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학교폭력 관련 분쟁은 성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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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경제신문/시사매일] 학교폭력 문제가 심상찮다.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학생이 자살을 하는 사건은 한두 번이 아니다. 학교 폭력 문제는 아무도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아 보인다.

학교폭력의 양상은 매우 복잡하다. 학교폭력 사건은 일반 성인들 사이의 폭력사건과는 달리 가해자와 피해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이해관계자로서 학교와 교사가 있고 가해자와 피해자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는 가해자 부모와 피해자의 부모가 있다. 학교 폭력을 둘러싼 이런 복잡한 환경이 학교폭력 문제를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 같다.

일반 성인들 사이의 폭력사건은 피해자와 가해자로 비교적 간명하다. 피해자와 가해자 각자 처해진 상황에 따라 사후 주장은 달라질 수는 있어도 사건 당시의 상황에 대해 스스로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가끔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형사사건화가 되든 민사소송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든 법적인 절차가 복잡하지 않고 비교적 단기간에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이유로  성인들 사이의 폭력사건을 ‘전투’에 비유한다면 학교폭력은 ‘전쟁’에 비유할 수 있다. 그리고원리주의자 내지 확신범(確信犯)의 폭력, ‘성전(聖戰)’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학교폭력의 일차적인 당사자들은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이지만, 이차적인 당사자는 가해학생의 부모와 피해학생의 부모다. 부모는 기본적으로 제3자다. 일차적인 당사자들이 알고 있는 정보를 자녀인 학생들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접할 수밖에 없다.

부모들이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기 자식 말만 듣고 서로 다른 사실관계를 전제로 갈등이 깊어지기도 한다. 그러다가 감정적인 말이 오가게 되고 애들 싸움이 어른들 싸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직접적인 당사자인 학생들은 사건의 진상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피해학생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하기란 쉽지 않다. 다행히 피해학생이 잘 대처한다면 더 이상 학교폭력이 아니다. 문제는 그렇지 않은 경우다.

가장 가까이에서 학생들을 접하는 담임, 학생부장, 교감과 교장은 그 정도의 차이는 있어서 학교폭력에 대하여 성인들 가운데 가장 잘 알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피해학생이나 가해학생이 쉬쉬하는 경우에는 학교에서도 학교폭력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학교폭력이 드러났을 때 학교의 대처 방법은 어떠할까. 학교 입장에서는 학교폭력은 불편한 진실이다. 드러내고 싶지 않다. 학교폭력 문제가 드러나면 일반인들은 해당 학교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교육청에서도 학교폭력이 이슈화되면 해당 학교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취급한다.

교장이나 교감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경우가 있고, 퇴직연금 삭감 등 경제적인 불이익을 줄 수도 있다. 그렇다 보니 교장 입장에서는 조용히 지나가고 싶다. 교장 자신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이고 싶지도 않다. 교장 입장에서는 학교폭력이 여러가지로 불편하다.

이와 같은 상황이다 보니 학교에서는 사건을 축소시키려는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 교사에게 책임을 떠넘겨보기도 한다. 가해자와 피해자 양쪽에게 사과를 하도록 하기도 한다. 심지어 교사로 하여금 피해학생에게 금전적인 보상을 하도록 암묵적으로 강요하는 경우도 있다.

이와 병행해 가해자가 일방적으로 피해자를 괴롭힌 것으로 처리하기보다는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에게 잘못이 있는 것으로 처리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하는 것이 학교폭력이 아니라 학생들 사이에 있을 수 있는 사소한 일로 축소하려고도 한다.

학교폭력과 그 파급효과는 피해학생으로서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피해자 입장에서는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기도 한다.

피해학생이 자살을 하지 않더라도 피해학생이 기해자이기도 하다는 말을 듣게 되면, 피해학생의 부모는 ‘내가 자살을 해서라도 결백을 밝히겠다’는 극단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가해학생의 부모 역시 자신의 아이가 가해자로 낙인찍히고 학생부에 기록이 남게 되는 것을 가만두고 볼 수 없다고 하면서 필사적으로 대응한다. 학교폭력이 ‘성전(聖戰)’으로 치닫게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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