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달 칼럼] 골프는 ‘구멍’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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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일] “야 오늘은 무조건 법대로 한다. ‘알까기’ 없고 러프에 들어가도 그대로 치는 거다. 단, 더블파(양파) 이상은 양파까지만 적는다.”

친구들과 라운드는 이렇게 라운드 시작부터 시끄럽다. 내기골프 때문이다. 라운드 전 룰을 제대로 정해 놓지 않으면 꼭 말썽이 생긴다.

라운드를 법대로 안 하면 돈을 잃은 사람은 배가 아파서 ‘뚜껑’이 열리고 지갑이 두둑해진 사람은 스코어를 속였다는 불신에 대접을 받지 못해 열이 뻗친다.

사실 아무리 룰대로 한다고 해도 속이는 ‘놈’은 속인다. 볼이 페어웨이에 잘 떨어졌는데도 치기 전에 슬쩍 건드려 놓고 치기도 하고, 러프에 들어간 볼을 1벌타 먹는다며 아예 페어웨이까지 꺼내 놓고 치기도 한다.

있는 그대로, 룰대로 하는 골퍼는 거의 없다고 보는 게 맞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도 룰을 위반하지 않는가. 우즈는 올 시즌 첫 출전한 유럽프로골프투어 아부다비 HSBC 챔피언십에서 룰 위반으로 2벌타를 먹었다.

결국 이 벌타로 그는 컷을 통과하지 못하고 짐을 쌌다. 당시 우즈가 친 볼은 러프의 잔디가 아닌 모래에 박혀 있었다. 이 경우 구제받을 수 있다는 로컬룰이 없는 한 그대로 쳐야 한다.

골프규칙은 페어웨이에 볼이 박혔을 경우 무벌타로 구제받을 수 있다고 돼 있다. 우즈가 이를 모를 리 없다. 한 두 번 ‘장사’한 것도 아닌데.

아무튼 아마추어는 잘 몰라서, 또는 알고도 룰을 속인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그린에만 올라가면 동반자끼리 신경이 곤두서기 일쑤다. 룰에 아마추어라고 퍼팅을 생략하라는 조항은 어디에도 없다.

스트로크 플레이에선 무조건 홀 아웃하는 게 룰이다. 기브(OK)를 줄 수도 받을 수도 없는 것이다. 기브는 매치플레이에서나 가능하다. 그런데 스트로크플레이에서 한쪽에선 ‘기브’를 받으려고 하고 한쪽에선 ‘마크해’라는 말로 퍼트할 것을 주문한다.

문제는 기브를 주는 거리가 동반자에 따라 다를 때 기분이 상한다. 한 동반자가 티샷부터 OB를 내고 1m가 좀 넘는 퍼트를 집어넣어야 트리블보기라고 하면 기브를 주기 마련이다.

그런데 동반자의 70cm 더블보기 퍼트인데 기브를 주지 않으면 ‘뚜껑’이 열린다. 이 경우 거의 100%로 퍼트를 미스한다. 결국 OB를 낸 사람이나 아닌 사람이나 똑같이 트리블보기를 한 셈이 된다.

이렇게 그린 위에서 누구는 주고 난 못 받아서 열 받는 게 아마추어골프 세계다. 만약 비슷한 퍼팅거리에서 누구는 기브를 주고 누구는 안주면 분위기가 험악해 지기 십상이라는 말이다.

아마추어골퍼들의 그린 위 ‘백태’는 재미있다. 어떤 골퍼는 기브를 준다는 얘기도 안했는데 한 클럽 거리만 되면 그냥 볼부터 주어 들어 주머니에 넣는 골퍼도 있다. 왜 그러느냐고 물으면 기브 준거 아니냐며 들이댄다.

또 어떤 골퍼는 너무 ‘쪼’는 게 탈이다. 골프도 역시 ‘구멍’ 맛이라며 끝까지 넣겠다고 ‘쪼는’ 골퍼가 있다.

그렇다고 ‘구멍’ 맛을 제대로 보는 것도 아니다. 뒷 팀이 열나게 쫒아와 기다리고 있으면 언니(캐디)가 뭐 마려운 강아지 꼴이 된다. 골퍼는 ‘구멍’에 넣겠다고 ‘쪼’고 있는데 언니는 홀에 깃대를 꽂고 그린을 벗어난다.

당황한 이 골퍼는 퍼팅 스탠스를 바로 풀 수밖에 없다. 이 골퍼는 열이 받아 뒤 따라 가며 캐디에게 “한번 넣겠다는데...”하며 따진다. 하지만 언니의 대답이 걸작이다. “사장님, 임자 없는 ‘구멍’이라고 다 쉽다고 생각하면 안 돼요.”

맞다. 골프장 안에서든 밖에서든 ‘빳다’는 상황 봐 가며 세워야 한다.
[뉴스핌 이사 겸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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