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법 “사법부 신뢰 훼손해 죄질 극히 무거워”

‘감형’ 대가 알선수재 법원직원... 집행유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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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일/법원] 골프장 건설업자가 자신을 도와주던 시의원이 뇌물수수로 시의원직을 상실할 위치에 처하자 감형 내지 재판지연 부탁과 함께 골프장 지분을 받기로 약속한 법원간부가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충남 보령에 골프장 건설을 추진하는 L씨는 자신을 도와 골프장 건설 인ㆍ허가 등을 알선하던 시의원 H씨가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2004년 4월 집행유예 판결을 받아 골프장 건설에 차질을 빚고, 향후 H씨가 유죄확정 판결을 받을 경우 시의원직을 잃으면 골프장 건설이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이에 L씨는 2004년 8월 지인인 법원 고위공무원(3급) J(53)씨를 만나 “골프장 건설을 도와주던 H씨가 1심에서 시의원 자격이 박탈될 형을 선고받았는데, 시의원직이 유지돼야 골프장 건설 추진에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 담당재판부에 부탁해 H씨가 시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는 가벼운 형이 선고되도록 도와달라”는 부탁을 했고, J씨가 승낙했다.

이후 H씨는 2005년 1월 항소심에서 1심 형량보다 대폭 감형된 자격정지형을 선고받았으나, 여전히 시의원직을 유지할 수 없게 돼 대법원에 상고했다.

그래도 여전히 골프장 건설 관련 인ㆍ허가 취득에 차질을 빚자 L씨는 재차 J씨에게 “상고심에서 담당재판부에 부탁해 파기환송을 시켜 주거나, 시의원직을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재판을 지연시켜 달라”는 부탁을 했고, J씨가 이를 승낙했다.

이후 2005년 3월 J씨는 자신의 근무지에서 L씨로부터 골프장 지분 1.5%(1억 5000만 원 상당)를 받기로 하는 지급약정서를 받았다.

결국 J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됐고, 서울중앙지법 제23형사부(재판장 홍승면 부장판사)는 J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8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피고인이 시의원 H씨에 대한 형사사건에 있어 형의 감경, 대법원에서의 파기환송 내지 선고지연 등 공무원의 직무에 속하는 사항의 알선과 관련해 골프장 지분 1.5%를 받기로 하는 내용의 약정서를 받은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양형과 관련, 재판부는 “피고인은 사법부의 공정과 그에 대한 신뢰를 위해 매진해야 할 법원공무원 지우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건 관련 당사자로부터 감형 내지 재판지연 청탁을 받고 그에 대한 대가로 이익을 약속받았다”며 “그로 인한 사법부의 공정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된 점에 비춰 죄질이 매우 무겁고 비난의 여지도 크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이 20년 가까이 나름대로 성실하게 공무에 임한 점, 받기로 약속한 골프장 지분은 결과적으로 골프장 건설이 무산돼 약속에 그친 점, 실제 피고인이 재판에 부당하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등을 참작해 형량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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