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골사냥 예언, 퍼거슨 감독의 속마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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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번째 시즌을 앞둔 백전노장의 속마음은 무엇일까? 알렉스 퍼거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감독(68)이 제자들의 골사냥을 연일 예고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009~2010 시즌 개막을 1주일 앞둔 맨유는 올 시즌 전인미답의 리그 4연패에 도전한다. 1888년 닻을 올린 잉글랜드 프로축구 사상 4연속 리그 우승은 121년 역사에 단 한 차례도 세워지지 않은 대기록이다.

그러나 전망이 밝지는 않다.

◆<사진=뉴시스>  '알렉스 퍼거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
맨유는 지난 시즌을 마친 뒤 공격력의 절반을 차지했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4. 레알 마드리드)와 카를로스 테베즈(25. 맨체스터시티. 이하 맨시티)를 내보냈다.

또한 골키퍼 에드윈 판 데르 사르(29)를 비롯해 수비수 웨스 브라운(30), 게리 네빌(35), 하파엘 다 실바(19), 네마냐 비디치(28)가 시즌 초반 부상으로 그라운드에 서지 못해 전력누수가 두드러지고 있다.

영국 현지 언론 및 전문가들은 맨유와 함께 '빅4'를 이루고 있는 리버풀과 아스날, 첼시가 건재하고 재력을 앞세운 맨시티가 전력을 크게 보강시킨 상황에서 예년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지는 맨유가 올 시즌 에 리그 정상에 또다시 오를 수 있을지 궁금해하는 분위기다.

퍼거슨 감독은 올 시즌 성공의 가늠자를 '득점력'에 맞출 것으로 보인다. 그의 최근 발언을 보면 올 시즌 공격진에게 거는 기대감을 엿볼 수 있다.

퍼거슨 감독은 지난 3일(이하 한국시간) "프리미어리그 정상 재등극과 유럽무대에서의 호성적을 위해서는 호날두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하다"며 "웨인 루니(24)는 18골 이상 넣을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마이클 오웬(29)이 25경기 이상을 소화할 수 있다면 15골 이상은 충분히 기록할 것이다. 지난 시즌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디미타르 베르바토프(28)도 전방 중앙 공격수로 위치를 조정하면 20골 이상을 넣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퍼거슨 감독은 "지난 수년간 폴 스콜스(35), 라이언 긱스(35), 데이비드 베컴(34. 현 LA갤럭시) 등이 터뜨린 골에 비해 최근 미드필더진에서의 득점이 감소했다"며 "박지성(28), 루이스 나니(23), 안토니오 발렌시아(24)가 40골 정도를 넣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한 술 더떠 퍼거슨 감독은 8일 "루니는 올 시즌 중앙 공격수로 출전할 것이다. 부담을 주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25골 이상을 기록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자신의 전망을 상향조정했다.

퍼거슨 감독이 밝힌 이들의 예상 득점을 모두 합치면 95골이 된다. 맨유는 지난 시즌 리그와 컵대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등 모든 대회에서 총114골을 거둬 들였다. 하지만 호날두(25골)와 테베즈(15골)가 얻어낸 골을 빼면 팀 총 득점은 74골로 크게 줄어든다.

퍼거슨 감독의 골사냥 예언은 두 가지 의미로 풀이된다.

첫번째는 선수들을 북돋워 이들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려고 하는 의도라는 것이다.

그동안 퍼거슨 감독은 언론 인터뷰를 적절히 활용해 선수들에게 간접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해왔다. 올 시즌 전체적인 팀 공격력이 약화됐다는 평가를 선수들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23년 간 맨유 지휘봉을 잡으며 11번의 리그 우승과 FA컵(5회), 칼링컵(3회), UEFA챔피언스리그(2회),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1회) 등 각종 타이틀을 휩쓴 노장의 발언은 선수들의 불안감을 자신감으로 바꿔놓을 만한 힘을 지니고 있다.

'마에스트로' 거스 히딩크 감독(63)을 비롯해 세계 축구의 수많은 명장들이 심리전을 통해 가능성을 성공으로 바꿔놓은 전례에서 볼 수 있듯이, 퍼거슨 감독의 최근 발언도 숨은 의도가 내포됐다는 의견이다.

두번째는 무뎌진 득점포에 대한 퍼거슨 감독의 고민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축구를 비롯한 모든 스포츠에서 승리라는 결과를 이끌어내는 득점이 없이 정상에 오를 수는 없다.

쌍포가 모두 빠진 맨유가 최근 몇 시즌에 비해 고전할 것이라는 의견이 대다수인 가운데, 퍼거슨 감독의 발언에는 심리전 외에도 선수단이 자신의 예측만큼 역할을 해주지 못할 경우 정상에 오를 수 없다는 불안감이 섞여 있다는 추론을 해볼 수 있다.

낙관과 비관으로 갈린 두 가지 풀이가 퍼거슨 감독이 현재 품고 있는 속마음을 모두 꿰뚫었다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예년과 다르게 제자들의 득점 목표를 직접 거론하며 목청을 높이는 퍼거슨 감독의 모습은 분명 히 지난 시즌까지 드러냈던 일면과 달라 주변의 궁금증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시즌 뚜껑이 채 열리기도 전에 맨유의 공격력과 득점에 대한 의견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은 올 시즌 맨유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반신반의가 그만큼 크다는 증거다.

퍼거슨 감독의 골 사냥 예언과 4연패 가능성의 실현 여부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줄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는 9일 오후 11시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갖는 첼시와의 커뮤니티 실드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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