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금 못 따도 실망안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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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뉴시스>
“만약 금메달을 못따도 많이 실망하지는 않을거예요.”

‘피겨퀸’ 김연아에 대한 세계 언론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4일(현지시간) 토론토에 머물고 있는 김연아에 대한 밀착취재를 통해 올림픽 출전을 앞둔 심정과 그에 대한 한국민의 관심을 자세히 조명했다.

뉴욕타임스는 특히 김연아가 꼭 금메달을 따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떨치기 위해 모든 것을 잊고 새로 출발한다는 각오로 훈련에 임하고 있으며 브라이언 오서 코치가 과거에 비슷한 스트레스에 시달린 경험을 토대로 김연아를 안정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현재 김연아는 어머니 박미희 씨와 함께 캐나다 친지의 집에 머무르고 있다. 타임스는 김연아가 한국의 '메가스타'이지만 토론토에서는 외출시 변장도, 보디가드도 필요 없으며 자유롭게 훈련하고 외식하고 가라오케에서 노래도 마음껏 부를 수 있다고 전했다.

브라이언 오서 코치는 “한국에서 김연아와 함께 있으면 마치 영국의 다이애나 황태자비와 같이 있는 것 같다”고 유명세를 전하며, “하지만 여기서는 그같은 관심을 떨치고 목표에만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문은 “오는 23일 시작되는 피겨스케이팅에서 세계 챔피언 김연아는 가장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지난 수십년간 그녀처럼 강력한 금 후보는 없었다”고 추켜세운 후 “2008년 세계선수권에서 3위를 차지한 이래 최고 점수를 연속 갈아치운 김연아는 한국 최초의 피겨 금메달을 따낼 것으로 한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서 코치는 “연아는 한국 국민들이 얼마나 큰 기대 속에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글로벌 경기침체속에 자신의 금메달이 국민들에의 사기를 북돋아 줄 수 있다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많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무려 70개의 미디어가 인터뷰를 요청하자 오서 코치는 지난해 12월 18일 마지막으로 공식 기자회견을 진행, 김연아의 부담을 줄여주었다. 지난 1월에는 국제피겨스케이팅연맹 회장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 한 개를 쉬도록 조치했다.

언론과의 단절이 이뤄지기 며칠전 김연아는 “내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긴장하게 되는 것이다.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타임스는 김연아의 최대 라이벌인 19세 동갑내기 아사다 마오(일본)와는 어렸을 때부터 함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며 마오의 존재야말로 김연아에게는 완벽한 코치였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오서 코치를 만나게 된 사연도 전해 눈길을 끌었다.

오서 코치는 현역이던 88년 세계챔피언으로 캘거리올림픽 개막식에 캐나다 국기를 들고 입장한 주인공이었다. 그는 김연아에게 ‘브라이언들의 전쟁(Battle of Brians)’이라는 얘기를 들려주었다. 이름이 같은 미국의 브라이언 보이타노와 명승부를 펼쳤지만 결국 올림픽에서 연속 은메달에 머무는 불운을 곱씹었다.

오서 코치는 “캐나다는 올림픽을 두 번 개최하고도 홈에서 금메달을 못딴 유일한 나라다. 그게 얼마나 큰 부담과 상처를 줬는지 모른다. 이제 연아와 함께 우리는 준비가 됐다. 매일 올림픽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오서 코치를 통해 ‘가장 유력한 후보라고 금메달을 따는 것은 아니며 은메달도 가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김연아는 코치의 패배를 거울 삼아 마음을 비우고 더욱 훈련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김연아는 금메달을 딴다면 그 일부는 오서 코치에게 바치고 싶다며 4년전 그와 인연을 맺은 일화를 공개했다.

2006년 여름 김연아는 안무가 데이비드 윌슨과의 훈련을 위해 토론토에 온 것이 인생의 커다란 전환점이 됐다. 당시 주니어 세계챔피언으로 다음 올림픽의 기대주였지만 김연아는 어린 나이에 사회성이 적었고 영어도 못했다. 기술적으로 뛰어났지만 자신감이 부족했고 무릎과 발목 부상에 시달리고 있었다.

윌슨 안무가는 “그때 연아의 코치가 좀더 행복한 스케이팅선수로 만들고 싶다고 했고 우리는 돌처럼 딱딱했던 김연아를 감정이 풍부한 선수로 변화시켰다. 부끄럼이 너무 많아서 전화부스처럼 경직된 연아에게 가볍게 포옹하는 법부터 가르쳤다”고 회상했다.

김연아는 당시 훈련장의 스케이팅 임원이었던 오서 코치에게 자연스럽게 지도를 받게 됐다. 오서 코치는 어깨와 힙의 자세를 교정하며 점프 기술을 보완시켰다. 하지만 오서 코치는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지 않았다.

김연아는 코치의 객관적이고 느긋한 지도 스타일에 강하게 끌렸고 엄마와 함께 정식으로 전담 코치가 돼달라고 부탁했다. 오서 코치가 난색을 표했지만 모녀는 끈질기게 부탁했다.

김연아의 엄마 박미희 씨는 “오서 코치는 훌륭한 스케이팅 선수였지만 무엇보다 연아가 감정을 어떻게 추슬러야 하는지를 알고 있었다. 연아의 감정을 존중하고 서로가 동등한 관계가 되는 것이 바로 연아에게 필요했다”고 말했다.

마침내 오서 코치가 응락을 하자 김연아와 엄마가 토론토로 건너왔고 에이전트와 물리치료사까지 따라왔다. 한국 신문에 ‘브라이언 오서..김연아의 스케이팅 구세주’라는 제목의 기사가 나오자 오서 코치의 반응은 “하나님 맙소사”하는 탄식이었다.

오서 코치와 윌슨 안무가를 통해 김연아는 본격적으로 재능을 꽃피우게 됐다. 감정을 표현하며 관중을 압도하는 표정연기도 세심하게 지도했다. 화려한 기술과 연기, 메이크업을 통해 김연아 내면에 있던 ‘디바’를 불러오게 한 것이다.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에서 섹시하고 자신감 넘치는 본드걸이 된다. 롱프로그램인 조지 거쉰의 '콘체르토 F'에서는 프리마 발레리나의 우아함을 강조한다. 얼음판 밖에서 김연아는 명성에 걸맞은 수많은 광고들의 주인공이다.

그러나 올림픽 개막과 함께 오서 코치는 모든 것을 잊으라고 주문하고 있다. 경기가 열리는 밴쿠버에 도착하면 현실을 기꺼이 받아들이라고 말한다. 오서 코치는 “세계챔피언의 자격으로 올림픽에 출전하면 커다란 의무감이 따른다. 모두가 금을 딸 것이라고 하지만 알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연아는 이제 모든 것이 준비됐다고 말한다. “누가 금메달을 딸지는 하늘이 결정하는거라고 하잖아요. 어떤 결과가 나오든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어요. 만약 내가 금메달을 따지 못한다고 해도 아주 많이 실망하지는 않을래요.” <NY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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