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걸' 영화 속 흥미로운 소품들의 숨겨진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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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의 죽음에 얽힌 다섯 가지 이야기 <데드걸>(수입_배급: ㈜쌈지 아이비젼 영상사업단 / 배급_마케팅지원: CGV 무비꼴라쥬)의 각 에피소드에는 작은 소품, 장면 하나에서도 폭력으로 인한 상처를 담아내고자 했던 카렌 몬크리프 감독의 세심함이 엿보이는 반복적인 소재들이 등장한다.

크리스타의 목걸이 ‘ taken’

첫 번째 에피소드 「The Stranger」에서의 아든과 마지막 에피소드 「The Dead Girl」에서의 크리스타는 대조적인 환경을 살아가고 있다. 촬영과 미술에 있어서도 두 여성의 이야기는 상반된 분위기를 강조해 진행되었는데 여기에 공통으로 등장하는 ‘taken’이라는 목걸이 역시 두 사람에게는 반대의 상황을 제공하는 소품으로 등장한다.

크리스타의 남자친구가 그녀에게 억지로 쥐어준 목걸이에는 크리스타의 이름이 아닌 ‘taken’이라는 단어가 쓰여있다. 이 목걸이는 에피소드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가지게 된다.

「The Dead Girl」 에서 ‘taken’은 ‘넌 내꺼’ 라는 뜻으로 해석되어 그녀가 남자의 소유물임을 나타낸다. 또한 크리스타를 죽인 살인범은 그녀의 모든 것을 (taken) 앗아간다. 크리스타는 두 남자 사이에서 구속당하고 모든 것을 빼앗기는 과정을 겪게 되는 것.

이 목걸이는 「The Stranger」편으로도 이어지는데 아든은 크리스타의 시체를 발견하고 그녀의 목걸이를 풀어서 (take) 가져간다. 목걸이를 가짐으로써 아든은 크리스타와 일종의 일체감을 느끼게 되고 스스로 억압받던 자신의 삶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향을 찾는다.

지울 수 없는 그녀들의 상처

「The Sister」와 「The Wife」에피소드에도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바로 죽은 사람들에 대한 흔적을 불태우는 장면이 그것.

「The Sister」편에서 레아는 실종된 언니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매달리는 가족들 사이에서 자신의 삶을 잃어버리고 방황한다.

억눌린 현실의 고통을 이기지 못한 그녀는 결국 언니의 사진, 실종과 관련된 모든 자료들을 불태워버린다. 이런 행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토록 바래왔던 해방감을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그것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도움을 바라는 레아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The Wife」에서도 루스 역시 남편이 숨겨놓은 희생자들의 피 묻은 소지품들을 모두 태워버리는데 남편이 연쇄살인범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를 신고하지 않고 오히려 증거를 불태우며 남은 삶을 남편과 함께 보내려 한다.

희생자들의 모든 것을 태워버렸어도 그녀들에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레아는 언니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고 루스는 남편이 저지른 범죄를 영원히 가슴에 담아둔 채 살아가야 한다. 죽은 사람들에 대한 흔적은 불타 사라졌지만 그들에 대한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에피소드들에 등장하는 소품과 장면들을 통해 폭력이란 단지 물리적인 것만이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쉽게 치유될 수 없는 상처임을 보여주는 영화 <데드걸>은 11월 8일 국내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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