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배추 가격과 완전히 뒤집힌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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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문화상품연구소 소장  최인식
[시사매일]  아니,이럴수가!배추 한 포기의 가격이 1만5000원?

이는 세상이 뒤집히고 있다는 적극적 반증이다. 세상이 뒤집힌다고 하여 서 있는 내가 거꾸로 서게 된다는 뜻은 아니다. 다시 말해서 세상이 뒤집힌다는 것은 곧 그 동안 우리의 삶을 지탱하던 환경이 뒤바뀌어, 굳이 우리 모두가 거꾸로 서지 않아도 마치 거꾸로 서있는 것과 같다는 의미다.

특히 배추는 우리의 식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채소 중의 하나다. 수세기를 이어 우리는 배추를 소금에 절인 다음 고춧가루로 만든 양념을 바른 뒤 숙성시켜 먹는 식생활을 이어왔다. 배추김치가 빠진 식단을 우리는 아예 생각할 수 없다. 그 만큼 배추김치가 우리 식단에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물론 배추를 먹는 방식은 김치 이외에 겉절이라는 것도 있다.

배추겉절이는 배추 숨을 죽이지 않은 채 간단히 양념을 해 무치는 방식이다. 무친다고 하여 다른 삶은 나물처럼 매 무치는 것이 아니라 섞듯 만져 양념이 골고루 발리도록만 한다. 그런 다음 통깨를 뿌려 얹으면 맛있는 배추겉절이가 완성된다.

이런 배추김치와 배추겉절이의 주재료인 배추가격이 포기당 1만5000원이라면 이는 더 이상 우리 생각 속의, 혹은 우리 삶 속의 배추가 아니다. 바로 김치가 아닌 금(Gold)치로서 이제 보통의 가정에서는 먹을 수 없는 고급식단의 주요 메뉴로 변신하고 만다.

물론 배추겉절이나 배추김치의 주재료인 배추를 대신할 대체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열무라든가 기타 많은 다른 새로운 채소들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더라도 배추 겉절이나 배추김치는 반드시 배추로만 만들 수 있다. 배추를 대신한 채소로 만든 배추겉절이나 배추김치는 배추겉절이나 배추김치가 아닌 다른 김치일 뿐이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포기당 1만5000원의 배추 가격은 우리를 질식시키고도 남는다. 배추 겉절이나 배추김치 없는 식단을 생각해보라. 우리 모두 하루 이틀은 참을 수 있을지 몰라도 열흘 스무날은 결코 참을 수 없다.

그 만큼 배추는 우리 식단에 중요한 채소다. 특히 한반도는 사계절이 있고, 특히 그 중 겨울 한 철은 대부분의 가정이 배추김치로 난다. 김장으로 불리는 김치는 겨울 한 철 그냥 먹기도 하지만 다양한 2차 식재료가 된다. (묶은)김치를 주재료로 하는 식단에는 김치찌개가 있다. 김치찌개는 김치 외에 넣은 부재료에 따라 두부 김치찌개도 있고, 참치살코기를 넣은 참치김치찌개, 돼지고기를 넣은 것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이 외에도 배추는 식재료소서 매우 널리 쓰인다. 된장을 풀고 배추를 넣은 심심한 맛의 배추 국을 끓여도 여간 좋지 않다. 쌈장에 배추쌈을 싸도 매우 좋으며, 그냥 된장에 배추를 찍어 먹어도 그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이런 배추를 그 가격이 너무 비싸 이제 보통 가정에서는 평범한 식재료로 사용할 수 없다면, 그것이 기후변화라든가 기타 배추의 병증으로 인해 생산량이 급감한 때문이라고 할지라도, 이 일이야 말로 세상이 뒤집힌 것과 하등 다르지 않다.

<한국문화상품연구소 소장  최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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