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유산 캠페인 제4호 탄생...김화규 할머니, 유산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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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규(72세, 동대문구 용두동)할머니가 서울 사회복지공동모금회(회장 가재환, 이하 서울 모금회)에 전세 보증금 400만원과 100만원이 든 저금통장을 2007년 5월 7일 유산으로 기부했다. 이로서 서울 모금회가 펼치고 있는 행복한 유산 캠페인 제4호가 탄생했다.

제1호인 전세보증금 1,500만원을 유산으로 기부한 김춘희 할머니, 제2호인 충청도의 땅을 유산으로 기부한 익명의 기부자, 제3호인 서울 모금회 전임 회장인 조규환 회장에 이은 것이다.

김할머니는 충남 부여군 홍산면에서 7공주의 막내딸로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당시로서는 드물게 유치원과 홍상국민학교를 졸업했다. 3세가 되던 해에 아버지가 돌아가셨지만, 살림이 넉넉하여 별다른 어려움 없이 귀여움을 받으며 자랐다.

언니들도 모두 병으로 일찍 죽고, 남편도 젊어서 심장마비로 사망 후 줄곧 혼자 살아왔다.

부모님이 물려주신 재산으로 미용실, 양장점 등을 운영하며, 집안일을 하는 사람을 따로 둘 정도로 부유하게 살았지만, 아는 사람으로부터 사기를 당해 60세를 전후하여 전재산을 잃었다. 그 후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가 되면서 건강도 급격히 악화되었다.

김할머니는 “손주, 며느리 이야기가 나오는 드라마는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라며 “그런 이야기들이 주로 나오는 TV보다는 신문을 즐겨 본다.”고 한다.

유산을 기부하게 된 것도 “비슷한 처지의 다른 할머니가 재산을 기부한 것을 신문에서 보았기 때문”이라며, “나의 이야기를 보고 다른 사람들도 동참한다면 아주 기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나처럼 혼자 사는 노인들이나 부모가 없는 아이들을 위해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할머니가 유산기부는 10년 넘게 할머니를 돌봐온 이춘자 동대문구청 주민생활지원과 복지서비스연계팀장의 도움이 컸다. 할머니가 기부한 유산 중 저금통장 100만원은 사실 이춘자 팀장의 돈이다.

꼭 500만원을 채워서 기부하고 싶어 했던 김할머니가 긴 머리카락을 팔아서라도 돈을 마련하고 싶다고 하자, 이춘자 팀장이 선뜻 100만원을 내놓았던 것이다.

이춘자 팀장은 “할머니가 평생 부유하게 살았던 터에, 도움 받는 것이 익숙하지 않지만, 도움 받으면 그것에 대해 꼭 감사를 표한다.”며, “그것이 마음에 와 닿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춘자 팀장은 김할머니 외에도 그동안 알게 모르게 어려운 사람들을 많이 도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많은 할머니들의 건강이 걱정되지만 일일이 찾아볼 수 없어 개인 돈으로 요구르트를 배달시키는가 하면, 65세 이전의 할머니들이 지원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개인 돈으로 할머니들에게 매월 2만원씩 입금하기도 했다.

부모가 없는 중고생이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돌봐주기도 했고, 성매매 여성이 그 곳에서 벗어날 수 있을 때까지 경제적으로, 심적으로 도움을 주기도 했다.

독거노인들을 많이 돌봐온 이춘자 팀장은 “할머니들이 자신의 재산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없이 돌아가시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되면 살던 집의 보증금을 집주인이 그냥 갖게 되어도 어떻게 조치를 취할 방법이 없다.”면서 “가족이 없거나 가족이 돌봐주지 않는다면, 김화규 할머니처럼 유산기부를 약속해서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좋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화규할머니의 유산기부 전 과정을 지켜본 이춘자 팀장은 “유산기부가 이렇게 어렵고 까다로운 절차가 있는 줄 몰랐다.”면서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들을 위해서라도 절차를 더욱 간소화해야 유산기부가 더 활발해질 것”이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가재환 서울 모금회장은 “독거노인들을 중심으로 유산기부가 확산되고 있다. 어려움을 경험했기 때문에 어려운 이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면서 “그러나 행복한 유산 캠페인 제5호는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는 사람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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