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양성제도의 문제는 변호사시험이 아니라 로스쿨의 부실교육에 있다

<칼럼>이상권 변호사 - 로스쿨 어디로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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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일] 로스쿨, 어디로 가고 있는가?

24일 이투스청솔이 공개한 ‘2009-2014 법학전문대학원 합격자 분석’ 자료에 따르면 SKY 로스쿨(2013학년도 기준)은 입학정원 대비 자교 출신 합격비율이 최고를 자랑한다.

전국 25개 로스쿨 가운데 자교 출신 합격비율 1-3위를 기록한 고려대 68.3%(82명), 서울대 68%(102명), 연세대 52.5%(63명)는 모두 정원의 절반 이상을 자교출신으로 채웠다.

이런 기사를 읽는 심정은 매우 착잡하다. 우리는 이런 로스쿨을 바란 것일까? 이것이 과연 일반국민들이 원하는 로스쿨인가? 로스쿨의 문제점의 끝은 어디이며, 우리는 로스쿨을 어디까지 참아주어야 할까?

그런데 이것이 끝이 아니다. 법학전문대학원학생협의회는 25일부터 26일까지 이틀간 전국 로스쿨 학생들을 대상으로 ‘변호사시험 자격시험화 요구집회’ 찬반 투표를 진행한다고 한다.

만일 찬성표가 더 많이 나오면 오는 31일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단체행동을 벌일 예정이라고 한다. 이들은 “로스쿨 도입 취지를 고려해 3년의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행하면 무난히 통과할 수 있는 시험을 치르게 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제2회변호사시험 합격률은 75.17%로 제1회 합격률인 87.15%보다 12% 포인트 낮아졌으며, 다음달 8일 발표 예정인 3회 시험의 합격률이 이보다 더 낮아질 것이다.

이번 집회를 투표와 집회를 계획한 로스쿨학생들은 “불합격자들이 누적돼 합격의 문이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며 “현행 정원대비 합격률 기준은 법무부가 법령상 근거없이 자의적으로 정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로스쿨 학생들은 ‘변호사시험’이 문제인 것처럼 주장한다. 하지만 정말 변호사시험이 문제일까? 아니면, 로스쿨이 문제일까? 과거엔 로스쿨이 문제라는 것을 잘 몰랐기 때문에 로스쿨학생들의 집단 행동이 먹힌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로스쿨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으며, 그러므로 로스쿨 학생들의 집단행동에 동의할 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문제는 로스쿨 학생들이 생각하듯이 변호사시험이 아니다. 문제는 로스쿨이다. 변호사양성제도인 ‘법과대학과 사법연수원의 시스템’에 비해 현저히 열등한 ‘로스쿨 시스템’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 2014년 4월 24일 조선일보는 로스쿨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획기사를 시작했다.

이 기사는 로스쿨의 문제점으로 로스쿨이 법과대학과 다름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 내용 중의 일부를 살펴보면, ‘로스쿨의 강의내용이 법과대학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아 실무교육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한다.

로스쿨 학생들의 말을 인용해 ‘로스쿨의 커리큘럼과 강의내용이 과거 학부의 법학과 수업과 다를 바 없다’고 하며, ‘이름만 법학전문대학원으로 바뀌었지 법학과 학부수업이란 내용이 똑같다’고 한다. 심지어 법과대학과 로스쿨의 커리큘럼이 같은데 왜 로스쿨생에게만 변호사시험을 볼 자격을 주는지 모르겠다는 인터뷰를 인용하고 있다.

이 기사는 로스쿨 수업내용이 법과대학과 비슷한 이유는 ‘교수진이 크게 바뀌지 않은 탓’이라고 지적한다. 로스쿨의 문제는 로스쿨 취지대로 ‘실무형법조인’을 양성하기엔 실무형 교수진이 적은 것이 문제라고 진단하고 서울대로스쿨 조차도 교수 중 실무경험이 있는 교수는 20명, 실무경험이 없는 교수가 36명이라고 보도했다.

로스쿨의 문제점이 위에서 지적한 두 가지 뿐일까? 한국에서 로스쿨은 이제 끊임없이 연기를 뿜어내는 ‘타다만 부지깽이’가 되어가고 있다. 로스쿨의 문제를 지적하자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참아두기로 한다. 하지만 로스쿨 학생들이 ‘변호사시험은 자격시험이다.

고로 로스쿨을 마치면 다 변호사시험에 다 합격해야 한다’는 주장은 정말 어이가 없는 주장이다. 이런 주장의 전제는 로스쿨의 교육이 의대교육처럼 이론과 실무의 충실한 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을 전제로 한다. 만약 충실한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변호사시험은 변호사의 능력을 담보하고 부실변호사를 필터링하는 최후의 보루의 기능을 하게 된다.

현재 변호사시험이 하는 기능이 바로 이 최후의 보루기능이다. 로스쿨은 법에 대한 문외한을 입학시켜, 3년 만에 이론과 실무 심지어 전문가를 양성하겠다는 허황된 목표를 갖고 있다. 실무가를 양성하는 변호사양성기관에 실무교수가 없어 법과대학과 다름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런 로스쿨에서 충실한 교육을 하지 못할 것은 명약관화므로 변호사시험은 강화돼야 한다. 이런 로스쿨에서 교육받는 학생들은 더 엄격한 변호사시험을 요구해도 부족한데, 로스쿨의 교육이 부실한 상황에서 변호사시험을 껍데기로 만들려는 시도는 우매한 짓이다.

로스쿨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로스쿨에 대한 기사를 읽을 때마다 침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로스쿨제도의 도입은 그 자체로 한국의 변호사양성제도가 길을 잃었음을 뜻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길을 찾아야지 더 미궁으로 들어갈 이유가 없다. 오늘날 변호사양성제도의 문제는 변호사시험이 아니라 로스쿨이다. 로스쿨 교육이 부실하다면 로스쿨의 개선안을 내놓아야지, 변호사시험마저 껍데기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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