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 팔면 네이버도 하루아침에 먼지처럼 사라질 수 있다"

<한승범 칼럼> 네이버, 공룡인가? 케멜레온인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사매일] 90년대 pc통신 천리안, 하이텔, 나우누리에 익숙했던 대한민국 국민들은 97년 ‘야후코리아’를 처음 접했다.

이후 ‘야후코리아’는 2000년대 초반까지 80%의 점유율로 ‘포털 공룡’의 위력을 발휘했었다. 그러나 2002년 지식검색을 내세운 네이버에 밀리다가 2012년 점유율 0.25%까지 떨어져 결국 한국시장에서 철수하게 됐다.

필자는 유학 중이던 1999년 처음으로 상업성 홈페이지를 만들고 ‘야후코리아’에 검색등록을 시도했다. 이후 검색 시 상위에 랭크시키기 위해 ‘야후코리아’ 관계자에게 연락하려 수소문했으나, 당시 야후코리아는 그야말로 철의 장막으로 철저하게 소비자들과 차단돼 있었다.

어렵게 야후 검색 관계자와 연락이 닿아 제대로 검색등록이 됐다. 2000년 10월부터 검색 1위에 등록돼 엄청난 매출이 일었던 기분 좋은 기억이 있다. 하지만 고객의 접근을 철저하게 차단하고 오만하게 대응하던 ‘야후코리아’는 필자에게 공룡이란 인식을 심어줬다.

네이버는 지식검색으로 점유율을 넓힘과 동시에 2001년부터 검색광고를 시작했다. 필자도 2000년대 초반부터 네이버에서 돈을 내고 검색광고를 시작했다. 네이버 검색광고를 처음 접하고 받은 느낌은 ‘아 좋다’였다.

사기와 거짓이 난무하는 인터넷 공간에서 돈을 내고 광고를 하는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은 만족했다. 오프라인 매체인 TV·라디오·신문 등에서 광고하는 상품에 보이는 신뢰도가 그대로 인터넷 공간에서 적용된 것이다. 주식을 전혀 안 하는 필자가 NHN의 주식 구매 충동이 일 정도로 네이버의 성공은 그야말로 ‘뻔한’ 것이었다.

개인적으로 네이버 검색광고로 많은 재미를 보았는데 2000년대 중반부터 네이버 검색광고가 돈이 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광고주들의 네이버로의 골드러쉬가 이어졌다. 광고주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당연히 검색광고의 재미가 줄어들었다. 네이버의 매출은 극대화되는 반면 광고주들은 그야말로 ‘죽지 못해’ 광고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2011년 네이버 본사 광고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브랜드 검색 광고를 요청한 적이 있었다. 돌아온 답은 광고대행사가 아닌 직접 광고주는 브랜드 검색 광고를 집행할 수 없다는 것이 네이버의 방침이라는 것이다.

네이버가 직접 광고주를 차별하는 것이라고 강력하게 항의하자 담당자는 알아보고 연락하겠다고 해 얘기가 마무리됐다. 네이버 본사의 방침이라니까 사실 ‘광고대행사만의 브랜드검색 광고 집행’이라는 원칙이 바뀌리라 기대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며칠 뒤 네이버 담당자는 네이버의 방침이 바뀌었다며 검수를 통해 브랜드 검색 광고 집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솔직히 깜짝 놀랐다. 네이버와 같은 거대 기업이 일개 광고주의 의견을 받아들여 원칙을 바꾸었다는 것은 공룡 기업의 행태가 아니었다.

점유율 70%가 넘는 네이버는 공룡의 오만함은 없고 발 빠르게 변신을 거듭하는 카멜레온과 같은 움직임에 소름이 끼칠 정도로 무서웠다. “누가 네이버를 이길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했다.

2011년 11월 VIP 광고주 200여 명이 초대된 '네이버 광고주 대상 행사'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그 중에서 ‘네이버 키워드 광고 성공 사례 대표 광고주’ 11인에 선정돼 필자 회사 영상이 방영됐다.

기업이나 정부기관에서 진행하는 행사에는 관계자 몇 명과 대표자가 참석하는 것에 필자가 지금까지 알고 있는 상식이었다. 행사 대부분은 행사전문 업체가 주도하여 진행하고, 주관 기업이나 정부기관에서는 소수인원만 참석하여 생색내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NHN이 진행한 행사장에는 ‘광고주 반, 네이버 직원 반’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직원이 참석하였다. 무엇보다도 행사장 내에서 네이버 직원들이 테이블마다 착석해 광고주들과 대화를 나눴고, 광고주 편의를 위해 최선을 다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행사 도중 같은 테이블의 네이버 직원에게 페이스북과 카카오톡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는 “그런 새로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장은 네이버의 위협요소이다”며 진심으로 네이버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재 네이버의 국내시장에서의 점유율은 놀라울 정도다. 현재 인터넷 검색시장에서 78%, 검색 광고 매출 80% 이상을 점유하고, NHN의 영업이익률은 29%로 애플 26%보다 높다. 이런 네이버의 독식에 가까운 점유율에 우려의 소리가 나오다가, 올해 들어 부쩍 네이버에 대한 비판이 크게 일고 있다.

‘공룡 포털 네이버’, ‘네이버의 문어발식 확장’이라며 기성 언론과 정치권이 합세해 맹공을 퍼붓자 미래창조과학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부처가 규제의 칼을 빼 들고 나섰다. NHN과 반 NHN 진영이 오프라인·온라인 평판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알고 있는 네이버는 절대 공룡이나 문어가 아니다. ‘나비처럼 날다가 벌처럼 쏜다’는 전설적 복서 무하마드 알리의 명언이 있다.

네이버는 나비처럼 가볍다. 아무리 점유율이 높고, 엄청난 매출액에 흑자를 내도 둔해지는 법이 없다. 더 가볍게 날아다닌다.

네이버는 카멜레온처럼 변신에 능하다. 우리는 이것을 혁신이라고 부른다. 네이버를 흔히 중소기업의 아이디어를 베낀다고 폄하하지만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네이버는 생존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NHN의 문어발식 확장이라는 비판은 약간은 무리수란 느낌이 든다. 네이버의 검색 점유율이 78%라는 말은 웬만한 오프라인 사업을 벌여도 성공 가능성이 78%는 된다는 말과 같다.

즉, NHN은 막강한 정보 수집과 가공 분석 능력을 통해 오프라인 부동산 업체을 만들어 손쉽게 부를 늘릴 수도 있고, 심지어 특정 지역의 부동산 가격을 쥐락펴락할 수도 있다. 또한 NHN이 마음만 먹는다면 프랜차이즈 외식업체를 만들어 대한민국 외식업계의 판도를 바꿀 수도 있다.

또한 유통업체를 만들어 대형유통업체와 편의점 등에서 커다란 성과를 내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더 나아가 특정 정치인, 특정 정당에게 좋고 나쁜 온라인 평판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이용해 그 어떤 형태의 사업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

이런 것이 문어발식 확장이다. 하지만 NHN은 네이버 검색과 한게임 사업에서 한치도 벗어난 적이 없다. NHN의 총 계열사 53개는 NHN 사업들로 수직계열화 성격이 강하다. 엄연히 기존 재벌이 행하던 문어발식 확장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필자는 현재의 위기를 네이버가 잘 이겨내리라 확신한다. 네이버의 진정한 적은 다음, 네이트 혹은 기성 언론, 정치권이 아닌 수없이 새로 만들어지는 혁신적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이다.

한 눈 팔면 하루아침에 네이버도 먼지처럼 사라질 수 있다. 그걸 네이버는 잘 알기에 오늘도 사활을 걸고 변신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네이버는 케멜레온·혁신 기업이다.
 

SNS 기사보내기
저작권자 © 시사매일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주요기사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