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한 푼 '적통 호랑이' 이종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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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타이거즈의 '정신적 지주' 이종범(39)이 12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KIA는 2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09 CJ 마구마구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7차전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서 나지완의 홈런포 2방을 앞세워 6-5로 기적 같은 역전승을 일궈냈다.

이날 이종범은 2타수 무안타로 그친 뒤 교체됐고, 한국시리즈 성적은 21타수 5안타(타율 0.238) 4타점의 성적을 올렸다. 벤치에 앉아 있던 이종범은 나지완의 끝내기 홈런이 나오자 누구보다 기뻐하며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유난히 큰 경기에 강한 모습을 보였던 이종범은 1993년 혜성같이 나타나 한국시리즈에서 선동열, 조계현과 함께 KIA의 8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1993년 데뷔한 이종범은 그해 0.280의 타율에 16홈런 53타점을 기록하는 놀라운 활약을 펼쳤다. 또 73개의 도루를 기록하면서 '호타준족'의 대명사로 떠올랐다. 그 해 한국시리즈에서 KIA의 전신 해태는 4승 1무 2패로 삼성 라이온즈를 꺾고 패권을 차지했고, 0.310의 타율에 4타점 7도루를 기록한 이종범은 MVP를 수상했다.

1997년 한국시리즈에도 나선 이종범은 0.279의 타율에 3홈런 4타점 2도루를 기록하면서 다시 한 번 MVP의 영예를 안았다. 이대진, 김상진이 이끄는 막강 투수진과 이종범과 홍현우의 대포를 앞세워 LG 트윈스를 4-1로 물리친 것.

영원할 것만 같았던 KIA의 중흥기는 선동열과 이종범이 차례로 주니치 드래곤즈로 떠나면서 한국시리즈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포기를 모르는 타이거즈의 명성은 추락하기 시작했고, 무려 12년 간 한국시리즈 패권을 차지하지 못해 종이 호랑이로 전락했다.

일본 프로야구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이종범은 타이거즈 팬들의 희망이었고, 이종범을 필두로 한 KIA가 과거의 명성을 찾아주기를 바랐다.

이후 KIA가 이종범의 활약을 앞세워 2002년과 2003년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각각 LG와 SK 와이번스의 벽에 가로막혀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이종범도 세월의 흐름을 피해가지 못했다. 스윙 스피드는 현저하게 느려졌고, 현란했던 주루 플레이도 예전만 못했다. 어느 덧 은퇴를 생각해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하지만 이종범은 좌절하지 않았다. 비시즌 동안 엄청난 양의 훈련을 소화하며 체력을 길렀고, 팀에 보탬이 선수가 되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화려한 주연에서 조연 역할을 자청한 것이다. 이종범은 기록에 의미를 두기보다 팀의 10번째 한국시리즈 제패에 사활을 건 것이다.

이종범은 올해 0.273의 타율에 6홈런 40타점 63득점 11도루를 기록,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렸고,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는 결승 적시타를 포함해 3타수 2안타 3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과거의 명성에 비해 올해 한국시리즈 성적은 다소 아쉽지만, 탁월한 리더십으로 선수단을 이끌었다.

12년 만에 다시 선 한국시리즈에서 이종범은 MVP를 차지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난 3년 간의 힘든 시기를 감내하고, 당당히 조력자의 역할을 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빛이 나는 조연 이종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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