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달 칼럼] 세우야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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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경제신문/시사매일] 골프를 시작하면 누구나 두 번은 미친다. 너무 재미있어서 미치고 볼이 너무 안 맞아서 미친다.

누구나 골프를 잘 하고 싶다. 하지만 잘 안 되는 게 문제다. 못하는 데는 이유가 많다. 또 핑계도 많다. 잘 해야지 하다 ‘골프인생’ 종친다.

그래서 그런가 주말골퍼들의 실력은 다 거기서 거기다. 구력은 10여 년 되지만 대개 직장을 갖고 있는 골퍼는 맨날 그 타령이다.

연습도 한다한다 하면서 이런저런 이유로 못하기 일쑤다. 사실 필드도 꾸준하게 나갈 수 있는 처지도 못 된다.

그래서 그저 잘 맞는 날엔 80대 중반으로 족하고 무너지면 90대 중반까지도 치는 게 주말골프들이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좋은 동반자가 된다. 주로 친선 골프만을 치다 보니 내기를 야무지게 붙으면 왕창 무너져 동반자들을 즐겁게 한다.

H그룹의 K상무도 그런 축에 든다. K상무가 3주 만에 필드에 나갔는데 이날은 퍼팅이 말썽을 부렸다. 퍼팅이 매번 홀에 미치지 못하거나 미쳤더라도 옆으로 빠지기 일쑤였다. 그리 긴 퍼팅도 아니 여서 자신 있게 친 것이 홀을 비켜 가면 기분 참 더럽다.

K상무는 점점 답답해진다. 할 수 없이 스윙은 별 볼일 없는 데 퍼팅은 ‘귀신’으로 통하는 동반한 S그룹 P전무에게 도움을 청한다. “이 놈의 퍼팅이 홀에 못 미치고 끝에서 자꾸 휘는데 왜 그런지 미치겠네.”

그러자 P전무는 “구멍 앞에서 자꾸 죽으면 ‘고추’를 세워야 들어가지”하며 농반 진담 반으로 받는다.

P전무의 설명은 K상무가 퍼팅 시 상체를 지나치게 숙인다는 것. 그 결과 양 손이 좀 앞으로 뻗어 나갔고 피니시 동작이 좋지 못했다. 자연히 폴로스루가 약해 볼이 뻗지 못하고 홀 앞에서 힘을 잃으며 휘어진다는 것이었다.

잔뜩 웅크리고 퍼팅을 하는 것보다 등판을 곧추 세우면 보기에도 좋다. 이렇게 하면 피니시가 좋아 홀 앞에서 볼이 휘어지는 것을 방지한다는 것이었다.

퍼팅 뿐 아니라 일반 스윙에서도 웅크리고 어드레스를 하면 피니시 동작이 부족해진다. 체중도 오른발에 남게 된다. 이 경우 슬라이스 구질이 나온다.

볼은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봐야 한다. 등을 펴고 턱을 조금 치켜세우는(Chin up) 자세가 좋다.

아무리 설명해도 K상무의 웅크린 자세는 펴지질 않았다. 그러자 P전무는 다시한번 일갈한다. “이 친구야, 금속 퍼터건 ‘가죽 퍼터’건 퍼터가 바로 서야 구멍이 정복되는 거야. 그래야 가정이 평화롭고 골프가 강해진다 말야. 자네 몸에서 세울 수 있는 건 전부 세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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