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용은' 선수 현지 [인터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뉴욕=뉴시스】
‘바람의 아들’ 양용은이 26일(현지시간) 뉴저지 저지시티 리버티 내셔널 골프코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솔직담백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양용은은 이날 한국 기자들과 미국 기자들을 상대로 한 약 80분 간의 릴레이 인터뷰를 지친 기색없이 성실하게 답변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평소 만나기 힘들었던 한국 기자들이 대거 몰린 것에 대해 “적어도 메이저 대회에는 평소 한국 기자들이 한두명이라도 나와야 하는 게 아니냐”고 쓴소리를 했다.

다음은 양용은의 인터뷰 녹취록.

- PGA 챔피언십 우승 후 태극기가 그려진 골프백을 들어올렸는데.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에 미국 PGA에서 자부심을 갖고 한국인으로서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으로 국민들과 교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백에 태극기를 부착했다. 나라를 위해 특별히 한 일은 없지만 조그맣게 태극기 새긴 게 마음이 편하다. 그런 취지에서…세계에 많이 비쳐졌기 때문에 태극기를 아는 외국인을 만나면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이 든다.”

- 지난 대회 7번 홀에서 우즈가 티샷을 잘라칠 때 공격적으로 나간 이유와 마지막 홀에서 특별한 전략이 있었나?

“그런 건 없었다..7번 홀에서 타이거가 안전하게 쳤는데, 난 어차피 진다면 열심히 해보기라도 해야 하니까 세컨 샷을 그린에 올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마지막 홀 전략은 특별히 없었고 골프를 최대한 열심히 하면 좋은 성적나지 않겠나, 져도 손해볼 게 없다, 그런 마음이었다.”

- 2주만에 우즈와 만나는데 어떤 각오를 갖고 있나.

“게임은 누구나 질 수 있고 이길 수 있는거다. 이긴다는 보장도, 진다는 보장도 없고 열심히 칠 뿐이다. 4주 경기하고 일주일 쉬었는데…집에 있기도 하고 조그만 파티도 하고 나름대로 들떠서 잠도 설쳤고, 인터뷰도 전에는 별로 없었는데…좀 피곤하긴 하지만 우즈가 출전도 했고, 최선을 다해 4라운드까지 치르는 게 목적이다.“

- 평소 특별한 트레이닝을 하나.

“특별한 트레이닝을 하거나 특별한 노하우가 있는 건 아니고 마음 편하게 내 게임만 하면 된다고 본다. 결과는 그린에서 장갑 벗어봐야 안다는 말 있지 않나.”

- 우즈와 마지막 라운드를 한 느낌은.

“타이거가 몇몇 홀에서 퍼트 미스를 했는데 니같은 경우는 미스를 하면 가급적 빨리 잊고 잘 했던 스윙을 기억하려고 한다. 안 된 건 홀을 지날 때마다 빨리 버리고 욕심 부리지 않고 18홀까지 대회를 마무리한다. 실수가 매번 나오는 건 아니다.”

- 이번 대회 포인트가 크고 우즈도 있어 좀더 경쟁이 치열하다. 이번 대회를 위해 준비하 게 있나?

“특별히 준비한 거 없다. 스윙 바꾸고 난 후 차근차근 적응하려 노력 중이다. 지금도 완벽한 건 아니지만 80% 이상 적응했다고 생각한다. 코스에서 내가 잘 이겨내는 게 중요하다. 잘 견뎌서 언더파로 기록된다면 결과는 당연히 좋을 것이다.”

- 주말 골퍼들을 위해 조언을 해준다면.

아마추어 골퍼들은 스윙 두 가지를 한다. 공 있을 때와 공 없을 때 스윙이 다르다. 공을 놓으면 장작으로 보이는지 너무 강하게 치려고 한다. 공 없이 빈스윙을 할 때는 거의 준프로급인데, 공을 놓고도 없는 것처럼 휘두르면 80% 성공할 거다.“

-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후 부인과 포옹을 했는데 어떤 기분이었나.

“프로 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와이프가 뒷바라지 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모르는 내가 아파하는 그런 것들이 있다. 승리 순간 ‘이제 됐다. 그동안 힘들었지만 골프나, 생활이나 이젠 괜찮겠다’는 안도의 포옹이었던 것 같다.”

- 우승 이후 매니저 통해서도 잘 연락이 안 되는걸 보고 정말 스타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우승 이후 크게 달라진 게 뭔가.

“솔직히 말하면 인터뷰 요청이 많다. 그전에 안타까웠던 건 최경주 프로가 메이저대회를 뛸 때 기자들이 별로 없었다. 일본 기자, 외국 기자 많이 보이는데…한국 기자들은 그냥 대회는 몰라도 골프 기사를 쓰고, 골프를 알리는 책무를 갖고 있다면 메이저 대회만큼은 한두명이라도, 한국 사람이 눈으로 보고 기사를 썼으면 한다. 이번에 우승하고 나니까 저절로 그렇게 되긴 했는데 전에는 아쉬운 면이 많았다. 스폰서들이 내비쳐야지 선수들을 도울 수 있는 게 생기는데… 그런 관계가 안 생기면 미국에서 치고 있대…그냥 대회 나갔대… 한국에서 앉아서 기사를 쓰는 건, 솔직히 말해서 회사끼리 단합해서 신문사 사장님들 만나면 이런 말 하고 싶었다. 솔직한 기사를, 보고 쓰는 기사를 썼으면 좋겠다. 여러 신문사끼리 합쳐서 한두명이라도 나와서 기사 쓰고 사진 찍으면 좋겠다는 생각했다. 맨 처음 메이저 대회 나온 게 1997년인데 기자가 없더라. 과연 선수가 기자들에게 전화로 부탁해야 하는지… 기왕이면 얼굴을 보고 솔직하게 말하고 싶어도 없어서 못한다. 사실 (기자들이)이렇게 많이 올 거라고 상상하지 못했는데, 전에는 와도 한두명이라 대여섯명 올 줄 알았는데… 프라이드 생기고 기분 좋고 앞으로 후배들 현재 뛰는 선수들도 그렇고, 좀 기자분들 선수 위해서 많이 부탁드리겠다.”

- 10월 프레지던츠컵 출전은 확정됐나?

“확정됐다. 출전하는 선수는 누구든 최선을 다해 이기려는 경기를 할 것이고 처음 나가는 대회니까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도록 하겠다.”

- 고려대 입학했다는 얘기가 있는데.

“지금 PGA 투어로 바쁘긴 하지만 대학을 못 나왔기 때문에 추진하고 있다. 지금 정확하게 돼 있는 건 없고 나이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고려대에 지원하고 있는 상태다.”

- 앞으로 어떤 선수가 되고 싶나?

“PGA 투어에서 앞으로 2년은 뛸 수 있는 게 보장됐기 때문에 그 정도면 꿈을 이루는데 도움이 될 것이고 최선을 다해 한경기 한경기 하겠다.”

- 팬들의 반응은 어떤가?

“미국인들 전에는 사인해 달라고 하면서 절반은 ‘초이(최경주)’라고 부르며 착각했다. 지금은 100명 중 1명만 초이라고 하고 나머지는 ‘양’이라고 부른다. 여기 미국 선수들도 얼굴을 마주치면 전부 축하한다..잘했다, 격려하고 여러 가지로 달라진것 같다.

- 지난번 하얀색 옷을 입고 나오고 우승했는데 오늘도 하얀색이다. 평소에 흰옷 즐기나?

“티셔츠와 바지를 한 색깔로 입는 건 많지 않다. 무난한 게 흰색이라 티셔츠나 바지를 번갈아 입는데..스폰서 옷들이 빨간색 노란색 무지개색도 있다. 티셔츠도 밝은 색이 많고, 깔끔하게 입으려 노력한다.”

- 혹시 최경주와 미묘한 라이벌 의식 같은 건 없나. 우승 후 격려의 말같은 건 있었는지?

“최 프로는 작년부터 만나면 실수 있을 때 ‘이렇게 하면 좋겠다’, 여러 조언들 많이 해준다.경쟁 상대라기보다는 대선배이고 많이 우승했기 때문에 열심히 쫒아만 가면 2등은 하니까 열심히 뒤쫒아가려 한다. 지난 대회 우승했지만 최 프로가 1~2년 잘해서 그런 평가를 받는 게 아니라 10년을 잘한 거니까 그런 평가 나온다. 이번에 가까운 곳에 이사 와서 차 한잔 마시면서 축하한다고, 잘했다고 격려해 줬다.”

- 최경주를 비롯, 한국 선수들과 어떻게 지내나?

“찰리 위(위창수)는 생일도 비슷한 친한 친구다. 경주 형은 한국에서부터 ‘미국에 오면 가능하다’고 격려해서 힘이 많이 됐다. 케빈(나상욱)도 미국와서 잘 지내고 앤소니(김)도 티타임에 같은 조로 나가면 한국말 퍼펙트하게 못해도 가깝게 잘 지낸다. 한국 선수들하고 같이 나가기도 하고 밥도 먹고 연습도 하니까 같이 있는 게 도움이 된다..미국 선수들도 카르롤스나 로타 같은 선수 만날 때마다 친한 친구처럼 인사를 한다.”

- 미국 매체에서 레슬링하고 격투기 관심 많다고 했는데 여가활동은 어떻게?

“다른 운동들은 TV에서 보는데, K-1이나 격투기 볼 때마다 골프를 선택한 게 너무나 행복하다.(웃음) 다시 태어나도 골프를 해야겠다는 생각 또 한번 든다. 골프는 여러 모로 행복하게 만드는것 같다.

한국 언론에 이어 바로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가 이어졌다.

- 이번 대회 코스는 어떻게 생각하고 누가 유리할 것 같나?

“바람이 많이 부는 코스다. 그린도 까다롭다. 그린에서 퍼트를 잘 한다면 유리할 것 같다.”

- 군복무 시절 어떤 곳에서 근무를 했는지 총을 잘 쐈나?

“군복무는 제주도에서 했는데 바다로 둘러싸였으니까 간첩이 혹시라도 올까봐 이틀에 한번 나가서 해안경비를 교대로 했다. 총은 여러번 쏴보지는 못했지만 ‘뺑뺑이’ 돌지 않은 걸 보면 못한 것 같지는 않다.(웃음) 현역은 아니었고 18개월 간 열심히 나라를 위해 의무를 다했다.”

- 메이저 대회에서 우즈를 제치고 우승한 게 실감이 났나. 우즈와 그후 말을 나눠본 적 있나?

“저번주 일요일 새벽까지 맥주 한 잔 하고 잠을 한두시간밖에 못잤다..그 이후에도 잠을 설쳤다. 주위에서 알아보고 사인해 달라는 사람들이 많아서… 우즈는 연습장에서 아까 봤는데 서로 눈은 마주치지 못했다.

- 당신이 캐디의 주택과 자동차 상환금을 갚아주기로 했다던데….

“그건 아니고 (캐디가)보너스가 많아서 자기가 해결하는 걸로 알고 있다.”

- PGA 챔피언십 우승으로 프레지던츠컵 들어가게 된 걸 언제 알았나? 두 마리 큰 새를 잡았는데.

“대회 전에 좀 잘하면 기회가 올지 모르겠다 했다. 대회 끝나고 2~3일 후 그렉 노먼한테서 전화가 와서 프레지던츠 컵 들어가게 됐다는 사실 알게 됐다. 노먼이 축하한다고 했다.”

- 우승 후 가장 특이한 경험이 있었다면?

“지난 월요일(24일) 캘리포니아 테일러메이드 회사 방문을 했는데 몇천 명 직원들이 반겨줬고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까지 만났다. 그 분이 댈러스에 살기 때문에 시간이 맞으면 라운딩을 하자고 그래서 난 경기라도 빠지고 라운딩할 수 있다고 했다. 얼마 전에 제주도를 방문했다면서 내 고향에 갔다 왔다고 얘기했고 이명박 대통령과 아주 친하다고 하면서 그분이 털털한 분이다, 그러면서 여러가지 얘기를 했다.”

- 지난 대회에서 우즈를 꺾은 것은 어떤 팬들 입장에서 악역을 한 건데, 우즈 기록을 깼기 때문에 골프팬으로서 미안하고 아쉬운 생각이 드는지? 골프 팬 입장에서.

“나도 우즈를 좋아하고 여러 가지 족적을 많이 남기고 여러 면에서 한 편의 역사책을 쓰는 선수라 내가 재를 뿌린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그 선수로 인해 PGA가 커왔고 우리가 좋은 환경에서 경기를 할 수 있다고 얘기하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조금 안타까운 일을 저지른 것 같다. 조금 미안하긴 한데 나름대로 경기에서 이기려고 나왔기 때문에 최선을 다했고 여러 생각이 교차한다.”




SNS 기사보내기
저작권자 © 시사매일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주요기사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