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달 컬럼] 발기부전과 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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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경제신문/시사매일] 살기가 점점 팍팍해 지고 있다. 있는 사람들도 지갑을 닫는 바람에 골프장까지 못살겠다고 아우성이다. 그러니 일반 서민들이야 오죽하겠는가.

거의 모든 식물은 생명에 위협을 느끼면 종족번식 본능이 생긴다고 한다. 짧은 기간에 꽃을 피우고 씨앗을 맺는다는 것.

하지만 골퍼들은 위기를 기회로 살리는 힘이 부족하다. 기회는 위기 속에서 잉태한다. 내기골프를 생각해 보라. 아무리 골프가 안 되는 날이라도 18홀 가운데 적어도 한 번의 기회는 온다. 그 기회를 살리지 못하기 때문에 주머니가 털리는 것이다.

아마추어골퍼들은 쉽지 이성을 잃는다. 파 찬스에서 더블보기를 하면 바로 ‘뚜껑’이 열린다. 그 다음부터는 되는 게 없다.

그래서 라운드 중 박살이 나도 ‘죽은 물건도 한 번은 선다’는 말로 위안을 삼아야 한다. 실제로 그 기회는 온다. 하지만 그 찬스를 살리지 못하는 게 문제다.

호주머니가 거덜 날 판에 찾아 온 기사회생의 버디 찬스를 가정해 보자. 이 버디 퍼트는 성공보다 실패할 확률이 훨씬 높다.

그것은 의학적으로 심인성 발기부전과 비슷하다. 힘을 쓰면 쓸수록 오그라드는 것과 같다. 이 버디 퍼트를 넣어야 산다는 욕구와 심리적 부담 때문에 미스하고 만다. 분명히 죽은 물건도 한 번은 서는데 이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꼴이다. 용을 쓰다 주저앉는 바로 그 기분이다.

만약 내기골프에서 돈을 따 주머니가 두둑했다면 아마 대충 쳐도 들어갔을 것이다. 일부러 볼을 홀에 넣지 않으려고 친 게 미친 듯이 들어간 경험들을 갖고 있을 것이다. 접대골프에서 OB 한방 내줘야겠다고 가볍게 휘두른 드라이버샷이 페어웨이 한 가운데 떨어지기도 한다.

골프장에서도 머리에 든 것보다 주머니에 든 게 많은 사람이 큰소리를 친다. 슬픈 일이긴 하나 머리에 든 것도 없고 주머니마저 든 것이 없으면 남 눈치만 보게 된다.

‘가정수입이 20% 줄면 성욕은 50%가 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것을 본 적이 있다. 하여튼 계산상으로 수입이 40% 줄면 ‘거시기’는 용을 써도 땅만 쳐다본다는 얘기다. ‘밤일’이고 뭐고 끝장인 셈이다.

세상에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내기골프를 하다 주머니가 비면 심리적 스트레스로 샷이 엉망이 된다. 이때는 수십 만원하는 수제 맞춤 퍼터도 소용없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기브 거리도 실패하는 게 골프다. 백발을 해 갖고 수 백 만원 들여 비뇨기과를 들락거려도 주머니에 든 게 없으면 고개를 숙이는 것과 닮았다.

골프장에서 마음을 비우는 게 최고의 방법인데 어디 그게 쉬운 일인가. 그래도 욕심은 버리고 ‘죽은 물건도 한 번은 선다’는 주눅 들지 않는 뱃심은 키워야한다.

골프가 사소한 것도 용서하지 않는 워낙 ‘골’ 때리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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