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움직일 수 있는 정책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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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유동성 위기로 아우성을 치고 있는데도 한국은행이 시중에 푼 막대한 자금이 이들에게 흘러가기는커녕 다시 한은으로 되돌아오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등을 통해 총 19조5000억원을 시중에 공급했다.

그러나 지난 18일 41조원이 한은으로 되돌아 왔다. 이처럼 막대한 자금은 기업에게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 되고 있는 것이다.

단기 여유자금이 풍족해졌지만 은행들이 대출창구를 닫고 있는 것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10%대로 떨어진 것이 주요 원인이다. 실물경제 위축으로 기업들의 부도 위험이 커진 것 역시 은행의 움직임을 가로막고 있다.

일시적 유동성 부족을 겪고 있으나 회생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선별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은행의 발목을 잡고 있다. 따라서 정책당국은 기업 구조조정이나 신용보증기금 등의 보증규모 확대와 같은 조치를 통해 은행이 움직일 수 있도록 신속하게 움직여야 한다.

또한 은행이 자본 확충을 통해 자금중개기능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정책이 아무리 좋아도 실기할 경우 실효성을 거둘 수는 없다. 모든 것은 때가 있는 법이다. 정책이 향기 없는 꽃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은행이 받아들일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신속히 내놓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돈 풀었으니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는 이 난국을 풀 수가 없다. 한은이 아무리 돈을 풀어도 일선에서 기업의 현황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은행이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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