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社 說]민노총은 환골탈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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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경제/97호/사설] KT노조가 지난 17일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95%라는 압도적 찬성으로 민주노총 탈퇴를 결정한 것은 향후 국내 노동계의 흐름에 커다란 획을 긋는 일대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조합원이 3만명에 달하는 거대 조합이 탈퇴한 것은 민주노총에게는 커다란 타격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게 된 것은 민주노총의 지도노선이 일선 조합원의 뜻과 기대에 어긋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 온 것이 주원인이다.

그동안 민주노총 지도부는 정치투쟁이나 이념투쟁에 몰두해 왔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에 힘없는 사회적 약자가 써온 방법을 지금도 계속 답습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의 조합원들은 이러한 정치투쟁에 이미 식상해 있는지 오래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맞아 아무런 실익도 없는 정치투쟁보다는 노사가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인식이 급속도로 번져가고 있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그럼에도 민주노총은 조만간 5만명의 공무원 노조인 민공노가 합류할 것이라는 것을 내세워 변화를 거부하고 있다. KT 노조의 탈퇴를 민주노총을 와해시키려는 세력의 음모가 아니겠냐는 식의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이러한 현실인식으로는 민주노총의 앞날을 장담하기가 어렵다.

그동안 우리의 노동운동에 민주노총은 상당한 기여를 한 것이 사실이다. 민주노총의 투쟁으로 열악한 노동조건이 상당히 개선된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시대는 변해 간다. 어느 조직이건 변하는 시대적 요구를 거부할 경우 도태라는 진화의 법칙에 직면하게 된다.

이제 민주노총은 환골탈태(換骨奪胎)해야 한다. 민주노총이 이번 KT 노조의 탈퇴가 갖는 시대적 의미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할 경우 거대한 후폭풍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그 후폭풍이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민주노총 지도부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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