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무 방기한 것 심히 실망…존재의유 심각한 회의”

민변 "헌재, 교통방해죄 합헌 결정" 맹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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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일=김용환 기자] “헌법재판소는 형법 제185조 일반교통방해죄에 대해 단 한명의 반대의견도 없이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는 국민의 기본권 보루로서의 헌법재판소의 책무를 방기한 것으로서 심히 실망스러울 뿐만 아니라 과연 헌법재판소가 존재해야할 이유가 있는지에 대한 심각한 회의마저 들게 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회장 백승헌)은 25일 헌법재판소가 도로교통을 방해한 집회 참가자를 일반교통방해죄로 처벌하는 형법 조항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이같이 맹비난했다.

형법 제185조(일반교통방해)는 육로, 수로, 교량을 파괴 또는 불통하게 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성명을 낸 민변은 먼저 “일본을 통해 일반교통방해죄를 형법에 도입하면서 단지 ‘기타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하는 행위’라고만 규정해 ‘기타 방법’이 무한히 확대 해석될 여지를 만들었고, 이를 근거로 공안기관에서는 도로에서 집회ㆍ시위를 하는 행위를 도로를 파괴하거나 도로에 장애물을 설치해 교통을 방해하는 행위와 동일한 것으로 보고 형사처벌을 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손괴나 불통(장애물 설치)은 형법 여러 조항에서 범죄행위로 금지하는 행위이고, 집회나 시위는 헌법상 기본권을 실현하는 행위이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이루는 행위로 헌법재판소도 최대한 보장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는 행위”라며 “그럼에도 두 행위를 같은 것으로 봐 징역 10년이라는 중형으로 처벌하는 것은 너무도 일반인의 상식이나 기본적인 법리에서 한참 벗어나는 법해석과 법운영”이라고 꼬집었다.

민변은 “일반교통방해죄의 위헌적인 입법방식과 그에 따른 처벌의 무한확대의 문제점은 법무부도 잘 알고 있어, 법무부가 준비하고 있는 형법개정안에서는 ‘기타 방법’ 대신 ‘교통로의 표지 기타 부속물을 손괴, 제거, 변경하거나 허위의 표지나 신호를 하여’라고 명확한 규정방식으로 도로에서의 집회ㆍ시위를 일반교통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고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의 이번 합헌결정은 일반교통방해죄의 위헌성에 대한 반성적 고려가 전혀 담겨져 있지 않고, 이로 인해 일반교통방해죄에 대한 입법적 개선 노력마저 후퇴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민변은 “불명확한 형벌조항에 의해 국민들이 행위가 처벌될 수 있다면 국민들은 살얼음판을 딛고 다니는 듯한 불안한 삶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며 “그래서 헌법은 국민들이 누구나 자신의 행위가 범죄행위가 된다는 점을 명확히 알 수 있도록 규정된 형벌조항에 의해서만 형사처벌을 받게 하도록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헌재를 질타했다.

민변은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에도 불구하고, 세계 어느 나라의 입법례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일반교통방해죄에 대한 위헌시비는 계속될 것”이라며 “단순히 도로에서의 집회나 시위에 참가했다는 이유만으로 도로를 파괴하는 행위나 도로를 장애물로 불통시키는 행위와 동일하게 중형으로 처벌되는 것을 납득하지 못하는 국민들은 여전히 많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헌재를 비난했다.

민변은 끝으로 “국회는 이미 만들어져 있는 법무부의 형법개정안을 중심으로 조속히 전대근적인 일반교통방해죄를 선진국의 입법례에 맞게 올바로 개정하는 작업에 착수해야 할 것”이라며 “헌법재판소가 자신의 사명을 방기한다면, 국회가 입법을 통해 이를 바로잡아야 하는 것 이국회가 존재하는 이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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