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매각 또 무산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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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반도체 매각 작업이 작년 효성의 인수철회에 이어 또다시 무산되면서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작년 11월 효성이 인수 의사를 철회한 이후 진행된 2차 매각 과정에서도 의향서를 제출한 곳이 한 곳도 나타나지 않았다.

채권단은 일부 지분 블록세일을 포함해 하이닉스 처리와 관련한 모든 가능한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그러나 시장 안팎에서는 하이닉스 인수ㆍ합병(M&A)은 적절한 인수자가 등장할 때까지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채권단은 최근 기업설명회를 열어 하이닉스 채권단이 보유지분(28.07%) 중 최저 15% 매각도 가능하며 일부 지분만 인수해도 경영권을 보장하고 인수자금까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더구나 하이닉스가 지난 21일 지난해 4분기 매출이 2조7990억 원으로 전분기보다 32% 급증하며 분기 단위(원화기준)로 사상 최대치를 냈다고 발표하자 시장에서는 하이닉스 매각 작업이 어느 정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졌다.

그러나 당장 인수 부담이 크지 않더라도 하이닉스 인수 후 해마다 2조원가량의 시설투자 비용이 들어가고, 반도체가 경기에 매우 민감한 업종이라는 부담감에 대다수 기업이 인수를 꺼린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 대우인터내셔널과 대우조선해양 등의 대형 매물들이 한꺼번에 쏟아져나오고 있다는 점도 하이닉스 매각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결과적으로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히던 LG그룹도 하이닉스 인수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며 최종 인수 의향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채권단이 연이어 매각에 나서는 등 지나치게 서둘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일부 대기업들이 현금을 쌓아둔 채 투자에 나서지 않는 등 몸을 사린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채권단은 조만간 주주협의회를 열어 하이닉스의 지배구조 개선이나 지분조정 문제 등에 대한 모든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채권단 협의를 거쳐 안정적인 경영과 지배구조가 유지될 수 있는 방법으로 지분 일부 매각 등의 모든 방안을 검토해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단 채권단 내부에서는 하이닉스 재입찰을 추진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채권단 관계자는 "두 번이나 입찰이 무산된데다, 그간 채권단이 인수금융 제공 등 다양한 유인책을 제시하며 백방으로 노력했음에도 인수 기업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은 재입찰을 해봐도 소용이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보유 지분을 15% 안팎으로 줄이고 나머지는 시장에서 블록세일을 하되, 하이닉스가 적대적 M&A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만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은행들의 보유 지분을 더 이상 묶어둘 수 없어 채권단 전체의 이익이 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채권단협의회를 통해 블록세일 등을 포함한 모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외환은행 등 일부 은행들은 가급적 이른 시기에 하이닉스 지분 처분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실제 일부 지분 매각이 이뤄지더라도 채권단은 여전히 M&A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입장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채권단의 지배구조 개선 논의와 별개로 하이닉스에 관심이 있는 기업이 다시 나타난다면 M&A 가능성은 열려 있다"며 일부 지분을 블록세일하더라도 결국 M&A 과정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업계에서는 채권단의 여러 노력에도 하이닉스 처리가 장기화할 수도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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