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馬)도 수출한다…마사회 해외 시장 진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월드경제신문/시사매일] 한국에서 태어난 명문혈통이 경주마가 처음으로 해외 수출 길에 오른다.

한국마사회는 국내 최초로 국산 경주마 3두를 말레이시아로 수출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번에 수출되는 3두의 경주마들은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씨수말인 ‘비카, ‘커맨더블, ‘엑스플로잇의 자마들이다. 경주마 생산의 불모지 한국이 국산마 생산에 착수한 지 20년 만에 이룬 쾌거다.

이번 경주마의 해외수출은 말 산업 육성법 제정에 발맞춰 국내 말산업의 수요를 견인하고 한정된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해외 수출을 통해 외화 획득으로 국민 경제에 기여함은 물론, 경마산업의 긍정적 이미지를 강화하는데 의미가 크다.

한국마사회 최인용 말산업진흥처장은 “그동안 세계 경주마 시장은 호주와 미국 등 몇몇 나라에서 독점하다시피 했지만, 한국 경주마의 첫 수출 사례라는 점에서 향후 세계시장 진출을 위한 확실한 교두보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라며 “2020년까지 연간 50두 규모의 수출을 목표로 중국, 필리핀, 마카오 등을 대상으로 현지 시장조사, 해외 바이어 초청 등을 통해 경주마 수출을 추가로 따내겠다.”고 말했다.

사실 경주마의 부가가치는 천문학적이다. 2008년 기준으로 한우 비육우의 평균 거래가격이 534만원이지만, 국산 경주마의 평균가격은 3330만원이었다. 이런 탓에 소나 돼지 생산농가는 점차 감소추세이나, 말은 2000년 520개 농가에서 2008년 1,528개 농가로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했다.

완전경쟁 체제로 운영되는 해외 선진국에서도 씨수말의 정액 한 방울은 다이아몬드 1캐럿과 맞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우수한 혈통의 경주마는 경주능력이 검증되지 않아도 100만 달러 넘게 팔리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냉혹한 승부의 세계라는 경마계은 우승열패(優勝劣敗)가 원칙이다. 때문에 세계최대 경마시행국이자 경주마 생산국인 미국을 제치고 한국의 경주마들을 최종 낙점된 것은 한국의 경주마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경주마 생산은 1991년부터 경마시행에 국산마 비중을 늘리면서 본격화됐다. 당시만 하더라도 한국경마는 외국산마에 의존해 외화낭비는 물론이려니와 ‘국적 없는 경마’로 경마의 질을 떨어뜨리고 외형적인 성장에만 집착한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제주육성목장이 개장된 이후 경주마 생산이 연간 1300두가 넘게 생산되면서 초기 국내산마 자급률이 20%도 채 안되던 것이 현재는 78% 수준을 웃돌고 있다. 국산마를 대상으로 하는 총상금 18억 규모의 삼관경주와 7억원의 대통령배 대상경주 등 국산마 우대 정책을 통해 선진국 수준의 국산 경주마를 대거 배출해내고 있다.

한국마사회는 국산마 교배 지원을 위해 매년 세계 최고 수준의 씨수말을 도입해 보유하고 있는데, 2006년 메니피(37억원)와 비카(21억원)을 도입한 데 이어 2007년 포레스트 캠프(37억원)와 피코센트럴(20억원) 지난해에는 오피서(35억)를 도입했다.

또한, 우수 씨수말을 통한 생산목장 교배 지원과 생산목장 생산마 조기 매입 육성, 경주마 생산목장 기술지도 지원을 통해 국내 마필생산 활성화를 지원해 오고 있다.

특히, 한국마사회는 이번 해외수출을 위해 씨암말 특별교배(내수용 자마 생산을 위한 교배 외) 규모를 연차적으로 확대해왔다. 지난해 12마리를 시작으로 올해에는 17마리, 2012~2013년에는 30마리 내외로 확대할 예정이다.

해외 수출용 경주마는 사전에 씨암말을 보유한 농가의 신청을 받아 한국마사회가 보유한 우수 씨수말과 교배를 하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자마를 한국마사회에서 수매해 1∼2년 정도 강도 높은 훈련을 시키게 된다. 우수 씨수말과 교배 후 임신한 씨암말도 수출 대상에 포함된다.

국산 경주마의 원활한 해외 수출 지원을 위해 한국마사회가 보유한 우수 씨수말 13두를 지난 4월 ‘브리더스컵사(Breeder's Cup社)’에 등록했다. ‘브리더스컵사’는 북미의 주요 경주마 생산자 단체로, 경마의 올림픽이라 불리는 ‘브리더스컵 월드 챔피언쉽 경주’를 주관한다.

‘브리더스컵 월드 챔피원쉽 경주’에 출전하려면 ‘브리더스컵사’에 매년 씨수말과 자마의 등록료를 납부해야 하는데, 여기에 씨수말이 등록되면 일단 그 씨수말의 자마는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는 셈이다.

최인용 말산업진흥처장은 "국내 말산업의 현황에 비해 이번 수출규모가 매우 작지만 최대의 말 소비국으로 부상할 중국 시장의 선점을 위해서는 조기 해외시장 공략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베팅을 금지하는 중국 정부의 방침에 따라 현재 30여개 경마장에서 비공식적으로 경마를 시행중이만 조만간 중국 정부가 경마를 허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경마가 허가되면 중국 전역 약 300여개의 경마장에서 수만 마리의 경주마가 소요될 것으로 예측되는데 우리나라로서는 세계 최대 규모의 말산업 시장을 지척에 두는 셈이다.

중국에 경주마를 수출하기 위해서는 국가 간 검역협정을 체결하고 미리 수출실적을 확보해야 한다. 일본이 1990년대부터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시장조사를 시작한 것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많이 뒤처진 상태다. 일본뿐만 아니라, UAE 두바이의 투자회사는 중국 ‘텐진’시에 총 40억달러 규모의 경마사업을 진행 중이며, 미국과 호주, 뉴질랜드 등도 중국 시장에 눈독을 들인지 오래다.

말산업 육성법 제정을 기회로 한국마사회는 한국인의 체형에 맞는 승용마를 개량하고, 이를 아시아권 국가에도 수출할 계획이다. 말의 수출은 단순히 가축 수출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경마장 플랜트, 운영 IT시스템, 전문 관리 인력 등의 연계 수출로 이어지게 된다. 이제 말산업도 대한민국의 주력 수출업종이 될 날이 그리 멀지 않은 셈이다.

SNS 기사보내기
저작권자 © 시사매일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주요기사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