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을에서 기름 유출사고 이후 14명 암에 걸려

태안 기름유출 2년 '암환자' 급증…자살도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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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한지 2년이 지났다. 시간이 지나면서 태안이 예전의 평온함을 되찾은 것 같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지금 이 지역에서 암환자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는 MBC <뉴스데스크>의 보도 이후 다시 태안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지난 17일 <뉴스데스크> 보도에 의하면 300여 가구가 살고 있는 한 마을에서 기름 유출사고 이후에 14명이 암에 걸렸다. 기름유출 사고 지역의 주민들 사이에서 사고 후유증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현재 항암치료 중인 유병희 씨는 당시 고압 세척작업을 맡았다고 한다. 그런데 유 씨는 올 해 폐암이라는 천청벽력같은 진단을 받았다.

유 씨가 살고 있는 지역은 기름유출사고 지역과 인접한 층남 태안군 파도리. 이 지역에서는 최근 암환자와 희귀질환 판정을 받은 주민들이 크게 늘었다. 330가구가 모여 사는 이곳에서는 지난 2007년 말 기름유출사고 뒤 현재까지 발생한 암환자는 확인된 것만 14명에 이른다고 <뉴스데스크>는 전했다.

뇌에서 급성종양이 발견된 파리도 주민 이병주 씨는 "종양이 4∼5센티미터 컸다고 그러더라고. 완전히 컸다는 거예요. 이비인후과 과장이 처음 봤다는 거예요, 이렇게 큰 사람은..."라고 말했다.

전문의들은 암 발병이 기름사고의 영향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원인파악 만큼은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태안주민 1만명을 진단한 결과 암환자에게서 주로 나타나는 유전물질 손상지표 농도가 정상치의 1.5배였고, 세포벽 유리현상은 4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뉴스데스크>는 전했다.

암 공포 태안, 역학조사 실시

이 같은 <뉴스데스크> 보도 이후 태안 보건의료원은 19일부터 암환자가 급증한 파도리에서부터 역학조사를 시작하기로 했다.

충남 태안에는 암환자는 물론 각종 급성 질환자도 잇따르고 있기 때문에 환경학자들은 장기적인 후유증에 주목하고 있는 상황다. 사고 초기 유해물질 농도가 기준치의 수백 배까지 치솟은 데다 보호 장구 없이 방제작업에 나서 장기간 기름에 노출된 주민들이 많다.

<뉴스데스크>에 따르면 이 지역 주민들이 사고 2년이 지나도록 몇 번의 기초검사를 받은 것이 전부여서 불안감이 더 하다.

최장렬 파도리 어촌계장은 <뉴스데스크>와 인터뷰에서 "3년 뒤, 5년 후나 위험하다고 하는데 어린 학생들은 누가 책임질꺼냐 그거죠"라며 우려를 표했다.

한편, 태안 주민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것은 비단 암뿐만이 아니다. 기름유출 사고 이후 주민 4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고가 난 지 2년이 지났지만 피해보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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