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달 칼럼]1타의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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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경제신문/시사매일] 골퍼들은 왜 스코어에 목을 맬까. 캐디 기분이나 골퍼의 기분에 따라 늘었다 줄었다는 하는 스코어를. 골퍼 자신의 실제 타수보다 줄여 적은 스코어로 위안을 삼기 때문일 것이다.

분수를 알아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은 모양이다. 골프도 상식 밖의 욕심을 낼 때 꼭 화를 부른다. 뭐 몰라서 그런 게 아니다. 어찌 되겠지 하는 안이함이 뒷골을 때리게 만드는 것이다.

골프도 상식선에서 플레이하면 뭐 크게 열 받을 것도 없다. 괜히 욕심 부리지 말고 상식적으로 막을 수 있는 스코어에 만족할 때 라운드는 즐거워진다.

골프장 마다 만만한 홀이 있다. ‘서비스홀’이다. 골프가 잘 안 되는 골퍼도 이 서비스홀 티박스에 서면 욕심이 생긴다. 하물며 장타에 골프를 좀 한다는 골퍼는 서비스홀에서 적어도 파는 해야 직성이 풀린다.

380야드 짜리 파4홀. 내리막 홀이다. 장타자는 쉽게 파온에 성공할 수 있다. 장타자인 L씨도 이 홀에서 호쾌한 장타를 날렸다. 볼은 페어웨이에 잘 떨어졌다. 홀까지 남은 거리는 100야드 안팎이다.

버디까지도 노려볼 수 있는 상황. 홀은 그린의 전면 가까운 곳에 있었으나 그린 앞에 벙커가 있었다. 사실 까다로운 핀 위치였다. 벙커를 넘겨 볼을 그린에 안착시켜야 했다. 백스핀이라도 걸 수 있는 골퍼라면 문제 될 게 없는 홀이다.

L씨는 9번 아이언을 잡았다. 벙커 때문에 좀 크게 잡은 것. 그런데 이 아이언 샷이 길어 그린 뒤쪽 벙커에 들어갔다. 일단 기분이 상했다. L씨는 벙커에서 한 번에 탈출하지 못하고 겨우 4온을 시켰다.

2온에 버디까지 기대했던 L씨는 4온에 ‘맛’이 갔다. 홀까지 거리는 3m. 내리막에 브레이크까지 좀 있었다. 여기서 L씨의 퍼팅은 홀을 1.5m 이상 지나쳤다. 결국 L씨는 4온3퍼트로 트리플보기를 범했다. 버디가 트리플보기로 변한 것.

OB나 로스트볼이 아닌 상황에서 한 트리플보기를 분석해 보라. 거의 대부분 이와 비슷한 상황일 것이다.

여기서 L씨는 비록 버디 욕심이 있었다 하더라도 두 번째 샷까지는 문제가 없었다. 충분히 벙커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세 번째 벙커 샷이다. 벙커에 빠진 것을 만회하려고 욕심을 냈다. 벙커 샷을 홀에 붙여 ‘파’을 잡으려 한 것. 이 때문에 벙커에서 ‘푸석’댔다.

첫 번째 퍼트도 2퍼트로 홀아웃하겠다는 생각을 했으면 더플보기로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L씨는 1퍼트로 보기를 생각했다.

이렇게 L씨는 1타 줄이려다 2타로 늘어나는 플레이를 고집했다. 현 상황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따라서 현 상황에 역행해 1타를 줄이려 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게 트리플보기를 하지 않는 플레이 요령이다. 이제 막 골프를 시작한 비기너 라면 모를까 아마추어골퍼에게 트리플보기는 치명적이다.

 

<이종달 뉴스핌 이사 겸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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