 때문일 것이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은 총천연색으로 빛나는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연상시키는 뮤지컬 영화로 변신했고, <엔젤>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같은 고전 헐리우드 멜로드라마의 과장된 연출방식으로 화려한 배경과 의상을 선보였다. 엔젤과 마츠코라는 두 캐릭터 각각의 매력과 깊이에 푹 빠진 로몰라 가레이와 나카타니 미키라는 두 천재 여배우의 소름끼치는 연기 투혼도 두 영화의 빼놓을 수 없는 공통점이다.

2007년의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처럼, 여성이라면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여주인공의 이야기가 프랑소와 오종 감독 특유의 매혹적인 이미지와 상상력으로 아름답게 펼쳐지는 영화 <엔젤>은 1얼 24일 스폰지하우스 (중앙), 스폰지하우스 (압구정), 미로 스페이스, CGV강변, CGV 상암, CGV 서면 등에서 개봉예정이다.

<엔젤>의 일생

1세 식료품점 데브럴 가의 무남독녀 외동딸로 출생
16세 학교에서 공주병으로 인한 왕따 끝에 무단결석 시작. 동시에 본격적인 글쓰기 시작
출판업자 테오에게 발탁되어 첫 소설 ‘이라니아 공녀’ 출간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로 스타가 됨
18세 꿈에 그리던 저택 구입. ‘파라다이스 하우스’로 작명
19세 차기작으로 승승장구. 와중에 ‘이라니아 공녀’ 연극초연
공연 후 리셉션 장에서 노라와 에스메 남매를 만남
노라가 비서가 되기를 자청함. 그녀에게 에스메의 정보를 듣고 찾아가 들이댐
20세 홀어머니 병으로 사망. 거짓 인터뷰로 스스로를 귀족이라 포장함
차기작 출판기념회에서 에스메에게 청혼
21세 긴 신혼여행을 하고 파라다이스로 돌아옴
22세 제 1차 세계대전 발발. 남편인 에스메 참전 선언
23세 엔젤 유산
25세 부상을 입은 에스메 돌아옴
26세 에스메의 빚을 갚기 위해 새 작품에 몰두. 에스메 자살
27세 에스메의 배신을 알고 헤어날 수 없는 절망에 빠지다. 사망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1세 카와지리 가의 장녀로 출생
7세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밝고 명랑한 유년시절을 보내다
23세 담임을 맡던 학급에서 절도사건 발생, 해고당하다
해고 후 동거하던 작가지망생 폭력에 시달리던 중 지망생은 자살
24세 유부남과 불륜, 아내에게 들켜 버림받다
25세 마사지샵에 종사하기 시작, 가게의 톱이 된다
26세 동거중이던 기둥서방에게 배신당한 분노로 살해, 자살미수, 이발사와 동거 중 체포, 형무소행
36세 교사시절 제자와 재회, 동거시작. 류가 체포 당해 형무소행
40세 출소한 류와 재회하나 류, 다시 체포되어 형무소행. 마츠코 잠적
53세 아라가와 강변에서 사체로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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