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달 칼럼]나도 넣고 싶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월드경제신문/시사매일] ‘구멍’만 보면 덤비는 사람들이 있다. 하수들이 하는 짓이다. 생각해 보라. 그게 그리 쉬우면 재미있겠나.

108mm. ‘구멍’(홀)의 직경이다. 결코 작지 않다. 누구나 넣으면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크기다.

하지만 골퍼들은 이 구멍 앞에서 쪼그라들고 무너진다. 골프가 뭐 길래. 기분 한번 풀려고 벼르고 별러서 골프장에 갔다가 ‘뚜껑’이 열리기 일쑤인 것도 구멍 때문이다.

골퍼들이 가장 소홀히 하는 것이 퍼팅이다. 골프에서 퍼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3%나 된다. 그런데도 구멍이 다 잘 받아 줄 것으로 생각한다. 착각이다.

지난주 라운드를 복기해 보라. 라운드 시작 전 감이 좋았다. 아무리 감이 좋아도 뭔가 꼭 한 가지는 말썽을 부린다. 드라이버가 좀 맞으면 아이언이 속을 썩이고 아이언이 짝짝 맞는 날엔 퍼팅이 문제다.

특히 퍼팅은 골퍼를 종종 환장하게 만든다. 내기골프에서 3개홀의 ‘스킨(돈)’이 쌓인 홀에서 1m 퍼팅을 남겨 놓았다고 치자. 이를 넣으면 스킨을 먹는 것이고 실패하면 다음 홀로 또 이월된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치면 들어갈 수 있는 거리다. 허나 이 상황에서 퍼팅을 미스할 확률은 60% 이상이나 된다.

골퍼는 이때 퍼팅을 성공시키겠다는 생각보다 돈을 먹겠다는 마음이 앞선다. 눈앞에 보이는 돈 때문에 평상심을 잃은 상태에서 스트로크를 한다. 그냥 밀어만 주면 들어가는 볼인데 미스하고 만다.

실패는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뚜껑’이 열리다 보니 분을 삭이지 못하고 최소한 3개홀은 망친 기분을 끌고 간다. 결국 1m 짜리l 퍼팅 미스 하나가 4개홀을 망치는 셈이다.

잘 알고 있겠지만 넣는데도 순서가 있다. 무조건 넣는다고 들어가는 게 아니다. 살필 댄 살피고 달랠 땐 달래야 한다.

잘 넣는 골퍼들은 볼을 온그린 시킨 뒤부터 준비에 들어간다. 그린으로 걸어가면서 그린의 경사를 살피고 그린에 올라가서는 거리와 잔디결 등을 꼼꼼히 체크한다. 그러니 퍼팅 시 주저할 필요가 없다.

집이나 골프장에서 잘 넣지 못하는 골퍼들의 특징은 쓸데없는 예비 동작이 많다는 것. 홀 이쪽저쪽을 왔다갔다하고 어드레스를 풀었다 했다를 반복하다 결국 미스하고 만다.

구멍을 원망하지 말고 넣고 싶다면 덤비지 말고 넣겠다는 생각을 하라. 넣겠다는 생각을 가지면 스트로크가 한층 정교해진다. /뉴스핌 이사 겸 골프전문기자

SNS 기사보내기
저작권자 © 시사매일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주요기사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