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권 변호사 칼럼] "채권추심에 있어 채권자와 채무자의 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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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일] 과거 우리나라의 법제도는 채권자의 채권실행을 충실히 도와주는 법체계였다. 하지만 이런 저런 연유로 인해 지금은 채권자의 채권실행보다도 채무자보호에 초점이 맞추어진 제도를 갖게 됐다.

채무자보호에 초점이 맞추어진 제도는 대표적으로 첫째, 개인파산회생제도, 둘째, 보전처분시 현금공탁제도, 셋째, ‘채권의공정한추심에관한법률’을 들 수 있다.

2000년대 초반 IMF로 인한 채무자들을 구제하기 위해 시작한 개인회생파산제도는 연 20만 명에 육박하는 채무자들을 구제하고 갱생하게 하는 제도로 자리잡았다.

과거에 채권자는 단돈 2000원이면 대부분의 채무자 재산에 재산에 대해 가압류, 가처분을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금전채권가압류의 경우 대부분 현금공탁이 나오며, 이로 인해 보전처분을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또한 2009년 불법추심으로부터 채무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채권의공정한추심에관한법률’은 여러 가지 불법채권추심행위를 규제하므로 채권추심에 제한을 가하고 있다.

이런 제도들은 채무자를 보호하는 동시에 채권추심업체들에게는 어려움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현금공탁제도는 채권자가 보전처분을 하는데 큰 제한으로 작용하고 있다.

개인파산과 회생제도는 채무자들의 엄청난 희생을 댓가로 채무자의 갱생을 도모하는 제도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채무자들의 마음에 ‘도덕적인 해이’를 조장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필자는 몇 년에 걸친 소송을 통해 판결을 얻었는데 판결이 확장되자마자 개인파산을 신청한 경우를 경험했다.

‘채권의공정한추심에관한법률’의 제정으로 공정채권추심의 풍토가 조성됐고, 채권추심업체의 추심원들이 불법추심으로 손해배상을 하거나 고소를 당한 경우도 상당히 발생하고 있다.

또한 이 법은 점점 채무자를 보호하는 쪽으로 개정이 되어가고 있으며, ‘채무자대리인’ 제도가 도입됨으로써 우리 법체계는 채권의 실행보다 채무자를 보호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채권의 실행보다 채무자를 보호하는 쪽으로 기울어진 현재 상황에서 이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필자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은 대안을 제시한다. 첫째, 보전처분 시 현금공탁제도는 보수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채권자가 보전처분을 신청시 법원에서 채권자에게 요구하는 현금공탁에 대해 현금공탁을 요구하는 경우는 줄이고, 현금공탁액수는 점차 내리는 방향으로 운영해야 할 것으로 본다.

둘째, 개인회생과 파산제도는 더 엄격하게 운영해야 한다. 개인회생과 파산은 채권자의 엄청난 희생을 바탕으로 채무자의 갱생을 도모하는 제도로 엄격하게 운영하는 것이 상식에 맞는 것이다.

몇 해 전 개인파산신청 시 파산면책 비율이 75% 정도였는데 더 내려가는 바람직하다. 개인회생과 파산심사를 더 엄격히 해 문제가 있는 경우 철저히 기각하는 방향으로 운영해야 한다.

셋째, 채무자의 채무변탈행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제도운영이 필요하다. 우선 형법의 ‘강제집행면탈죄’는 구성요건이 지나치게 협소해 처벌되는 경우가 지나치게 적으므로 이의 개정작업이 필요하다.

껍데기뿐인 회사를 설립해 채무를 면탈하는 경우가 만연한데 이를 대처할 방법이 부족하므로, 법인격부인론의 법리에서 ‘채무면탈을 위한 법인격부인의 경우’ 요건을 대폭 완화하는 법리구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 법제가 채권자의 엄청난 희생을 전제로 개인파산과 회생제도를 광범위하게 인정한다면, 이에 비례하여 재산명시의무위반 등 집행법위반의 죄에 대해 엄격하게 처벌하는 실무운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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